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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잘하지만 단단한 명품굴 간월도 자연산 참굴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11. 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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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도 자연산 참굴 자잘하지만 단단한 ‘명품’굴 굴은 찬 바람이 나야 제맛이 난다. 간월도에서도 7개월가느이 긴 휴지기를 넘기고 굴을 따기 시작했다.<br>내년 4월까지가 제철이다.

한반도에 자생하는 굴은 참굴, 강굴, 벗굴, 털굴, 바윗굴, 세굴, 토사굴, 중국굴 등 여덟 종에 이른다.

우리가 흔히 먹는 굴은 참굴이다.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자생을 한다. 양식을 하는 굴도 참굴이다.

같은 참굴인데도 자라는 환경에 따라 크기와 맛에 큰 차이를 낸다.

자연산은 조수 간만의 차로 인해 하루에 두 번 바깥에 노출된다.

그러니까 햇볕에 말려지고 바닷바람에 씻기면서 그 맛이 깊어진다. 크기는 잘고 육질은 단단하다.

양식 굴은, 양식 방법에 따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자라는 동안 바닷물 속에서만 지낸다.

큼직하고 육질이 연하지만 굴 특유의 향은 약하다.




1 간월도 서쪽 끝에 있는 사찰 간월암이다. 조선의 국사 무학대사가 달을 보고 깨친 곳으로 유명하다.

2 간월도 굴밭이다. 굴 따기는 찬바람을 무방비로 맞으며 엉거주춤한 자세로 하는 작업이라 고되다.
3 잘고 단단한 간원도 굴이다. 첫입에는 바다 향이 가득하고 이어 달콤하고 고소한 맛이 받는다.




간월도에서는 ‘토굴’이라 부른다

간월도 굴은 자연산이다. 갯벌에서 자라며 하루에 두 번 조수 간만의 차이로 해서 바깥 공기에 노출된다.

굴은 잘고 단단하다. 여기에 간월도 굴만의 특징이 또 하나 붙는다.

굴이 바닷물 속에 있을 때 플랑크톤 잡아먹기 위해 내미는 ‘날감지’가 잘 발달해 있다. 물살이 거세어 그렇다고 한다.

날감지’는 검은 띠 모양을 하고 있는데, 그래서 간월도 굴은 검은색의 줄이 진한 편이다.

간월도 굴밭에서 확인한 바에 의하면, 또 하나의 특징을 꼽을 수 있는데 굴이 바위에 붙어 있는 것이 아니라

갯벌에 제각각 박혀 있다는 점이다.

어민들에 의하면 굴이 처음에는 바위에 붙어 있다가 웬만큼 자라면 갯벌로 떨어져 자란다고 한다.

그래서 간월도 사람들은 자신들의 굴을 ‘토굴’이라고 부른다.

간월도는 현재 이름만 섬()이다. 예전엔 안면도에 의해 싸인 천수만의 맨 위에 붙은 조그만 섬이었다.

1980년대 현대의 서산 간척지 사업으로 육지로 변했다. 이 일로 조선시대 때부터 굴 산지로 유명했던 간월도가 굴밭을 잃었다.

간척사업이 끝난 1986년 간월도의 서쪽 개펄에서 살아남은 굴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간월도 주민들은 이 굴을 살리기 위해 한아름의 돌멩이를 배에 가득 실어다 바다에 던져 넣었다.

인공으로 굴밭을 조성한 것이다. 그 돌에 조그만 굴이 닥지닥지 붙더니 1988년 겨울부터는 굴을 채취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간월도 굴밭은 간월도 어촌계에서 관리를 한다. 어촌계원은 60여 명이며, 이들이 한 해에 60톤의 굴을 채취한다.

계원이 딴 굴은 어촌계에서 전량 수매하여 일부는 생굴로 판매하고 대부분 어리굴젓 담근다.


굴 따는 일은 여자들 몫이다

올해 굴 채취는 11월19일에 시작되었다. 한 달에 20일 정도 작업을 하며, 내년 4월 말까지 굴을 딸 예정이다.

굴 채취는 어촌계원으로 등록되어 있는 어가의 여자들이 한다. 대부분 할머니들이다.

바닷물이 나가는 오전에 갯벌로 나가 하루 6~7시간 작업을 한다. 하루에 따는 양은 1인당 10킬로그램 내외이다.

선수’들은 20킬로그램까지 딴다. 어촌계에서는 이를 1킬로그램당 8,500원에 전량 수매를 한다.

일반인이 어촌계 매장에서 굴을 사려면 1킬로그램에 1만 2,000원을 줘야 한다.

굴 따는 작업은 버거워 보였다.

차가운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앉지도 서지도 못하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하루 종일 일을 해야 한다.

갯벌 한복판에서 하는 작업이니 점심 먹기도 힘들고 ‘생리적 문제’를 해결하기도 여간 곤란한 것이 아니다.

이 때문에, 한 아주머니가 취재를 하고 있는 내게 귓속말을 건넸다. “여기 오래 있는 거 좋아하지 않아.”

오전 9시에 시작한 작업이 오후 3시 넘어 굴밭에 바닷물이 밀려들어 오자 끝이 났다.

어촌계 앞마당에 수매작업을 위한 깡통과 저울이 놓였다.

굴에 묻은 개흙과 굴껍데기를 제거하기 위해 바닷물에 잠시 담갔다가 저울에 올려 계측을 하였다.

평균 12킬로그램 정도의 수확이었다. 계측원이 불러주는 숫자를 들은 할머니들은 마을 골목길로 총총 사라졌다.

온몸이 굳어 뒤뚱거리는 걸음이었다.




간월도 굴이라야 진짜 어리굴젓이 된다

간월도 굴은 대부분 어촌계 공장에서 어리굴젓으로 다시 태어난다.

굴에 소금을 넣고 보름 정도 상온에서 발효한 후 2개월간 저온숙성 하여 고춧가루로 버무린다.

간월도 어리굴젓은 굴 모양을 고스란히 간직한데다 오돌오돌 씹히는 촉감이 좋아 어리굴젓 중 ‘명품’에 든다.

어리굴젓의 '어리-'는 '덜된' '모자란'의 뜻을 지닌 '얼'에서 온 말이다.

짜지 않게 간을 하는 것을 얼간이라고 하며, 얼간으로 담근 젓을 어리젓이라 한다.

어리굴젓은 짜지 않게 담근 굴젓이란 뜻이다. 간월도 어리굴젓은 7%의 소금을 넣는다.

보통의 굴은 조직이 연하기 때문에 이 정도의 소금을 넣으면 물러버리나 간월도의 굴은 단단해

이 정도의 얼간으로도 굴의 원래 형태를 고스란히 간직한 채 발효된다.

간월도는 육지와 연결되면서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간월도 내에는 굴밥집과 어리굴젓 판매장들이 여럿 있다.

여기서 판매되는 굴 음식이 간월도에서 생산된 굴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는 근거는 희박하다.

간월도에서 생산된 굴은 어촌계에서 전량 수매하기 때문이다.

간월도에서 딴 굴과, 그 굴로 만든 어리굴젓을 맛보려면 간월도 어촌계 판매장으로 가는 것이 가장 확실하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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