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이라 하면 일반적으로 백태를 말한다. 흔히 메주콩이라 불린다.
우리나라 음식에서 쌀만큼 중요한 농산물이다. 장을 담그고 기름을 짜는 데 쓴다. 콩은 우리나라 전역에서 생산된다.
원산지가 만주와 한반도이다. 그만큼 우리 땅에서 잘 자란다. 이 콩 중에 파주 장단콩이 가장 유명하다.
여기서 ‘장단’이란 콩의 품종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장단 지역의 콩이란 뜻이다.
지금은 파주시 장단면이란 지명으로 그 이름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전쟁 전에는 경기도 장단군이었다.
1940년대 6만 명 정도의 인구가 살았던 제법 큰 군이었다. 예전 장단군의 상당 부분은 민통선 안에 있다.
1 통일촌 안에 있는 장단콩 체험 단지이다. 기와집의 식당 외에 서너 곳의 장단콩 식당이 더 있다.
2 잎을 떨군 콩대. 수확하기 쉽게 잎이 저절로 떨어지게 개량되었다. '재래종'은 잎사귀가 붙어 있다.
3 막 털어낸 장단콩이다. 품종은 알 수 없다. 농가에서 어떤 품종을 심었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장단콩이란 이름이 생긴 것은 일제강점기인 1913년의 일이다.
일제는 장단 지역에서 수집한 재래종 콩에서 ‘장단백목’이라는 장려품종을 선발하였다.
콩의 색깔은 노랗고 껍질이 얇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단백목’은 한반도 최초의 콩 보급품종인 것이다.
해방 이후에도 이 ‘장단백목’을 이용하여 장려품종이 개발되기도 하였다. 그
러나 현재는 이 ‘장단백목’이 재배되지는 않는다. ‘대원’ ‘태광’ ‘황금’ 등 수확성이나 품질에서
더 나은 품종이 보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단콩은 한국전쟁 후 사라졌었다.
장단 지역 대부분이 민간인이 들어갈 수 없는 민간인통제구역에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1973년 박정희 정부는 이 장단 일대 민통선 지역에 마을을 조성하고 민간인이 들어가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였다.
이른바 통일촌 사업이다. 그때 민통선 내 100헥타르의 농지에 콩을 재배하게 하였다.
그러나 인삼 등 다른 작물에 밀려 콩 재배면적은 해마다 줄어들었다.
1990년대 들어 지역경제 활성화 정책의 하나로 파주시에서 장단콩 브랜드 육성사업에 나섰다.
1997년부터는 임진각 광장에서 장단콩 축제를 열었다.
신토불이 바람'과 함께 이 축제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콩 재배면적은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현재 파주 전체 콩 재배 농가는 550호, 연간 생산량은 70킬로그램들이 1만 6,000가마 정도이다.
이 중 민통선 내에서 생산되는 양은 40% 정도에 이른다.
민통선 안 경작지는 군내면, 장단면, 진동면, 진서면 등 4개 면에 걸쳐 있다. 민간인이 사는 마을은 세 곳이다.
최북단인 DMZ 안에 있는 대성동 마을과 1973년에 조성된 통일촌, 그리고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2001년에 조성된 해마루 마을이 있다. 3개 마을 중 가장 크고 콩 재배농민이 많은 마을은 통일촌이다.
서울에서 가자면 강변북로에서 이어지는 자유로의 끝에 통일대교가 있는데,
그 다리 앞의 검문소를 지나 바로 왼쪽에 있는 마을이다.
통일촌 친환경 콩 작목반의 문효배 반장의 안내로 민통선 내 콩밭을 취재할 수 있었다.
민통선 내 경작지는 임진강이 만들어놓은 충적평야와 그 중간중간에 자그마한 구릉들이 연결되어 있는 형태이다.
가을걷이를 한 농토는 황토색을 띄고 있었는데, 대부분 모래가 조금 섞인 참흙이었다.
이런 땅은 물 빠짐이 좋아 콩 농사에 유리할 수 있다.
문효배 반장은 여기에 심한 일교차가 장단콩 맛을 더 있게 한다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것은 깨끗한 자연이다. 밭마다 그물로 높이 3미터는 되어 보이는 울타리가 쳐져 있었는데,
노루며 멧돼지 등 산짐승들이 밭을 자주 습격하여 이를 막기 위해 두른 것이었다.
공장도 없고 사람도 적으니 자연이 잘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이만큼 깨끗한 환경에서 자라는 콩이 있을까 싶었다.
통일촌은, 민간인이 함부로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이 더 많은 민간인을 불러모으고 있다.
평일임에도 이른바 통일안보 관광객들이 꽤 많이 있었다. 통일촌 안에는 장단콩 전문 식당도 있으며 장류 가공공장도 있다.
이 마을에 오면 장단콩으로 만든 두부나 청국장, 된장 등을 맛보고 가는 것이 코스이다.
통일안보 관광에 향토음식 관광이 결합되어 있는 셈이다. 민통선 밖 파주 지역에서도 장단콩 음식을 내는 식당들이 많이 있다.
파주 영어마을, 헤이리 예술 마을 등을 관광하면서 장단콩 음식을 맛보는 것이 또 하나의 코스이다.
장단콩이 한국 콩 브랜드 중에 최강의 자리에 있는 것은 분명하다. 심지어, 없어 못 판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브랜드라는 것이 인지도만으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다소 불안한 구석이 있다.
장단콩의 유명세는 ‘장단백목’이라는 한반도 최초 콩 보급품종의 시원지라는 데 크게 기대고 있다.
민통선 지역이라는 자연환경과 정치적 환경이 결합되어 있기는 하지만 품종 유래 브랜드에 가깝다는 말이다.
브랜드란 소비자에게 일정한 품질의 상품이 제공되어야 유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장단콩 브랜드는 완전한 상태에 있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장단콩 브랜드에 콩 품종의 통일과 품질 관리까지 결합되어 명품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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