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귀는 다소 깊은 바다에서 산다. 우리나라에서는 남해와 서해에서 주로 잡힌다.
아귀의 사투리가 많다. 아구, 물꽁, 물꿩 등으로 불린다. 그만큼 흔한 생선이라는 뜻이다.
아귀는 몸에 비해 머리가 크다. 위도 크다. 배를 가르면 내장의 절반이 위이다.
큰 입과 위를 가지고 있으니 소화력이 매우 강하다. 조기, 병어, 도미, 오징어, 새우 등등을 통째로 삼켜서 녹여 소화한다.
아귀를 잡아 위에서 채 소화하지 못한 생선을 꺼내 팔면 아귀 값보다 더 나온다는 말이있다
1 인천종합어시장이다. 인천항 입구에 있으며 서해 수산물 집산지이다.
2 아귀는 대부분 배를 갈라 판다. 위장과 간이 붙어 있다는 것을 보여주시 위해서이다.
3 인천 용현동의 '물텀벙이거리'이다. 아귀 요리 전문점이 10여호 몰려 있다.
아귀는 못생겨 버렸던 생선이라는 말이 상식으로 되어 있다.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바다에 던져버렸는데, 이때 “텀벙” 소리가 난다 하여 ‘물텀벙’이란 별칭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물텀벙’이라는 별칭은 아귀에만 붙지 않는다. 꼼치(물곰, 곰치, 물메기, 미거지),
삼세기(삼숙이, 삼식이), 도치(도채기)도 물텀벙이라고 하는 지역이 있다.
생선 중에 못생겼다 싶으면 ‘우리 조상들은 버렸다’고 하고 그 별칭으로 ‘물텀벙’이라 한다는 말이 공식처럼 붙어 다닌다.
이는 말 만들기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장난’일 뿐이다. 어렵사리 잡아올린 단백질 덩어리를 던져버릴 정도로
우리 어부 조상님들은 여유롭지 못했다는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먹고 죽지 않으면 다 먹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 최초의 어류사전이라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아귀를 조사어(釣絲魚)라 하였고 속명으로 아구어(餓口魚)라 적었다. 속명 아구어가 아귀로 정착한 것이다.
정약전이 아귀 먹는 법 등은 기록하지 않았지만 [자산어보]에 실린 101종의 어류를 놓고 보면
아귀도 당연히 먹었던 생선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1909년 조선총독부가 한반도의 수산자원을 조사 기록한 책인 [한국수산지]에도 아귀가 기록되어 있다.
이 책은 한반도 근해의 유용 수산자원 104종을 정리하면서 어류는 60종 기록했는데,
아귀의 일본명인 ‘鮟鱇’(안코)가 올려져 있다. 흔히 먹었던 생선이었던 것이다.
아귀를 예전에 버렸다는 말은 아귀 음식이 식당에서 본격적으로 팔리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어민들은 오래전부터 즐겨 먹었는데 이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아귀 음식은 보통 찜과 탕으로 해서 먹는다. 이 찜과 탕은 지역적으로 분리되어 발달을 하였는데,
마산에서는 찜, 인천에서는 탕으로 유명하다. 마산의 찜은 아귀를 말려 쓰는 것이 일반적이며 인천의 탕은 생아귀를 쓴다.
마산은 아구찜이라 부르고 인천에서는 탕을 물텀벙이라 했다가 찜이 번지면서 물텀벙탕, 물텀벙찜으로 분리해서 말한다.
인천의 아귀 요리 식당은 한국전쟁 후 인천항 부근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천항은 서해의 수산물이 집합하는 장소이기도 하며, 또 노동자들이 집합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귀는 대체로 싼 생선이고, 이를 이용해 얼큰한 탕을 끓여 안주나 끼니로 저렴하게 먹기에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더없이 좋았을 것이다. 1980년대 들어 인천의 ‘물텀벙’이 타지에도 크게 소문이 나
지금은 용현동에 ‘물텀벙이 거리’가 조성되어 있을 정도로 번창하고 있다.
아귀는 한 마리에서 실로 다양한 맛이 나는 생선이다. 크게 나누자면, 살과 껍질, 내장의 맛이 제각각이다.
탕으로 끓였을 경우, 살은 보들보들하고 껍질은 진뜩하며 내장은 쫄깃하다.
또, 살은 달콤하고 껍질은 밋밋하며 내장은 슴슴하다.
내장의 대부분은 위인데 생선의 내장이라기보다는 포유류의 그것을 씹는 듯한 느낌이 든다.
껍질은 부위마다 맛이 다 다른데, 특히 잇몸 주변 부위의 질감은 그 찰기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탄력이 있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 아귀를 부위별로 세세하게 나누고 그 부위별로
특정적인 맛에 어울리게 조리하여 코스식 정찬으로 즐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한 마리를 부위 가리지 않고 통째로 절단하여 탕을 하거나 찜으로 해서 먹는다.
탕과 찜 안의 아귀는 부위를 알아볼 수가 없게 되는데, 아귀의 부위별 맛을 즐기려면 퍼즐 조각 맞추듯이
이러저리 훑어보며 먹어야 한다. 아귀를 조리하는 두 민족 간의 이 극단적인 차이점이
두 민족의 음식문화 차이를 이해하는 데 큰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아귀 맛의 최절정은 간에 있다. 배를 가르면 위장만큼 큼직하게 드러나는 것이 간이다.
탱탱한 듯하지만 한쪽이 깨지면 맑은 물에 먹물 퍼지듯 크리미한 향이 탁 풀어지면서 온 몸을 휘감게 된다.
미식가들이 최고의 맛이라고 말하는 거위 간보다 이 아귀 간을 한 수 위에 두는 이들이 늘고 있는데,
거위 간은 거위에게 억지로 고단백 고지방 사료를 투여하여 얻어내는 것이지만
아귀 간은 깊은 바다에서 제 스스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맛있는 아귀 간을 아귀 음식점에서 맛보지 못하는 일이 잦다.
아귀 간만 빼내어 파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아귀 간 없는 아귀 요리는 아귀 맛의 10%만 담아낸 것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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