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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봄을 알린다 완도 봄동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10. 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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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도 봄동 겨울에 봄을 알린다 한국인의 '빨리빨리병'은 농산물에도 적용이 된다. 봄에 먹어야 할 봄동이 11월 초겨울부터 나온다.<br>적절하게는 설 무렵부터는 이게 맛있다. 겨울에 자랐지만, 그 맛은 봄이다.

한반도의 배추는 대부분 결구배추이다.

배추의 겉잎이 속잎을 단단히 싸면서 성장하여 속잎이 노랗고 여리게 되는 배추이다.

결구배추를 알배추, 호배추라고도 하는데, 1800년대 중반에 중국에서 한반도로 전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겉잎이 벌어지는 배추는 불결구배추라고 한다.

한반도의 배추에 대한 기록은 고려시대에 처음 나오는데, 이 불결구배추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봄동은 이 불결구배추이다. 결구배추 중에 뿌리에 가까운 겉잎만 겹을 이루는 배추는 반결구배추라고 한다.




봄동은 이름 그대로 봄을 알리는 채소이다.

설 지나면 봄이 시작되고, 그때이면 이 봄동이 맛있어진다.



얼갈이배추이기는 하지만

백과사전 등 여러 자료에 의하면, 봄동의 품종이 따로 없는 것으로 기록하고 있다.

결구배추를 겨울에 심어 겉잎을 싸지 않고 그냥 두면 봄동이 된다는 것이다.

반은 맞고, 또 반은 틀렸다. 결구배추를 겨울과 봄 사이에 결구되지 않게 재배한 것을

봄동이라고도 하지만, 대체로 봄동은 불결구배추 품종을 따로 심는다.

이 봄동용 불결구배추는 겉잎을 싸도 그 안에 속잎을 빼곡하게 채우지 않는다.

반결구배추의 모양도 나오지 않는다.

예전에는 겨울 재배 배추를 두루 봄동이라 하여 혼란이 있는 것인데,

2012년 현재 흔히 봄동이라 이르는 배추는 겨울과 봄에 수확하는 불결구배추이다.

봄동과 뒤섞여 쓰이는 말로 얼갈이배추가 있다.

얼갈이'의 사전적 의미는 '푸성귀를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심는 일. 또는 그 푸성귀'이다.

봄동은 겨울과 봄 사이에 재배하고 거두니 얼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얼갈이배추는 실제로는 조금 달리 쓴다. 반결구배추에 이 이름을 붙이고 있다.

얼갈이배추와 또 뒤섞이는 이름으로 엇갈이배추도 있다. 이도 반결구배추에 쓰인다.

사전의 풀이와 실제의 쓰임새 등을 감안하여 봄동, 얼갈이, 엇갈이를 분류하면 대략 아래와 같다.


봄동 = 겨울에 들면서 씨앗을 뿌려 겨울과 이른 봄에 거두는 불결구배추
얼갈이 = 겨울에 재배하는 푸성귀로, 흔히 배추와 무에만 한정하여 쓴다.

배추 품종과 관련 없이 겨울 재배 배추이면 얼갈이라 할 수 있으나,

사람들은 특히 겨울 재배 반결구배추만을 얼갈이라고 한다.
엇갈이 = '본 작물 재배 교체 시기에 재배하는 배추와 무'라는 설명이 일반적이나,

배추와 무의 본격 수확기를 피해 재배하는 배추와 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배추는 재배 기간이 짧은 반결구배추를 주로 심는데,

겨울 재배의 얼갈이배추와 그 배추 모양이 같으므로 이 둘을 구별하기 위해 엇갈이라는

단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의 여름 재배 반결구배추를 흔히 엇갈이라 한다.



[봄-똥]이라 발음한다

봄동이라는 말은 언제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땅바닥에 바짝 붙어 자라 일부 지방에서는 납작배추, 납딱배추, 딱갈배추, 떡배추 등으로도 불린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는 봄동으로 등재되어 있다.

이 사전에 봄동은 [봄-동]이 아니라 [봄-똥]이라 발음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봄동이라는 단어의 유래가 발음으로 남아 있는 [똥]에 있지 않나 추측해볼 수 있는데,

땅에 납작 붙어 있는 모양이 소똥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봄의 들녘에 소똥처럼 자라는 푸성귀이니 사람들이 '봄똥'이라 불렀을 것이고,

그래도 사람이 먹는 것인데 '똥'이라 표기하기는 좋아 보이지 않으니 봄동으로 쓰는 버릇이 생겨 굳어졌을 것이다.




봄동은 겉잎이 속잎을 싸지 않는다.

이렇게 잎이 퍼진 상태에서 자란다. 이런 배추를 불결구배추라 한다.

봄동은 보통 겉절이를 하지만, 국도 맛있다. 달콤함이 물씬 올라온다. 봄의 맛이다.


'완도 진도 해남 신안 봄동'

한반도에서의 겨울 배추, 즉 얼갈이배추 재배는 일찌감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배추는 추위에 잘 견디는 식물이다.

늦가을 또는 초겨울에 배추 씨앗을 뿌리고 짚 등을 덮으면 웬만큼 보온이 되어 싹을 올린다.

날씨가 따뜻할 때는 짚을 거두어 볕을 쬐었을 것이다. 이렇게 재배하면 이른 봄에 배추를 먹을 수 있다.

겨울이라 결구배추는 곤란하여도 반결구배추는 그리 어려운 농사가 아니다.

(전남 해남에서 주로 재배하는 겨울배추는 결구배추인데, 1970년대 중반에 제주도에서

이 겨울배추 재배가 시도되었으며 1980년대 초에 와서야 해남에도 심어졌다.)

한반도 남부 해안 지역은 겨울 날씨가 따뜻하니 이 얼갈이배추 재배가 더 쉬웠을 것이다.

그러나 농산물의 재배는 상업적 조건이 맞아야 하는데, 그 먼 남녘에서 보온 등을 하면서

얼갈이배추를 생산하고 이를 도시로 운송하는 것은 타산이 맞지가 않다.

수도권 등 도시에 가까운 농촌 지역에서도 이 얼갈이배추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봄동이 그 먼 남녘의 섬에서 재배되어 전국의 도시에 운송되는 것은 겨울에 노지에서

이를 재배할 수 있다는 기후적 조건에 따른 것이다.

봄동은 전남 완도, 진도, 해남, 신안 등지에서 주로 재배한다.

이 네 지역의 봄동이 전국 생산량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1990년대에 진도에서 봄동의 상업적 재배가 시작되었다고 하는데,

그 덕에 '진도 봄동'이라는 이름이 더 널리 알려져 있다.

완도, 해남, 신안 등지의 봄동도 '진도'라는 이름이 새겨진 상자에 담겨 시장에 나가기도 한다.

완도, 진도, 해남, 신안의 지배지 기후와 환경이 거의 같아 그 이름이 어떻든 그 맛은 거의 같다고 봐야 한다.

이 캐스트의 제목도 정확히 하자면 '완도 진도 해남 신안 봄동'이라 해야 할 것이다.

봄동은 예전에는 설 무렵부터 먹는 채소였으나, 요즘은 11월 중순이면 나오기 시작한다.

도시의 소비자는 항상 자연보다 이른 '물건'을 원하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곧 설이고, 봄동은 맛이 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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