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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음식이 아니다 양구 시래기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11. 6.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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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구 시래기 하찮은 음식이 아니다 첫눈도 왔고, 겨울이다. 농가에서는 푸성귀들을 갈무리하여 겨우내 식량으로 삼을 시기이다.<br>그 대표적인 가을 갈무리 음식이 시래기이다. 양구 펀치볼에서도 시래기를 말리기 시작했다.

시래기는 무청 말린 것이다. 배춧잎 말린 것은 우거지이다. 이 둘의 사용처는 비슷하다.

나물로 먹거나 국, 찌개 등에 넣는다. 예부터 시래기나 우거지나 귀한 음식 재료로 여기지 않았다.

김장을 담그면서 우수리로 얻어지는 것을 말려 쓴 까닭이다.

또 시래기나 우거지로 하는 음식이란 것이 나물이나 국, 찌개 같은 일상식인데다

색깔도 그렇게 고운 편이 아니라 하찮은 것으로 생각하였다. 요즘은 달라졌다.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웰빙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철분이 많아 빈혈에 좋고,

칼슘과 식이섬유가 많아 콜레스테롤을 낮추어 동맥경화를 예방하며, 무엇보다 다이어트에 좋다.




1 무청을 거두고 무만 남아 있는 밭이다.멀리 펀치볼을 싸고 있는 봉우리들이 보인다.

2 펀치볼의 시래기이다. 지난 봄에 촬영한 시래기인데 잘 말려져 색깔이 여전하다.
3 양구중앙시장 앞길에 있는 국토중앙탑. 양구는 위도와 경도로 따져 한반도의 정중앙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온 펀치볼

강원 양구군우리 땅에서 오지에 들었다.

휴전선에 접하고 있으며 수도권에서 가자면 꼬불꼬불 산길을 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은 사정이 달라졌다.

서울에서 서울춘천고속도로를 타고 춘천을 거쳐 양구에 가자면 2시간 반에서 3시간이면 된다.

곳곳에 군부대가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수도권에서 벗어나 있었던 덕에 강원도의 다른 지역보다

산골의 정취는 오히려 더 남아 있어 정겹다.

 양구읍을 거쳐 동북쪽으로 오르면 펀치볼 있는 해안면이다.

펀치볼에 들어가기 위해 넘어야 했던 높은 산에 터널이 뚫려 이 길도 이제는 쉽다.

펀치볼의 원래 이름은 해안분지()이다.

한국전쟁 때 외국 종군기자가 봉우리에서 분지쪽으로 내려다본 풍경이 Punch Bowl(화채 그릇)을

닮았다 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 생명을 얻어 본래 이름인 해안분지보다 더 알려지게 되었다.

이 ‘볼’을 싸고 있는 봉우리는 가칠봉, 대우산, 도솔산, 대암산 등으로 해발 1,100미터 이상 된다.

볼’의 바닥은 남북 길이가 11.95킬로미터, 동서 길이는 6.6킬로미터에 이르며

면적은 44.7제곱 킬로미터로 여의도의 6배 크기이다.

볼’의 바닥도 고도가 높아 해발 400~500미터에 이른다.

분지가 만들어진 원인에 대해서는 침식작용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고,

운석이 충돌하여 생긴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이 펀치볼은 한때 민간인 통제 구역이었다.

펀치볼 마을 사람들이 아니면 군부대의 허락을 받고 들어가야 했다.

지금은 통행이 자유롭다. 주민수는 2,000명 정도이다.




무엇이든 맛있는 펀치볼 농산물

펀치볼은 우리나라에 보기 드문 고산 분지이다. 이런 지역에서는 일교차가 극심하다.

11월 초의 경우 낮에는 15도 이상인데 밤에는 거의 영하로 떨어진다.

이렇게 일교차가 심한 땅에서는 웬만한 채소, 과일들은 다 맛있다.

작물이 낮에는 따뜻하니 광합성을 활발히 하여 영양분을 잔뜩 생산하고 밤에는 갑자기 추워지니

그 영양분을 소비하지 못하고 제 몸에 축적하는 까닭이다.

그래서 펀치볼 수박이며 포도, 호박, 파프리카 등등은 시장에서 비싸게 팔린다.

펀치볼에서 최근 제법 넓은 면적으로 재배되고 있는 것이 시래기무이다.

시래기무란 시래기만을 얻기 위해 재배되는 무이다. 무의 뿌리는 버리는 것이다.

시래기를 얻기 위한 무이므로 뿌리는 작고 무청은 무성하게 자라는 품종을 골라 심는다.

현재 종묘회사에서 시래기무로 내는 품종은 20여 종 된다. 여름 작물을 거두고 난 다음 심는데, 재배기간은 60일 내외이다.

시래기무의 시래기와 일반 무의 시래기는 품질에서 큰 차이가 있다.

무는 뿌리가 비대해지면서 무청이 억세어지는데, 무가 먹을 만한 때이면 무청은 시래기로 말릴 만한 것이 못 되는 것이다.

몇 시간을 삶아도 억세어 질긴 시래기는 무가 다 자란 후 거둔 무청의 것이라 보면 된다.



하찮았던 시래기에서 명품 시래기로

시래기 전용 무의 재배에 더해 펀치볼 시래기가 부드럽고 맛있는 것은 건조 조건에 의한 것이다.

시래기는 일교차가 심할수록 부드럽게 잘 마른다.

펀치볼에서는 10월 말 즈음부터 한두 달 시래기를 말리는 데 이때면

기온이 밤에는 영하로 떨어지고 낮에는 영상의 기온을 유지한다.

또 햇볕을 차단하여 색깔이 잘 유지되게 한다.

펀치볼 시래기가 맛있다는 소문이 나면서 시래기무 재배 면적도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양구군농업기술센터에서는 펀치볼 시래기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펀치볼에 시험포장도 있다.

기술센터 관계자는 현재 나와 있는 시래기무 품종 중 펀치볼에 적합한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우선 할 일이라고 했다.

또 어떻게 말리고 보관하는가도 연구과제일 것이다. 우리 식탁에서 하찮은 식재료로 보일 수도 있는 시래기이지만

어떻게 가꾸고 가공하는가에 따라 명품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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