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취는 국화과 곰취속 식물이다. 우리나라와 만주, 일본, 시베리아 등지에서 자생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발 500미터 이상의 고산지대에서 주로 자란다. 4월부터 6월까지의 여린 잎은 생으로 먹는다.
이후 너무 자라 억세어진 잎은 묵나물과 장아찌로 해서 먹는다. 곰취를 흔히 ‘산나물의 제왕’이라고 한다.
이는 연한 조직감과 강렬한 향 덕분인데, 특히 돼지고기구이를 이 산나물로 싸 먹을 때의 효과는 대단하다.
자료를 검색해보면 지역마다 제 동네의 곰취가 제일 맛있다고 자랑한다.
크게 나누어 강원도권과 경상∙전라권 등의 산지에 따라 곰취의 모양새와 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산나물꾼들의 말로는 큰 잎의 양 옆에 작은 떨기가 달린 것과 없는 것,
줄기에 적색 줄이 있는 것과 없는 것 등의 차이가 있으나 맛에서의 차이는 정확히 구별할 수가 없다.
1 진동리 사람들이 해발 750미터의 산에 곰취 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여기선 산이 밭이다.
2 곰취는 잎사귀가 넓고 하트 모양에 톱니바퀴를 두른 듯하여 산에서도 쉽게 눈에 띄는 산나물이다.
3 인제군소재지에서 진동리 가는 길은 내린천을 따라 나 있다. 곳곳에 발 담그고 놀만한 곳이 많다.
산사람들은 돌이 많고 가파른 산을 ‘남자산’이라 하고 흙이 많고 봉우리가 뭉실한 산을 ‘여자산’이라 한다.
대표적으로는, 설악산은 ‘남자산’이고 그 바로 옆 점봉산은 ‘여자산’이다.
산나물은 ‘여자산’의 해발 500~800미터 능선, 그 중에서도 숲이 빽빽하지 않은,
큰 나무가 듬성듬성 있는 곳에서 집중적으로 자라며, 이런 곳의 산나물이 맛도 좋다.
산나물은 반그늘에 땅심이 좋아야 잘 자라기 때문이다.
곰취는 연한 조직감과 진한 향이 맛의 포인트이다.
특히 어른 손바닥 2배 정도의 크기에도 연해야 상품 취급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곰취가 생산되려면 높은 고도에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있어야 한다.
이런 지리적 특성을 지니고 있는 대표적인 곳으로 강원 인제군의 점봉산, 방태산, 가칠봉 구역을 들 수 있다.
설악산 바로 남단에 있는 이 산들은 ‘여자산’으로 해발 500~800미터에 큰 나무들이 듬성듬성
자라고 있는 평평한 구릉지를 가지고 있다. 이 구역의 지도를 놓고 보면 이 산들의 가장
깊은 속살에 닿아 있는 동네가 보이는데, 인제군 기린면 진동리이다. 동네가 해발 700미터에 이른다.
인제군소재지에서 가자면 내린천을 따라 상류로 꾸불꾸불 1시간 정도 가야 한다.
진동리는 산나물 동네이다. 매년 봄에는 산나물축제도 한다. 그 산나물 중에 가장 많은 것이 곰취이다.
진동리에서 나오는 곰취는 세 종류가 있다. 야생과 산재배, 밭재배 곰취이다.
1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야생 곰취밖에 없었다. 산에 가면 지천이고 수요도 많지 않아 재배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근래 도시민들이 산나물을 뜯으러 다니면서 야생 곰취가 급격하게 사라졌다.
한 포기에 잎사귀 몇 장은 남겨두고 뜯어야 곰취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는데, 이를 알지 못하거나
욕심 많은 도시민들이 포기째 뽑아 그렇게 된 것이다. 농민들이 재배하기 위해 포기째 뽑아가는 일도 물론 있었다.
야생 곰취가 줄어들자 진동리의 10여 농가는 진동산채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여 산에다 곰취 모종을 심어 재배하고 있다.
상토에 씨앗을 산파하여 싹이 돋으면 이를 다시 한두 포기씩 포트에 옮긴 후 웬만큼 자라면 산으로 가져가 손으로 일일이 심는다.
올해 봄에 심으면 내년 봄부터 수확을 할 수가 있다. 포기째 뽑지만 않으면 그 자리에서 계속 자란다.
하우스에서 모종을 내었다고 하지만 자라는 곳은 자연 그대로이므로 야생과 별반 차이가 없다. 비교하자면,
산삼의 종자를 인공으로 산에다 뿌려 재배하는 장뇌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밭재배는 곰취가 인기를 끌면서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향이며 맛은 야생의 것이 제일 좋을 것이다.
그러나 밭재배 곰취라고 하여 장점이 아예 없는 것이 아니다. 쌈용으로 적절한 크기의 곰취만
선별해 뜯어 내므로 너무 크거나 억센 곰취는 적어도 없다.
곰취를 보면 다들 삼겹살구이 생각부터 한다. 쌈으로 상추나 깻잎에 비할 바가 아니기 때문이다.
곰취의 쌉싸래한 맛과 독특한 향이 돼지고기의 누린내를 확실히 잡는다.
그래서 곰취를 삼겹살구이 최대 수요기인 한여름에 수확할 수 있는
재배방법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농민들도 있다.
그 다음으로 흔히 만들어 먹는 것은 절임이다.
간장에 설탕과 식초를 첨가하여 곰취를 담가두고 1년 내내 먹는 것이다.
최근 외식업체에서 이 곰취절임을 고기쌈용으로 내놓는 일이 부쩍 늘고 있다.
또 곰취를 소금에 절였다가 젓갈, 고춧가루, 마늘 등의 양념을 하여 김치로 담가 먹기도 한다.
곰취를 삶아 말린 묵나물을 팔기도 하는데, 잎사귀가 작은 다른 취나물류에 비해 인기가 없는 편이다.
곰취는 생으로 먹는다는 이미지가 강한 탓일 것이다.
곰취의 활용도는 이것으로 끝이다. 분말을 내어 곰취찐빵, 곰취국수, 곰취냉면 등을 만들기도 하고
곰취를 가마솥에 덖어 차로 내기도 하지만 이런 음식과 맞닥뜨릴 수 있는 기회는 극히 적다.
현재 우리가 먹는 잎채소류의 상당 부분이 외래종이다. 그래서 산나물을 우리의 채소로 키우자는 뜻으로
이름을 ‘민속채소’라고 부르자는 움직임이 한때 있었다. 곰취가 ‘귀한 산나물’이라는 이미지도 좋지만,
소비자들에게 더 친숙해지고 농가들에게는 소득원이 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식탁에 쉬 오르는
음식의 식재료로 활용되게 하는 연구도 따라야 할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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