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파는 파와 분구형 양파의 교잡 식물이다. 백합과이다.
아시아와 유럽 여러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재배되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기원전부터 재배되었다고 하는 것으로 보아 한반도에서의 재배 역사도 꽤 길 것이다.
텃밭에서 흔히 키웠을 것인데, 상업적 재배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김치 재료이기도 하며 여러 음식에 양념으로 쓰인다. 생으로는 아리듯 매운맛이 있으며 익히면 단맛이 난다.
쪽파는 하나의 비늘줄기를 심으면 여러 쪽으로 나뉘어 자라서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쪽파를 한자로 분총[分葱]이라 쓰기도 하는데, 이도 여러 쪽으로 나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본에서도 쪽파는 한자로 分葱이라 쓰고 와케기[ワケギ]라 읽는다. 파는 일본어로 네기[ネギ]이다.
쪽파와 관련하여 혼동을 하는 것이 많다. 먼저, 당파는 쪽파의 경상도 사투리이다.
실파와 헛갈리기도 하는데, 실파는 파의 어린 것이다. 파가 큰 것은 대파, 중간 것은 엇파, 어린 것은 실파이다.
쪽파는 뿌리 바로 위에 둥그런 비늘줄기가 있고, 실파는 대파와 마찬가지로 둥그런 비늘줄기가 없이 매끈하다.
실파는 쪽파 대용으로 흔히 쓰는데, 쪽파보다 매운맛이 덜하다.
영어로 쪽파를 샬롯[Shallot] 또는 차이브[Chive]라 쓰기도 하지만, 바른 것은 아니다.
스캘리언[Scallion]이 백합과의 여러 식물을 뜻하는 단어인데, 쪽파만을 특정하여 이르기도 한다.
그린 어니언[green onion], 스프링 어니언[spring onion] 등이 쪽파를 이르는 일상의 영어로 볼 수 있다.
그린 어니언은 잎을 쓴다는 것에서, 스프링 어니언은 봄에 먹는다는 것에서 온 말이다.
파는 웰시 어니언[Welsh onion]이다.
쪽파는 영양생장을 한다. 영양을 채우고 있는 곳은 비늘줄기이다.
잎이 마른 비늘줄기 한 쪽을 심으면 분얼을 하여 다섯 내지 많게는 열 줄기의 쪽파가 올라온다.
종자가 되는 비늘줄기를 종구라 한다. 종구만을 재배하는 지역이 있는데, 제주와 경북 예천에서 주로 한다.
예산의 쪽파 종구는 예천에서 많이 가져온다. 종구에 따라 분얼 정도와 맛에 차이가 있다고 한다.
쪽파의 큰 수요는 김장철에 있다. 김장철의 정점인 11월 중하순에 쪽파를 거두기 위해서는 9월 중순에 종구를 내어야 한다.
이보다 이르게 7~8월에 심어 9~10월에 거두기도 한다. 가을에 파종한 쪽파는 겨울을 넘기기도 하는데,
종구에서 돋았던 잎이 겨울에 시들었다가 봄에 다시 잎을 올리면서 2차 분얼을 하게 된다.
그래서인지, 봄의 쪽파가 연하고 매운맛이 곱다. 그래도, 쪽파의 '대목'은 김장철이라 할 수 있다.
이르게는 9월부터 시작하여 이듬해 5월까지 쪽파가 나오며, 가장 많이 생산되는 시기는 11월 중순에서 12월 초순의 김장철이다.
밭에서 쪽파를 거두고 있다.
비닐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동해를 막기 위해 씌운 것이다. 가을에 종구 심고 노지에서 키운다.
갓 뽑은 쪽파이다. 얼굴을 가까이 대지도 않았는데 눈이 아렸다.
양파 거둘 때보다 더 아렸는데, 뽑을 때 뿌리가 잘리면서 내는 향일 것이다.
충남 예산군 예산읍 창소리는 쪽파마을이다. 쪽파 생산량이 마을 단위로는 전국 제일이라고 한다.
1960년대 초부터 상업적 쪽파 농사를 시작하였는데, 2010년대 현재 이 마을의 130여 가구가 쪽파 농사를 짓고 있다.
논은 많지 않고 거의가 밭이다. 밭이 반듯반듯하다. 1970년대 중반에 밭 경지정리를 하였기 때문이라는데,
한국에서 밭 경지정리사업은 창소리가 최초라고 한다. 그만큼 밭농사에 관해서는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마을인 것이다.
쪽파 다음에 토마토나 수박, 또 그 다음에 열무 등을 심으며 1년에 3기작, 4기작을 하여 한때는
외국인 시찰 농촌으로도 인기가 있었다.2011년 쪽파마을은 김장철임에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
쪽파의 가격이 급락하였기 때문이다. 쪽파 20단이 들어가는 10킬로그램 한 상자에 적어도 2만 원은 하여야 할 것인데,
기껏 7,000~9,000원밖에 나가지 않는다. 종구 값, 비료 값, 인건비 등등을 제하면 그 가격으로는 손해라고 한다.
한창 수확을 하여야 할 시기에 농민들은 손을 놓고 있다. 쪽파 집하장에는 수확철임에도 일없이 앉아 있는 농민이 여럿 있었다.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서인지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쪽파를 수확하는 밭이 있었는데,
전날 하루 종일 작업한 쪽파를 팔아 결산을 해보니 둘이서 합하여 9,000원 벌었다며 허탈해하였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한 밭에 일꾼을 데리고 나타난 상인이 보였다. 밭떼기였을 것인데,
차마 가격을 묻지 못하였다. 쪽파를 뽑기 시작한 밭에 들어서자 눈이 아렸다.
글·사진/ 황교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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