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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통선 청정자연을 품은콩 파주 장단콩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10. 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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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장단콩 민통선 청정자연을 품은 콩 파주시는 북녘의 땅과 접해 있다. 그 경계에는 비무장지대(DMZ)가 있다.<br>그 후방 수 킬로미터 뒤로 민간인통제구역이 설정되어 있다. 여기가 장단콩의 주요 산지이다.

콩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백태 말한다. 흔히 메주콩이라 불린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쌀만큼 중요한 농산물이다. 장을 담그고 기름을 짜는 데 쓴다. 콩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생산된다.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이다. 그만큼 우리 땅에서 잘 자란다. 이 콩 중에 파주 장단콩이 가장 유명하다.

여기서 ‘장단’이란 콩의 품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장단 지역의 콩이란 뜻이다.

지금은 파주시 장단면이란 지명으로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전쟁 전에는 경기도 장단군이었다.

1940년대 6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았던 제법 큰 군이었다. 예전 장단군의 상당 부분은 민통선 안에 있다.




1 통일촌 안에 있는 장단콩 체험 단지이다. 기와집의 식당 외에 서너 곳의 장단콩 식당이 더 있다.

2 잎을 떨군 콩대. 수확하기 쉽게 잎이 저절로 떨어지게 개량되었다. '재래종'은 잎사귀가 붙어 있다.
3 막 털어낸 장단콩이다. 품종은 알 수 없다. 농가에서 어떤 품종을 심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반도 최초의 콩 장려품종인 ‘장단백목’에서 장단콩 유래

장단콩이란 이름이 생긴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의 일이다.

일제는 장단 지역에서 수집한 재래종 콩에서장단백목’이라는 장려품종을 선발하였다.

콩의 색깔은 노랗고 껍질이 얇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단백목’은 한반도 최초의 콩 보급품종인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이 ‘장단백목’을 이용하여 장려품종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그

러나 현재는 이 ‘장단백목’이 재배되지는 않는다. ‘대원’ ‘태광’ ‘황금 등 수확성이나 품질에서

더 나은 품종이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단콩은 한국전쟁 후 사라졌었다.

장단 지역 대부분이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민간인통제구역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1973년 박정희 정부는 이 장단 일대 민통선 지역에 마을을 조성하고 민간인이 들어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였다.

이른바 통일촌 사업이다. 그때 민통선 내 100헥타르의 농지에 콩을 재배하게 하였다.

그러나 인삼 등 다른 작물에 밀려 콩 재배면적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1990년대 들어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파주시에서 장단콩 브랜드 육성사업에 나섰다.

1997년부터는 임진각 광장에서 장단콩 축제를 열었다.

신토불이 바람'과 함께 이 축제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콩 재배면적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파주 전체 콩 재배 농가는 550호, 연간 생산량은 70킬로그램들이 1만 6,000가마 정도이다.

이 중 민통선 내에서 생산되는 양은 40% 정도에 이른다.



분단의 아픔 ‘덕’에 얻어낸 청정지역

민통선 안 경작지는 군내면, 장단면, 진동면, 진서면 등 4개 면에 걸쳐 있다. 민간인이 사는 마을은 세 곳이다.

최북단인 DMZ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과 1973년에 조성된 통일촌, 그리고 햇볕정책 일환으로

2001년에 조성된 해마루 마을이 있다. 3개 마을 중 가장 크고 콩 재배농민이 많은 마을은 통일촌이다.

서울에서 가자면 강변북로에서 이어지는 자유로의 끝에 통일대교있는데,

그 다리 앞의 검문소를 지나 바로 왼쪽에 있는 마을이다.

통일촌 친환경 콩 작목반의 문효배 반장의 안내로 민통선 내 콩밭을 취재할 수 있었다.

민통선 내 경작지는 임진강이 만들어놓은 충적평야그 중간중간에 자그마한 구릉들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이다.

가을걷이를 한 농토는 황토색을 띄고 있었는데, 대부분 모래가 조금 섞인 참흙이었다.

이런 땅은 물 빠짐이 좋아 콩 농사에 유리할 수 있다.

문효배 반장은 여기에 심한 일교차가 장단콩 맛을 더 있게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깨끗한 자연이다. 밭마다 그물로 높이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울타리가 쳐져 있었는데,

노루며 멧돼지 등 산짐승들이 밭을 자주 습격하여 이를 막기 위해 두른 것이었다.

공장도 없고 사람도 적으니 자연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는 콩이 있을까 싶었다.



품종통일과 품질관리를 통해 명품 브랜드로 거듭나길

통일촌은, 민간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많은 민간인을 불러모으고 있다.

평일임에도 이른바 통일안보 관광객들이 꽤 많이 있었다. 통일촌 안에는 장단콩 전문 식당도 있으며 장류 가공공장도 있다.

이 마을에 오면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나 청국장, 된장 등을 맛보고 가는 것이 코스이다.

통일안보 관광에 향토음식 관광이 결합되어 있는 셈이다. 민통선 밖 파주 지역에서도 장단콩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파주 영어마을, 헤이리 예술 마을 등을 관광하면서 장단콩 음식을 맛보는 것이 또 하나의 코스이다.

장단콩이 한국 콩 브랜드 중에 최강의 자리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없어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브랜드라는 것이 인지도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불안한 구석이 있다.

장단콩의 유명세는 ‘장단백목’이라는 한반도 최초 콩 보급품종의 시원지라는 데 크게 기대고 있다.

민통선 지역이라는 자연환경과 정치적 환경이 결합되어 있기는 하지만 품종 유래 브랜드에 가깝다는 말이다.

브랜드란 소비자에게 일정한 품질의 상품이 제공되어야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단콩 브랜드는 완전한 상태에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장단콩 브랜드에 콩 품종의 통일과 품질 관리까지 결합되어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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