대게의 ‘대’는 대나무이다. 다리가 대나무 비슷하다 하여 붙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스노 크랩(Snow crab)이라 한다. 살이 눈처럼 하얗다고 하여 붙은 이름이다.
북태평양의 수심 200~800m 깊이에서 산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 전역에서 자란다.
금어기가 끝나는 초겨울부터 대게를 잡지만 늦겨울과 이른 봄에 살이 더 단단하고 달다. 대게 앞에는 보통 ‘영덕-’이 붙는다.
예전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을 때 동해안의 대게가 영덕에 집산을 하여 내륙으로 이송되어 그리 이름 붙은 것이라 한다.
영덕 아래의 포항, 그 위인 울진, 삼척, 동해, 강릉, 양양, 속초, 고성 등지에서도 대게는 잡힌다.
이 중에 대게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울진이다. 하여, 울진에서는 ‘영덕대게’라는 말보다 ‘
울진대게’라 부르는 것이 더 맞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게가 잡히는 바다는 영덕바다/울진바다 식으로 딱 자를 수가 없다.
맛으로 보자면 울진 것이나 영덕 것이나 같다.
1 죽변항 공판장에 대게들이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아침 9시부터 시작한다.
2 울진의 7번 국도변에 있는 대게 조형물. 쇠붙이로 만들었다.
3 대게는 찌면 붉게 변한다. 살의 겉도 붉고 속은 하얗다.
대게가 특히 울진에서 많이 잡히는 까닭은 울진 앞바다에 왕돌초라는 거대한 암초가 있어
여기에 대게가 집중적으로 서식하기 때문이다.
왕돌초는 울진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km 떨어진 곳에 있는데, 동서 21km, 남북으로 54km 정도 되는 암초이다.
쉽게 생각해서, 바다 속의 산이라고 여기면 된다. 봉우리가 3개 솟아 있으며 수심이 가장 얕은 곳은 5m 정도이며
바깥쪽 깊은 곳은 500~600m 정도이다. 이 왕돌초 근처에서 대게 잡이가 이루어지는데 영덕의 배도,
울진의 배도 와서 잡는다. 그중에 울진의 배가 대게를 더 많이 잡아오는 것이다.
대게는 수컷과 암컷의 몸 크기가 현저하게 차이가 난다.
수컷은 등딱지(체장) 길이가 13cm 정도 될 때까지 자라지만 암컷은 7cm 조금 넘길 뿐이다.
암컷은 몸이 찐빵만하다 하여 빵게라고 부른다. 또 암컷은 자원 보존을 위하여 잡을 수가 없다.
따라서 우리가 먹는 대게는 수컷이다. 수컷은 15년 이상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컷도 등딱지 길이가 9cm 이상 되어야 잡을 수 있는데, 이 정도의 것이면 8년 정도 자란 것이라 한다.
대게는 같은 그물에 올라온 것이라 해도 때깔에 조금씩 차이가 있다.
보통 황금색, 은백색, 분홍색, 홍색 등 네 종류로 구분한다.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단단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황금색이 도는 것을 특별히 참대게 또는 박달대게라 부르고 최상급으로 취급한다.
울진에서 대게 잡이 배가 들어오는 곳은 죽변항과 후포항이다. 그중에서도 죽변항에 몰린다.
대게 잡이는 밤새 이뤄지며 아침이 되면 대게를 싣고 항구로 들어온다. 경매는 9시부터 시작하여 11시쯤에 끝난다.
대게를 배에서 내리면 경매장 바닥에 부려지고, 즉석에서 분류된다.
먼저 가격이 안 나가는 ‘물게’를 골라 뒤로 제쳐놓고 크기별로 나눈다.
(‘물게’는 속에 물이 찬 대게로, 찌면 살이 적고 물러 맛이 없다.)
상인들의 호가와 경락은 순식간에 이루어지며 그만큼 순식간에 대게는 수레에 실려서 시장과 식당 등지로 흩어진다.
이 자리에서 소비자와 거래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현장에서는 경락가격에서 크게 이윤 붙이지 않고 넘기므로
소비자들은 싸고 싱싱한 대게를 살 수 있는 기회이다. 경매장 옆에는 이 대게를 쪄서 포장해주는 가게도 있다.
죽변항의 어부와 상인들은 맛있는 대게는 크기에 달려 있지 않다고 말한다. 살이 얼마나 단단하게 찼는가가 중요하단다.
실제로, 아주 큰 대게도 ‘물게’라며 경매에 붙이지 않기도 했다.
같은 크기라면 ‘물게’와 살이 제대로 찬 대게의 가격 차이는 4~5배가 난다.
어부들은 보는 것만으로 ‘물게’를 구별하였으나 일반인들은 이의 차이를 쉽게 알 수가 없다.
어부들이 판단하는 방법은 대게의 배 부분을 보는 것이다. 배의 색깔이 짙을수록 살이 차고 단단하다고 보면 된다.
또 ‘물게’는 배 부분을 손으로 눌렀을 때 무르며 물이 나오기도 한다.
울진에서 맛볼 수 있는 대게 요리는 찜과 탕이며, 거의가 찜을 먹는다.
항구에서 대게를 사서 그 옆의 식당으로 가져가면 삯을 받고 쪄주기도 한다. 대게찜에는 양념이 없다.
대게 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바닷물로 간이 맞기 때문이다.
살을 발라 먹고 나서 몸통의 장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전부이다.
이 단순한 요리로도 대게는 충분히 맛있다. 그러나
이 맛있는 식재료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낸다면 소비자의 반응은 더 좋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덕대게니 울진대게니 하는 이름을 가지고 하는 다툼이 같은 질의 대게에 대한 ‘
산지의 증명’에 관한 것이라면 소비자들은 별 매력을 못 느낄 수도 있다.
맛있는 대게 요리가 있는 울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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