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의 어원은 관목(貫目)이다. 애초, 말린 청어를 관목이라고 했다.
청어는 지구의 북반구에 위치한 지역에서는 흔한 겨울 생선이다.
그래서 어느 지역이든 청어를 말리거나 소금에 절이거나 해서 저장을 하였다.
우리 조상들은 청어를 말렸다. 이를 관목이라 불렀다.
청어를 부엌 살창에 걸어 말리면 아궁이의 연기가 살창으로 빠져나가면서 훈제를 하게 되는데,
이를 특별히 연관목(烟貫目)이라 불렀다. 광복 즈음 우리나라 근해에 청어가 사라졌다.
1971년 잠시 풍어를 보였을 뿐 현재까지도 청어는 잘 잡히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포항 사람들은 청어 대신에 꽁치를 말려 예전 관목 대하듯 하였다.
지금은 꽁치를 관목, 즉 과메기라 부른다.
언제부터 꽁치가 청어 대신에 과메기란 이름을 갖게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구룡포 사람들은 1960년대부터 꽁치 과메기를 먹었다고 하고,
죽도시장 사람들도 그 즈음일 것이라고만 할 뿐 정확하게 고증하는 이는 없다.
1 죽도시장에 걸린 과메기이다. 겨울이면 '과메기 파시'가 열린다.
2 호미곶 해맞이공원에 세워져있는 과메기 조형물.뒤로 새 밀레니엄의 상징인 '상생의 손'이 보인다.
3 바닷가에 있는 과메기 덕장이다. 구룡포 해안에서 이런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과메기는 겨울이 제철이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기 시작하는 11월 중순부터 날씨가 풀리는 설날 전후까지 과메기를 말린다.
과메기의 맛을 보면, 단순히 꽁치 말린 것은 아니다.
밤낮의 일교차에 의해 얼었다 녹았다 하면서 보름 정도 숙성한 음식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보통의 경우 지방질이나 단백질은 공기 중에 장기간 두면 산패를 하게 되는데,
꽁치는 껍질이 막처럼 살을 싸고 있어 산패 없이 숙성을 하게 되는 것이다.
잘 숙성된 과메기는 꽁치의 기름내가 맑고 살코기는 씹을수록 고소하다.
약간 물컹한 듯하지만 부드럽게 입안에서 풀리는 맛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변종’ 과메기가 등장을 하였다. 꽁치를 반으로 갈라 말린 과메기이다.
이렇게 말리면 사나흘이면 먹을 수 있는데, 먹기 간편하고 식감이 쫀득하다는 장점이 있어 요즘은 이 ‘변종’ 과메기가 대세이다.
이 두 종류의 과메기를 구별하여 통으로 말린 것은 ‘통말이’, 반으로 갈라 말린 것은 ‘짜배기’, ‘배지기’ 등으로 불린다.
2000년대 들면서 과메기는 전국적으로 크게 유행을 하여 없어 못 파는 물건이 되었다.
그러면서 꽁치를 해풍에 자연건조 하는 것이 아니라 건조기로 하루 만에 말린 과메기도 등장하였다.
시장에서 이를 구별하기는 쉽지 않다.
꽁치 과메기가 포항의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들어서이다.
그 즈음에 죽도시장과 구룡포, 죽천 등지에 대규모 덕장이 들어섰다.
통나무로 4단 내지 5단의 건조대를 짓고 한 두름에 20마리씩 묶어 건다.
짜배기’는 가느다란 가로대에 꼬리 부문만 붙인 꽁치를 한 마리씩 건다.
최근에는 ‘발과메기’라는 신제품이 등장하였는데 ‘짜배기’를 발에 널어 말린 것을 말한다.
이렇게 말리면 과메기에 맛을 내는 첨가물을 바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녹차며 복분자, 홍삼 등을 발라 건조한다.
최근 10여 년 사이에 건조장의 변화가 있었다. 겨울이 따뜻해지면서 ‘통말이’ 건조장은 영덕 등 북쪽으로 이동을 하였다.
구룡포의 덕장들은 ‘짜배기’가 흔하고 가끔 ‘통말이’도 보인다.
겨울이면 죽도시장과 구룡포시장엔 ‘과메기 파시’가 열린다. 가게마다 과메기를 내고 시식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가게 앞에 진열되어 있는 과메기는 대부분 ‘짜배기’이며 ‘통말이’는 뒤에 걸린다. ‘
통말이’는 포항의 과메기 마니아들이나 먹는 음식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근래에는 예전에 사라졌던 청어 과메기도 등장하였다.
과메기가 원래는 청어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소문이 번지면서 과메기의 ‘오리진’을 먹으려는 소비자들이 생긴 덕이다.
‘통말이’는 머리를 떼고 내장과 껍질을 제거해야 한다. 비위가 약한 사람은 이때 질릴 수도 있다.
축축하고 미끈거리고 다소 비릿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껍질을 벗긴 과메기는 약간 붉은 갈색이 도는데 기름이 많아 반질반질하다.
생미역에 실파와 함께 올리고 초고추장을 곁들여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짜배기’는 내장과 껍질을 제거하는 번거로움이 없어 간편하기는 해도 맛에서는 ‘통말이’를 따르지 못한다.
청어 과메기는 덩치가 있다 보니 꽁치 과메기보다 물컹하고 비린 맛도 더 있다.
그러나 청어 과메기는 한번 맛 들이면 꽁치 과메기는 싱겁다 한다.
시장에서 사서 집에서 먹기로는 죽도시장을 찾는 것이 좋으며, 식당에서 먹자면 구룡포가 낫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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