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치는 겨울 바다 생선 중 아귀, 물메기와 함께 ‘못난이 삼형제’를 이룬다.
커다란 입과 눈이 심통맞게 생겼고 위급하다 싶으면 몸을 동그랗게 부풀린다. 수족관이나 대야에서는 공처럼 동동 떠다닌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신기하게만 여길 뿐 이를 먹으려고 하지 않는다. 맛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바닷가 사람들은 다르다.
겨울의 별미이다. 회로 먹으면 꼬득한 식감이 있고, 탕으로 먹으면 개운함이 있다.
무엇보다 비리지가 않아 생선을 꺼리는 사람들도 맛있어한다.
1 거진항 바다에서 본 백두대간. 이 산자락은 왼쪽으로 설악산, 오른쪽으로 금강산에 연결되어 있다.
2 막 잡아온 도치이다. 몸을 부풀려 공처럼 동동 떠 있다. 제 모습을 찾아도 몸이 뚱뚱한 것은 같다.
3 아침 8시 거진항에서는 현장 경매가 이루어진다. 도치가 가장 많고 문어,가자미,송어 등이 나온다.
도치는 쏨뱅이목 도치과의 생선이다. 뚝지라고도 한다.
도치와 뚝지가 도치과의 다른 생선이라고도 하는데 바닷가에서는 이를 구별하지 않는다.
한 그물에 잡힌 도치도 자세히 보면 색깔과 무늬가 다르다. 얼굴까지 다른 것도 있다.
도치는 바다 속 바위에 붙어 사는데 그 바위와 유사하게 보이려고 보호색을 다양하게 발달시켰기 때문일 것이다.
도치는 아래턱과 배 사이에 빨판이 있다. 이 빨판으로 바위에 들러붙어 있는 것이다.
도치의 암수는 이 빨판으로 구별을 하는데, 암컷은 빨판이 작고 수컷은 크다. 별칭은 ‘심퉁이’, ‘씽티’이다.
얼굴 생김이 심통맞다고 그리 부른다.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에서 잡히는데, 많이 나는 곳은 동해의 북쪽 바다이다.
도치는 비교적 얕은 바다에서 산다. 바위에 붙어 살아가는 습성이 있으니 어부들은 암초 근방에 그물을 놓아 잡는다.
동해에서는 배로 10분 정도 거리의 바다에 그물을 친다.
도치 잡는 그물은 3중으로 겹쳐져 있는데 코가 큰 그물 사이에 코가 작은 그물이 들어가 3중을 이루고 있다.
도치 몸은 신축력이 있어 그물 사이로 빠져나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물은 일자(一字)로 친다.
보통은 새벽에 그물을 치고 다음날 새벽에 거둔다. 바위에 붙은 도치는 먹이 활동을 위해 헤엄을 치다가 이 그물에 걸려든다.
그물은 크게 상하지 않으면 다시 바다에 던져두고 도치만 배에 싣고 온다.
도치가 많이 잡히고 흔히 먹는 지역은 강원도 바닷가이다.
특히 강원도 최북단의 바다를 앞에 두고 있는 고성에 도치가 흔하다.
이 고성 앞바다는 겨울이면 명태가 넘쳐났었다. 북쪽의 바다에서 한류를 타고 동해에까지 내려오면 이를 잡았다.
그러나 이 고성 바다에 명태가 잡히지 않게 된 것이 꽤 되었다. 어민들도 명태 잡이를 포기한 상태이다.
대신에 잡히는 겨울 물고기는 도치를 비롯해 대구, 도루묵, 임연수어 등이다.
새벽 4시쯤 바다에 나가 그물질을 하고 아침 해뜰 무렵에 항구에 들어온다. 도치는 거의가 살려서 들어온다.
고성에서 가장 큰 규모의 어항인 거진항에서는 매일 아침 8시에 현장에서 경매가 이루어진다.
경매 받은 도치는 대부분 인근의 식당으로 가져간다.
도치는 사철 잡히지만 제철은 겨울이다. 2월에 산란을 하는데 산란 전의 겨울 도치는 살도 지고 알도 배기 때문이다.
식당에서 파는 도치 음식은 회와 알탕, 수육 등이다.
도치회는 일반 생선의 회와는 맛이 현격하게 다르다. 살이라기보다는 껍질에 가깝다.
거무스레한 표피에 약간 투명한 속껍질이 있고 그 안에도 검정색의 막이 있다.
꼬들꼬들한 식감은 아귀의 껍질을 삶았다가 식혀 놓은 것과 비슷하다. 비린내는 아예 없다.
생선의 것이라 말하지 않으면 포유류의 내장으로 여길 수 있는 맛이다.
알탕은 여느 알탕과 비슷하게 감칠맛이 있다.
생선의 알은 막이 질겨 식감이 좋지 않은 것이 많은데 도치의 알은 크기에 비해 부드러움이 있다.
씹을 일 없이 훌훌 마시듯 먹을 수 있다. 알탕에는 살도 들어가는데 생것보다는 물러 식감이 덜하다.
어민들에 의하면, 수컷은 회, 암컷은 탕으로 먹는 게 맛있다고 한다.
도치가 최근 수도권에 많이 번졌다 해도 아직 도치를 즐기는 이들은 강원도 바닷가 사람들밖에 없는 듯이 보인다.
도치는 알이 많아 알탕으로 먼저 유명해졌고, 신 김치를 넣어 개운하고 얼큰하게 끓인
알탕이 현지인에게든 외지인에게든 인기가 있다. 그 외 각종 채소를 썰어 넣고 초고추장으로 버무린
도치무침이 그 꼬들꼬들한 식감에 아삭한 채소의 식감이 어우러져 맛있다.
그러나 고성에서 만난 토박이 할머니들이 한결같이 주장하는 도치 먹는 법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
지금이 딱 도치가 맛있을 때잖아. 이를 두 마리씩 엮어 바닷바람에 한 열흘 말리면 꼬득해져.
이걸 설날에 아무 양념하지 않고 찜통에 쪄서 토막토막 썰어내면, 쇠고기 내놔도 다들 이것만 먹지.”
또 도치찜을 제사상에 올리기도 한다. ‘-치’자가 들어가면 보통 비늘이 없는 생선이고
이는 제사상에 올리지 않는 것이 유교의 상식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바닷가에서는 이런 것 크게 따지지 않는다.
도치는 맛있고, 그래서 조상께도 바칠만한 생선인 것이다. 그러나 막상 말린 도치는 귀하여 볼 수가 없다.
생물로도 인기가 있어 말릴 물량이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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