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의 어부들은 속초 앞바다는 한난류 외에도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물에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겨우내 쌓인 설악산 눈이 다 녹아 바다로 흘러들어간 이후에야 비로소 속초 바다는 온전한 봄바다가 된다는 것이다.
2010년 봄은 겨울을 오래 담고 있어서 속초 바다의 봄이 늦었다.
가자미도 예년에 비해 다소 늦게 따뜻한 바닷물을 쫓아 고운 모래가 깔린 속초 연안으로 몰려왔다.
봄철 가자미가 맛있다.
1 참가자미이다. 봄이 제철이다. 벼째 잘게 썰어 회로 먹는다. 동명항에서 먹을 수 있다.
2 해질녘 동명항의 영금정이다. 왼쪽 흰 건물이 회센터이고 멀리 보이는 산이 설악이다.
3 물가자미로 담근 식해이다. 청호동 ‘함경도 아바이’들의 손맛이 속초에서 자리를 잡았다.
가자미는 가자미목 가자미과 물고기이다. 가자미는 종류가 퍽 다양하다.
지구상에 500여 종이 있고 한반도 연안에는 40여 종이 산다.
가자미와 항상 비교되는 것은 광어(넙치)와 도다리이다. 광어는 가자미목 넙칫과이고, 도다리는 가자미목 가자미과이다.
일반적으로, 물고기의 입 쪽에서 봤을 때 눈이 왼쪽으로 몰려 있으면 광어이고 오른쪽에 있으면 가자미이다.
우리가 흔히 도다리라고 부르는 것의 정확한 이름은 문치가자미이다. 표준어가 도다리인 가자미가 따로 있는데,
많이 잡히는 것이 아니기에 시장에서는 거의 볼 수가 없다.
속초 바다에서 흔히 잡히는 가자미는 참가자미, 물가자미, 용가자미, 기름가자미 등이다.
그 외에도 여러 가자미가 잡히지만 어부들이 잡는 것은 대충 이 정도이다. 가자미를 잡는 철도 딱히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사철 나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봄에 특히 가자미가 많이 잡히고 또 이때의 가자미가 맛있다.
날이 점점 더워지면 가자미의 살도 물러지고 기름기도 빠져 고소한 맛이 덜하다.
어부들은 가자미를 잡기 위해 새벽 2시 즈음 출어를 하여 새벽 6시에서 8시 사이에 항구로 들어온다.
보통 자망으로 잡으며, 일부 낚시로도 잡는다. 가자미 위판은 두 곳에서 이루어진다.
살아 있는 생선은 동명항에서, 죽은 생선은 중앙동의 수협 위판장(아바이마을 갯배 타는 곳 바로 옆에 있다)에서 거래된다.
한 배에서 잡은 가자미가 살아 있기도 하고 죽기도 하므로 산 것은 동명항에 먼저 내리고 죽은 것은 중앙동에 부린다.
동명항에 내려진 가자미는 바로 곁의 회센터 수족관으로 들어가 횟감으로 팔리며, 중앙동에 부린 가자미는 일부는
횟감으로 시장이나 식당으로 나가고 일부는 가자미식해 제조를 위해 공장으로 간다.
가자미는 속초 사람들에게 가장 친근한 생선이다.
싱싱한 것은 뼈째 썰어 막회나 물회로 해서 먹고 남는 것은 바닷바람에 말려두었다가 굽거나 쪄서 먹는다.
참가자미가 횟감으로 맛있다지만 물가자미든 기름가자미든 죽은 것이라도 싱싱한 것이면 회로 먹는다.
참가자미가 살의 탄력도나 고소한 맛에서 가장 위에 있으며 물가자미가 그 아래의 맛이라 보면 맞다.
살아 있는 기름가자미도 흔히 보이는데 물가자미에 비해 살이 무른 편이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기름이 많은지 고소한 맛은 있다. 용가자미는 제법 큼직한 것이 잡히고, 이를 살만 발라 회로 먹는다.
속초 사람들은 용가자미를 참가자미라 부르며 맛있는 가자미로 치는데, 진짜 참가자미 맛보다 나은지는 의문이다.
계절에 따른 맛 차이가 있을 수는 있을 것이다.
속초 가자미 중에 물가자미는 특별나다. 가자미식해를 담그는 가자미이기 때문이다.
다른 가자미로도 식해를 담글 수 있을 것이나 식해에 물가자미를 써야 하는 것은 부드러운 뼈 때문이다.
명태 등 여러 생선으로 식해를 담그지만 가자미식해가 특히 맛있는 것은 살이 쫀득하고 적당히 부드러우며
뼈째 씹어도 이물감이 없다는 점이다.
가자미식해는 물가자미를 이틀 정도 소금에 절였다가 박박 문질러 끈적한 체액을 거두어내고
깨끗이 씻어 고춧가루, 좁쌀, 마늘 등을 넣고 1주일 정도 발효하여 얻는다.
가자미식해는 원래 함경도 음식이었는데 한국전쟁 때 청호동(아바이마을)에 집단으로 눌러앉은
함경도 아바이’들에 의해 속초의 음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함경도 출신의 부모 밑에서 가자미식해를 배워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는 청호동의 이정희 씨는 “
봄과 늦가을의 물가자미로 담근 가자미식해가 가장 맛있다”면서 “가자미식해뿐 아니라 명란젓,
창란젓, 오징어젓 등의 정통 계보는 함경도의 음식을 이은 청호동에 있다”고 했다.
시인 백석은 ‘선우사’(膳友辭)라는 시에서 가자미의 미덕을 이렇게 칭송했다.
“(전략)흰밥과 가재미와 나는/우리들은 그 무슨 이야기라도 다 할 것 같다/
우리들은 서로 미덥고 정답고 그리고 서로 좋구나//
우리들은 맑은 물밑 해정한 모래톱에서 허구 긴 날을 모래알만 혜이며 잔뼈가 굵은 탓이다(후략)”
그는 시에서 물가자미를 말하고 있거나 물가자미로 담근 가자미식해를 말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해정한 모래톱에서 굵은 잔뼈이면 여릴 것이고, 그것으로 백석의 여린 시심을 샀을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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