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어는 바다빙어과 물고기이지만 민물에 산다.
바다빙어과 물고기는 크게 바다에서 사는 것과 민물에서 사는 것으로 나뉜다.
일식집에서 팔리는 ‘시사모’(열빙어)도 빙어의 일종으로 바다에서 살다가 산란기에 민물로 이동한다.
이같이 바다와 민물을 오가는 종은 북녘에 살아 한반도 남녘에서는 보기 드물다.
우리 땅의 저수지와 호수에서 흔히 보는 빙어는 바다에 나가지 못하고 민물에 갇혀 살게 되면서
지금의 생태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송어가 바다에 나가지 못하면 산천어가 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1 춘천시 서면 오월리 빙어 낚시터 풍경이다. 계곡이 깊고 물이 맑다.
2 회로 먹기 위해 접시에 올린 '산 빙어'이다. 멸치 비슷해 보인다.
3 젊은 커플이 얼음에 구멍을 내고 빙어 낚시를 하고 있다. 재미삼아 하는 겨울 놀이이다.
빙어는 ‘호수의 요정’이라 불린다. 반짝이는 은빛에 투명한 몸을 가지고 있다.
커다란 눈에 몸매는 날렵하다. 물속에서는 거침없이 내달린다.
과연 [피터 팬]에 나오는 요정 팅커벨에 비견할 만하다.
그러나 예부터 ‘호수의 요정’이라 불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요정이란 서양에서 만들어진 ‘정령’이니 적어도 조선시대 이후 붙은 별명일 것이다. 빙어 이름은 다양하다.
전라도 지역에서는 민물멸치, 멸치, 충청도는 공어, 경기와 강원은 메르치, 뱅어, 백어,
경남 일부 지방은 오까사끼, 아까사기 등으로 불린다.
일부 지방에서 일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은 일제시대에 이 빙어가 널리 번졌기 때문이다.
조선말의 실학자 서유구(1764~1845)가 [전어지 佃魚志]에 빙어를 기록해두길 “동지를 전후하여
얼음에 구멍을 내어 투망으로 잡는다. 입춘 이후 점차 푸른색을 띄다가 얼음이 녹으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일본의 자료에 의하면, 한자로 공어(公魚)라고 쓰는 까닭은 히타치국(常陸国) 아자부번(麻生藩)에서
토쿠가와 11대 장군인 토쿠가와 이에나리에게 연공(年貢·세금의 일종)으로 빙어를 납입해 ‘
공의어용어’(公儀御用魚)라 한 데서 유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리나라 일부 지방에서 공어라고 부르는 것은 일본어에서 비롯한 것으로 보인다.
1925년 일제는 함경남도 용흥강에서 채취한 빙어의 알을 저수지와 호수 등에 방류하여 수산자원으로
육성하였으며 해방 이후에도 방류사업이 계속되었다.
일본인들이 특히 좋아하여 현재까지도 우리나라의 빙어가 수출용으로 인기가 있다.
빙어는 봄여름가을에는 깊은 수심에서 산다. 냉수성 어종이라 따뜻한 윗물로는 올라오지 않는 것이다.
몸의 크기도 키우지 않으며, 이때는 그물을 던져도 걸려들지 않는다.
겨울이 되면 빙어는 급격하게 몸집을 키운다.
그래봤자 15센티미터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산란을 준비하기 위해서이다.
얼음이 얼면 얕은 물로 이동을 하여 얼음판 바로 밑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다가 봄이 오기 전 산란을 하고 죽는다.
1년생이다. 드물게 2~3년생도 있다. 빙어는 전국의 민물에서 잡힌다.
일제의 수산자원화 사업 이후 돈이 되니 크게 번진 것이다. 그러나 ‘얼 빙’ ‘물고기 어’
말 그대로 물이 꽁꽁 어는 북쪽일수록 살이 단단하고 맛이 깨끗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북한강 줄기에 있는 춘천호, 소양호 등지의 빙어를 제일의 맛으로 친다.
어부들은 얼음을 자르고 그 안에 그물을 던져넣어 잡고 낚시꾼들은 얼음에 구멍을 내고 낚시로 잡는다.
이들 지역에서는 겨울이면 빙어 축제를 열기도 한다.
춘천호 상류쪽은 산이 높고 골이 깊다. 숲도 울창하여 휴양림이 조성되어 있기도 하다.
이 산과 숲에서 내리는 물이 춘천호에 닿는 지역이 있다.
이 일대는 앞으로는 호수가 펼쳐지고 뒤로는 산이 둘러싸고 있어 경치가 더없이 좋다.
또 계곡에서 흘러 호수에 닿는 구역의 물이 얕아 겨울이면 쉬 얼고, 빙어 낚시하러 접근하기가 쉽다.
이런 조건을 따져 빙어 잡이의 최상 지역을 꼽으라면 춘천시 서면 오월리를 들 수 있다.
계곡이 깊어 겨울 매서운 바람도 여기서는 잔잔하다.
오월리는 얼음이 단단히 얼어 빙어 낚시가 늦게까지 이어진다.
낚시터 한쪽에는 썰매를 탈 수 있게 해놓아 겨울 가족 여행지로서 딱 좋은 곳이다.
오월리 빙어는 낚시꾼들의 몫이다. 근처 간이식당 등에서 파는 빙어는 소양호에서 잡아온다.
식당들마다 빙어의 크기가 제각각인데 잡아오는 지역이 달라 그런 것이라 한다.
오월리의 빙어를 먹자면 낚시를 하여야 한다. 흔히 견지낚싯대를 쓴다.
낚시줄에는 조그만 바늘이 댓 개 달렸고 그 아래에는 봉돌을 묶고, 위에는 찌를 끼워 단다. 미끼는 구더기이다.
미끼용으로 양식을 한 것이라 깨끗한 구더기이다. 얼음에 구멍을 내고 낚시를 담가두고 기다리면 되는데,
운이 좋으면 횟감과 튀김감, 매운탕감까지 잡을 수 있다.
빙어는 야행성이라 오전 10시 이전, 오후 4시 이후에 잘 잡힌다.
빙어는, 가장 흔하게는 회로 먹는다. 살아 있는 그대로 초고추장을 찍어 입안에 넣는다.
살아 있는 빙어를 씹어야 하니 남자들도 꺼리는 음식이다. 그러나
빙어의 옅은 오이 향의 살 맛과 사각~ 하는 식감에 맛을 들이면 겨울이 언제 오나 기다리게 된다.
크기에 따라 빙어 맛에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너무 큰 것은 뼈가 씹혀 오히려 맛이 떨어지는 듯하고
너무 작은 것은 살 맛이 여려 산뜻한 오이 향을 즐기기에는 부족하다.
다음으로는 빙어튀김이 흔한데, 그 옅은 살 맛이 짙은 튀김 기름 향에 묻혀 빙어의 참맛을 즐기기에는 마땅하지 않다.
그 외 각종 채소를 넣어 양념한 무침이 있고, 매운탕을 끓이기도 한다.
한국의 빙어가 훈제되어 일본으로 수출된다는 정보를 일찍이 듣고 있지만
춘천 어디서도 이 훈제 빙어를 볼 수 없다는 것이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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