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장어는 전남 지방에서는 참장어, 경남 지방에서는 바닷장어, 뱀장어로 불린다. 일본어는 ‘하모(はも)’이다.
아무것이나 잘 문다고 ‘물다’는 뜻의 일본어 ‘하무’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뱀장어목 갯장어과 물고기이다.
비슷한 장어로는 ‘아나고’라고 불리는 붕장어, 민물장어로 불리는 뱀장어, 꼼장어로 불리는 먹장어가 있다.
모양새나 맛에서 붕장어와 많이 헛갈리는데, 시중에서 갯장어, 바닷장어라고 파는 장어 중에 붕장어인 경우가 많다.
붕장어가 갯장어보다 가격이 싼데다 한철 잡히는 갯장어와는 달리 연중 잡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리된 상태에서의 구별법은, 갯장어는 잔가시가 입안에 걸리고 붕장어는 이 잔가시 없이 살이 더 부드럽다.
1 녹동항과 소록도를 연결하는 다리. 녹동휴게소 전망대에서 찍은 사진이다.
2 갯장어회이다. 갯장어는 살이 단단하고 잔가시가 촘촘히 박혀 있어 이렇게 잘게 썰어 회로 먹는다.
3 황촌마을 포구의 갯장어 어부 부부.아주머니는 바다를 향해 갯장어 잡이용 주낙을 던지고 있다.
갯장어는 겨우내 제주도 남쪽 깊은 바다에서 지내다 봄이 되면 연안으로 이동하여 모래나 뻘 속에서 산다.
갯장어가 잡히는 철은 연안에 서식할 때인 5월부터 11월까지이다. 갯장어는 주낙으로 잡는다.
500미터 길이의 긴 줄에 5미터 간격으로 낚시 바늘을 100개씩 단 주낙을 바다에 던져넣어 낚시를 하는 것이다.
미끼는 전어를 잘라 쓴다. 낮에 이 주낙을 던져놓고 하룻밤이나 이틀밤 지나서 주낙을 걷어올린다.
갯장어는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갯장어와 함께 붕장어도 주낙을 물고 올라오는데,
어민들 입장에서는 붕장어를 반기지 않는다. 가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평균적으로, 2명이 작업하는
어선 한 척이 30여 통의 주낙을 던져 30~80킬로그램의 갯장어를 잡는다
.
고흥 갯장어는 도화면 앞바다에서 주로 잡힌다. 도화면의 해안도로를 따라가면 조그만 포구들이 있고,
포구마다 갯장어 잡이 배를 볼 수 있다. 도화면에만 100척 정도의 갯장어 잡이 배가 있다.
갯장어를 일본에 수출하는 수집상은 이 지역의 갯장어가 다른 지역의 갯장어보다
맛있는 까닭을 빠른 조수와 바닥의 뻘에서 찾는다.
물살이 거칠고 바닥이 단단하니 갯장어가 이를 버티느라 살이 차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 수출할 때 ‘한국산’이라 하지 않고 꼭 ‘고흥산’이라 쓰고, 그렇게 해야 가격도 더 받는다고 한다.
일본에 수출하는 갯장어는 일정한 규격에 달해야 하는데, 한 마리의 무게가 250그램 이상이어야 한다.
이 크기는 넘어야 갯장어 고유의 맛이 제대로 나기 때문이다.
가장 맛있는 크기는 세 마리에 1킬로그램짜리, 즉 330그램 정도라고 한다.
너무 큰 것은 오히려 맛이 떨어지는데다 잔뼈가 억세 식감이 좋지 않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인과 한국인의 식성이 달라 갯장어가 맛있다고 하는 철이 다르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7월을 넘기면 갯장어 먹는 것을 끝낸다. 갯장어가 너무 기름져 맛이 없다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이런 기호는 다른 장어 요리에서도 나타나는데, 뱀장어구이를 할 때도 되도록 기름을 쪽 빼며,
장어 중 기름기가 가장 많은 붕장어는 아예 잘 즐기지를 않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름기가 꽉 찬 갯장어를 더 맛있어한다.
고흥 갯장어 어민들은 이런 입맛 차이가 “참 다행”이라고 말한다.
일본에 죄다 수출하면 못 먹을 비싼 갯장어를 맛볼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옛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갯장어를 그다지 즐기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반해 일본인들은 갯장어를 계절 별식으로 여겼는데, 그 영향으로 갯장어 요리는 일본식이 강세이다.
그 대표적인 요리가 ‘유비끼’이다. 갯장어를 포 뜬 후 잘게 칼집 내어서 갯장어 뼈를 우리거나
다시마와 가다랑어포로 낸 육수에 슬쩍 익혀 간장 양념에 찍어 먹는 숙회이다.
고흥 녹동항에 가면 이런 유비끼 식당들이 많이 있다. 대표적인 우리식 갯장어 요리로는 ‘탕’을 들 수 있겠다.
갯장어를 토막 내어 뭉긋한 불에 장시간 끓인 후 고사리, 숙주, 토란대, 깻잎, 고춧가루 등을 넣고
한소끔 불을 올린 후 마늘, 초피가루, 풋고추 등으로 양념하는 음식이다.
여름 보양식, 해장음식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역시 녹동항에 전문점이 여럿 있다
.
갯장어의 풍미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은 역시 회이다.
살에 촘촘히 박혀 있는 잔가시를 토막낼 겸 잘게 썰어 초고추장이나 된장, 고추냉이간장에 찍어 먹는다.
잘게 썰었다고 해도 갯장어의 살이 워낙 단단하여 입안에서 제법 씹어야만 하는데,
이 오랜 씹음 과정에서 달고 고소한 맛이 입안에 가득 차게 된다. 그 외 갯장어 요리로는 구이가 있다.
고흥에서는 양념구이보다는 소금구이를 주로 한다. 갯장어를 말려두었다가 요리를 하기도 한다.
구득하게 말린 갯장어로 탕을 하면 뽀얀 국물이 우러나와 별미이다.
또 고춧가루, 마늘, 파, 설탕 등으로 양념한 간장에 조려 반찬으로 쓴다.
이런 음식은 민가에서 먹는 음식으로 식당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일본인들이 7월 이후 잡히는 기름진 갯장어를 싫어하는 이유는 과다한 기름향이 갯장어 살이 가지고 있는
흰살 생선 고유의 단맛을 죽이기 때문이다. 붕장어를 회로 먹을 때 ‘짤순이’로 기름을 짜내지 않으면
붕장어 살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없는 것을 생각해보면, 일본인들의 기호를 긍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갯장어는 유비끼를 해야만 제 맛을 즐길 수 있는 듯이 유독 유비끼만 고집하는
우리의 외식 풍토에 대해서는 반성의 여지가 있다.
뼈째 장시간 끓이면 맛깔진 뽀얀 국물을 얻을 수 있는데 이를 체에 밭아 우리식 탕 요리에 응용할 수도 있을 것이며,
기름진 갯장어는 기름 제거를 위한 초벌구이를 한 후 한국식 매콤한 양념에 담가서 슬쩍 조려낼 수도 있을 것이다.
세계 최고의 식재료임에도 그 맛을 완성시키는 요리가 부족함에 아쉬움이 크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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