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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과일 경주 배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7. 1. 19.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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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배 황금의 과일 가을을 알리는 과일이다. 황금색 덕분인지 추석의 제수며 선물용으로 인기가 높은 과일이다.<br>[삼국유사]에 배나무의 신화가 나온다. 그 신화의 도시 경주에 배 농사가 이어지고 있다.

배는 일본배와 중국배, 서양배로 나뉜다. 한반도에서 재배하는 배는 일본배이다.

이 세 종류의 배는 그 발상지가 중국 서부와 남서부의 산간지로 같다.

발상지의 야생 배가 동아시아로, 내륙 아시아로, 또 유럽으로 각각 이동하면서 분화가 이루어진 것이다.

중국배는 달고 작으며 단단하다. 서양배는 약간 길쭉하게 생겼고 물렁한 느낌이 있다.

여기에 비해 일본배는 과즙이 많아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좋아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다.

일본배는 한국과 일본에서 주로 재배하며, 한국 재배 배가 여러 나라에 수출되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의 일본배 재배가 늘고 있다.




막 익어가고 있는 배이다. 품종은 원황인데, 다 익으면 이보다 때깔이 곱다.

배는 눈으로 먹는 맛이 크다.

  



재래종 배는 사라지고

한반도에서는 먼 삼한시대 때부터 배가 재배되었다.

조선시대 허균의 저작물인 [도문대작]에는 [천사리∙하늘배], [금색리∙금배],

[현리∙먹배], [홍리∙붉은배], [대숙리∙큰배] 등의 배 품종이 기록되어 있다.

1920년대 일제가 한반도의 농산물을 조사해 기록한 것에는 황실배, 청실배, 함흥배, 봉화배 등

이름이 알려진 33종 등 총 59종의 배가 있다고 하였다.

청실배, 돌배 등 일부 재래종 배는 현재도 한반도의 산야에서 자생을 하고 있다.

손아귀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배이다. 야생의 재래종 배들은 단단하고 단맛이 적다.

야생 상태의 것이 아니라 재배된 것이라면 또 다른 맛이 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본격적인 배 재배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시작하였다.

이때에 일본에서 개량한 배 품종이 대거 들어와 심어졌다.

일본 개량 배 품종은 재래종과는 그 크기부터가 달라 순식간에 한반도에 번졌다.

장십랑, 금촌추, 만삼길, 신고, 행수, 신수, 이십세기 등 지금도 한국인에게 친숙한 배 품종이 그때에 들어왔다.

특히 이 중에 신고는 현재 한반도 배 재배 면적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

1980년대 이후 화산, 황금, 추황, 원황, 한아름 등 한국내 육성 품종이 꾸준히 선을 보이고 있지만

신고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신고만 재배하려는 속내

한반도에서의 신고 일변도 재배는 신고가 맛있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 아니다.

추석과 설이라는 ‘배 특수’ 때문이다. 제수와 선물용 배 시장이 상당한데,

배는 이 두 명절에 가장 좋은 가격으로 많은 양이 팔린다.

농가 입장에서는 이 두 명절에 잘 팔 수 있는 배를 선택하게 될 수밖에 없는데, 그게 신고가 적당한 것이다.

여느 배와 달리 신고는 저장성이 좋아 추석에 팔다 남으면 설에도 팔 수가 있다.

그런데, 신고는 중만생종으로 대체로 추석 전에 익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가에서는 지베렐린이라는 성장촉진제를 쓴다.

지베렐린은 배를 급격하게 키우기는 하지만 익는 것과는 관련이 없다.

그러니까 크기만 크지 익지 않아 당도가 떨어지는 신고를 내게 되는 것이다.

화산이나 원황 등 조생종 배는 추석에 맞추어 잘 익은 것을 낼 수가 있다.

그런데, 이들 조생종 배는 저장성이 약해 이때에 다 팔지 않으면 안 된다.

소비자들이 추석에는 이들 조생종 배를 구입하면 될 것인데,

신고가 좋은 배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어 이들 조생종 배를 사려고 하지 않는다.

화산의 경우 다 익은 것도 약간의 푸른 기가 돌아 이 때깔만으로도 소비자가 꺼린다.

덜 익은 것이라 하여도 지베렐린 처리를 한 신고가 더 나은 때깔을 하고 있다.

맛과는 관계 없이 보기 좋은 것만 찾는 소비자의 잘못된 안목이 바뀌지 않는 한 추석이든

설이든 내내 맛없는 배만 먹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배나무밭에서는 배를 보기 어렵다. 열매에 봉지를 씌워놓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과수원의 정취가 덜하다.

원황이다. 조생종이며 당도가 13도 이상이다. 식감도 부드럽다. 저장성이 약해 시장에 나오는 기간이 길지 않다.




삼국유사와 하늘배

일본배의 품종 특성상 배 주산지는 남부지역에 많다.

비가 많고 습윤한 지역에서 잘 자라고 또 여름 날씨가 더운 곳의 배가 당도가 높다고 한다.

전라권에서는 나주, 영암이 주산지이고, 중부권에서는 천안, 안성이 많다.

경북권에서는 상주, 김천의 내륙 지역과 경주, 포항, 울산, 영덕, 울진의 동남 지역에서 오래 전부터 배를 재배하고 있다.

경주는 형산강 주변에 과수원이 많은데, 현곡면에 배 재배 농가들이 많다.

서북쪽으로는 산지를 등지고 남동쪽으로 형산강이 흘러 볕이 좋은 지역이다.

동네 사람들은 태풍이 늘 이 지역을 피해 지나가 과수농사의 적지라고 말한다.

[삼국유사]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보양 스님이 용의 아들인 이목[∙이무기]을 데리고 있었다.

어느해 심한 가뭄이 들어 이목이 비를 내리게 하였다. 이 일로 천사(使)가 이목에게 벌을 주려 내려왔는데

보양 스님이 뜰에 있는 배나무(한자로 [이목]이다)를 이목이라 하자 이를 말라죽게 하고 승천하였다.

이후 이목이 배나무를 살려내었다고 한다. 허균의 [도문대작]에는 천사리[하늘배]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강릉에 사는 진사 김영의 집에 배나무 한 그루가 돋았는데 열매가 사발만 하였다.

지금은 많이 심으며 그 맛이 달고 연하다.” 신라 천년의 배나무 신화가 조선에 닿아 있는 듯하다.

현재도 이을 만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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