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 선운사 앞 고랑을 풍천(風川)이라 부른다. 본디 이름은 장수천이다.
밀물 때 서해의 바닷물이 이 고랑으로 밀려들어오면서 그 바다의 거센 바람까지 몰고와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풍천의 장어가 맛있기로 소문이 나 장어집들은 거개가 ‘풍천장어’를 간판에 달고 있다.
1 서운산을 끼고 도는 풍천이다. 바닷물이 이 풍천 깊숙이까지 들어온다.
2 풍천장어 소금궁이이다. 양념구이에 비해 장어의 기름 향을 짙게 느낄 수 있다.
3 선운사 입구 계곡의 단풍이다. 선운사는 동백만큼 단풍이 곱기로 유명하다.
장어는 뱀장어, 먹장어(꼼장어), 붕장어(아나고), 갯장어(바닷장어)로 나뉜다.
풍천장어는 뱀장어이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5~12년간 살다가 8~10월에 알을 낳기 위해 바다로 간다.
난류를 따라 머나먼 태평양 한복판 심해로 나아간다.
산란기에 이른 뱀장어는 등쪽은 적동색의 금속 광택을 띠고 배쪽은 붉은빛을 띤 은백색으로 변하며
가슴지느러미는 황금색, 주둥이 끝은 자흑색을 띠어 욕정의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드러낸다. 이른바 혼인색이다.
이때 소화기관은 극도로 퇴화하고 생식기관만 발달하게 된다.
이 아름다운 생식기관만의 뱀장어는 드디어 깊은 바다 속에서 산란을 하고, 죽는다.
온몸을 욕정에 맡겨 스스로 죽은 이 아름다운 어미의 새끼들은 그 어미가 살았던 강을 향하여 여행을 한다.
댓잎처럼 생긴 이 새끼 뱀장어는 난류를 따라서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동안
대양의 거친 파도에 이리저리 휩쓸리면서 강으로 향한다.
강에 다다른 댓잎 새끼 뱀장어는 하얀 실뱀장어로 몸을 바꾸는데, 인간들은 이 즈음의 실뱀장어를 잡아다 키운다.
인간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실뱀장어는 강으로 거슬러올라가 그 어미가 한 것과 똑같은 삶을 살게 되고,
인간의 욕정을 위해 희생될 실뱀장어는 양식장에서 사료를 먹으며 자라다
욕정의 색을 온몸에 드러내지도 못하고 철판 위에 오르게 된다.
풍천은 고창읍내에서 내려오는 물이 선운산을 왼쪽으로 끼고 흘러 서해에 닿는다.
읍내에서 풍천을 따라 내려오다 왼쪽으로 꺾으면 선운사이다.
이 선운사 입구 즈음에 장어집이 타운을 형성하고 있다.
선운사를 왼쪽에 두고 계속 풍천을 따라가면 심원면이다. 바닷가 마을이다.
양만장(장어를 키우는 양식장)은 이 동네에 많다. 장어집도 여럿 있다.
풍천에 자연산 장어가 잡히기는 하지만 수요를 따르지 못하니 가격이 세다.
보통은 풍천 일대에서 양식을 하는 장어를 풍천장어라 하고 먹는다. 고창 내 양만장이 70여 곳에 이른다.
장어는 완전양식이 되지 않는다. 인공적으로 산란과 부화를 할 수가 없다. 실뱀장어를 잡아 키울 뿐이다.
태평양 한복판에서 태어난 새끼 뱀장어는 내륙의 강을 향해 이동을 하는데,
대만 해역에서는 11월 중순에, 일본 해역에서는 12월 즈음에, 한반도 해역에서는 설 즈음에 잡힌다.
실뱀장어가 잡힐 때면 국제적인 시장이 형성된다.
한국을 포함한 일본, 중국, 대만 등의 양식업체들이 구매에 참여를 한다.
풍천장어가 될 실뱀장어들도 이 국제 시장에서 사들여오는 것이다.
실뱀장어의 크기는 0.2그램 정도 되며 8개월을 키우면 250그램에 이르러 먹을 만하게 된다.
치어는 수입이지만 6개월 이상 국내에서 양식을 하면 국산이 된다.
수입 장어란 외국에서 양식되어 들어오는 장어를 말한다.
근래에 풍천장어에 새로운 축양기술이 도입되었다.
자연산 풍천장어에 가까운 맛을 내기 위해 민물에서 키운 장어를 몇 개월 바닷물에 자연 상태로 둔다.
풍천은 바닷물이 내륙 깊숙이까지 밀고 들어오는데 그 환경을 인공으로 조성한 것이다.
바닷물에 넣어두는 동안 사료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사료를 먹고 ‘비만’해진 장어들은
자연에 가까운 환경에서 사료 ‘끼’를 토해내고 살을 더욱 탄탄하게 만든다.
6개월 정도 이렇게 두면 몸무게가 절반은 준다고 한다. 이렇게 축양한 장어는 ‘갯벌풍천장어’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고창 일대 장어집에서 팔리는 갯벌풍천장어 가격은 1킬로그램에 5만원, 일반 풍천장어는 3만6,000원 한다.
장어 맛에 대한 견해가 제각각이다. 먼저, 큰 것이 맛있나 작은 것이 맛있나 하는 문제이다.
큰 것은 살이 탄탄하여 씹는 맛이 있고 작은 것은 살이 여려 부드러움이 좋다. 이건 개인 기호의 문제이다.
또 소금구이가 과연 맛있나 하는 문제이다. 장어는 기름이 상당히 많다. 이를 소금만 뿌려 구우면 기름 향이 고기 맛을 지배한다.
만약 소금구이를 한다면 기름이 충분히 빠지게 하는 애벌구이 과정을 거쳐야 장어의 제 맛을 볼 수가 있다.
또 막 잡은 장어보다는 잡은 다음 몇 시간 숙성한 후 구워야 살과 껍질의 분리가 없고 감칠맛도 더 있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겨울바다에서 올린 여린 살과 알 속초 양미리와 도루목 (0) | 2016.11.04 |
---|---|
자잘하지만 단단한 명품굴 간월도 자연산 참굴 (0) | 2016.11.03 |
과일 단맛의 극치 상주 둥시 곶감 (0) | 2016.11.01 |
민통선 청정자연을 품은콩 파주 장단콩 (0) | 2016.10.31 |
옛토종 밥 맛이난다 정안 밤 (0) | 2016.10.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