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황토밭의 힘 무안 양파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10. 11. 08:41

본문

무안 양파 황토밭의 힘 무안에 들어서면 양파 냄새가 진동을 한다. 야트막한 구릉지 항토밭에는 온통 양파이고,<br>짐차마다 양파를 가득 싣고 달린다. 무안 양파의 수확 현장으로 간다.



무안의 밭과 농민은 전국 양파 생산량의 20%를 감당한다.

양파는 거의 수입되지 않으므로 우리가 먹는 양파 다섯 개 중 하나는 무안 것이라 여기면 된다.

무안읍내를 중심으로 바닷가 쪽, 그러니까 망운면, 운남면, 청계면, 현경면, 해제면에 특히 양파밭이 많다.

바다 끝자락이 언뜻언뜻 보이는 야트막한 구릉지에서 양파가 자란다.

무안 양파는 단단하고 아삭하며 즙이 풍부하고 단맛이 강하다. 구릉지의 흙과 그 곁의 바다 덕이다.




1 무안의 밭은 야트막한 구릉지이다. 큰 산도 없다. 낮은 지역에서 보면 구릉지 끝이 바로 하늘이다.

2 양파를 망에 담는 작업 중이다.밭은 복사열로 찜통이지만 햇볕을 가리기 위해 긴옷과 모자를 쓴다.
3 무안군청 마당에 있는 양파 조형물.양파가 무안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것을 상징한다.




무안 양파가 맛있는 까닭은

무안 구릉지 흙은 붉다. 황토 중에서도 적황토에 든다.

황토에는 칼슘, 철, 나트륨, 칼륨, 마그네슘 등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다.

미네랄이 풍부한 땅에서는 기본적으로 농산물이 잘 자란다. 이 중에 양파 맛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미네랄이 있다.

칼륨이다. 양파의 매운 향은 토양에서 을 흡수하면서 얻어지는데, 이 황을 적절하게 흡수시키면 양파는 부드러운 단맛을 낸다.

이 황의 흡수를 막아주는 것이 칼륨이다. 칼륨은 양파의 세포벽을 단단하게 하고 수분을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그러니까 달고 단단하며 즙이 많은 무안 양파 맛은 황토 덕이라 할 수 있다.

또 무안 황토에는 게르마늄이 특히 많이 함유되어 있는데, 이 역시 양파 맛에 영향을 미친다고 봐야 하며,

바로 곁의 바다는 수시로 해풍을 밭으로 보내 양파를 병해충에 강하게 만든다.

무안에 양파가 재배된 역사는 길지 않다. 양파가 우리 땅에 들어온 지도 얼마 되지 않는다.

기원전 5000년경 페르시아 지방에서 신에게 바치는 물건으로 쓰였으며 고대 이집트에서는 피라미드를 쌓는

노예들에게 마늘과 함께 먹였을 만큼 오래 전부터 재배되었지만 우리 땅에 처음 들어온 것은 1906년이며

대량 재배된 것은 1960년대 이후의 일이다.

현재 양파의 다양한 활용도와 소비량으로 봐서 대량 재배에 다소 늦은 감이 있는데,

이는 식량작물이 아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식량 절대부족 시대에 양파 같은 향신채소를 대규모로 심는다는 것은 ‘죄악’이었을 것이다.

또 일제시대에 일본이 우리 땅의 쌀을 수탈하기 위해 대체 식량작물로 고구마, 감자, 보리, 밀 등의

재배를 권장한 결과이기도 할 것이다. 경제사정이 나아지면서 양파의 소비량이 늘어나고

이에 따라 맛있는 양파가 재배될 수 있는 지역으로 무안이 주목받아 현재에 이른 것이다.



찜통 양파밭에서의 고된 작업

양파 모종은 9월에 낸다. 겨울을 넘기고 봄이 되면서 하단부의 줄기가 부풀어오른다.

이른 것은 4월부터, 늦은 것은 6월까지 수확을 한다. 최소한 장마 전에 거두고 이어 콩, 참깨 등을 후작으로 심는다.

수확철에 들면 양파밭은 본디 색깔인 붉은 황토색 위에 비닐망의 빨간색이 더해진다. 20킬로그램들이 양파망이다.

뿌리를 뽑은 양파는 2~3일 밭에 자연 건조시키고 잎사귀를 자른 후 망에 담는 작업을 한다.

이렇게 겉을 말려야 장기 보관이 가능하다. 이때면 무안 내 인력만으로는 모자라

광주, 목포, 강진 등에서 인부들을 불러모은다.

무안 버스 터미널 근처에 인력 ‘파시’가 형성되기도 하며, 일꾼을 부리는 ‘반장’이 버스를 내어

광주, 목포 등지로 나가 ‘모셔’오기도 한다.

일꾼은 대부분 할머니들이다. 기온이 섭씨 25도 정도이면 황토밭에서는 30도가 넘는다. 찜통이다.

할머니들은 햇볕을 가리기 위해 긴 옷에 모자를 눌러쓰고 작업을 한다. 일당은 5만원이다.

망떼기’를 하기도 하는데, 한 망에 20킬로그램의 양파를 담는 품값은 400원이다.

이런 식으로 하루에 10만원 벌이를 하는 할머니들도 있다. 버거울 것 같은데도 할머니들은 밝다.

몸에 익은 노동인 까닭이다.

거두어들인 양파는 저온저장고로 보낸다. 수분이 달아나거나 물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이다.

양파의 수매와 저장은 농협에서 맡는 몫이 크다.

양파 가격의 계절진폭에 따른 이익을 보기 위해 수집상과 농가 단위에서의 저장도 흔하다.

양파즙을 내는 소규모 가공업소들도 이때가 제일 바쁘다.

아무래도 수확기에 가격이 싸므로 미리 물량을 확보하거나 양파즙을 내어놓는다.



양파 맛 구별하기의 어려움

양파는 크게 ‘단 양파’ ‘매운 양파’ 두 종류로 나눈다. 우리가 흔히 먹는 양파는 ‘매운 양파’이다.

품종은 종묘회사에서 수입하는 것과 국내에서 개량한 것 합하여 수십 종에 달한다.

무안에서는 케논볼, 니치, 마이티 등의 품종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품종에 따른 맛 차이에 대해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생산농가도 그 차이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종묘회사에서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품종에 따른 맛 차이가 일부 표시되어 있기는 하지만 겉모양에서부터 구별하기 쉽지 않다.

농협 수매 현장에서도 품종의 차이는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품종 표시가 있는 망과 없는 망이 뒤섞인다.

생산지에서 이러니 소비지에서도 품종별 구입은 불가능하다.

조리할 때 품종별 맛 차이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양파 요리가 김치, 볶음, 샐러드 등

다양하므로 이에 적합한 품종별 맛의 특징을 알 수 있게 한다면 조리하는 입장에서는 편하지 않을까 싶다.

양파 종자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온다.

대규모 재배 경험이 그리 길지 않아 종자 생산 노하우의 축적이 덜하여 일어나는 일이기는 하겠지만

한국인의 주요 양념채소류의 맛이 외국인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이 아쉽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