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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에서 나온 알 곡성 토란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7. 1. 7.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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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성 토란 흙에서 나온 알 전남 곡성군은 섬진강 상류에 있다. 한반도에서 꽤 따뜻한 지역에 든다.<br>이 땅에서 토란을 많이 재배한다. 다른 곳보다 일찍 나오고 알도 크다.

토란은 천남성과 열대식물이다. 땅에서 잎자루가 곧장 올라와 어른 키만큼 길게 자라며,

그 잎자루 끝에 달리는 잎은 어른 얼굴 두어 개는 가릴 만큼 크다. 땅 속에는 작은 덩이줄기들이 송알송알 달린다.

토란은 덩이줄기와 지상부의 잎자루를 식용한다.

덩이줄기도 토란이라 한다.(식물명 토란과 혼동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알토란이라는 말도 쓴다.)

한자로 인데, ‘흙의 알’이란 뜻이다. 덩이줄기의 모양이 조류의 알 같아서 붙은 이름이다.

영어로는 흔히 타로(taro)라고 한다. 토란은 지구 곳곳에서 재배하며 세계인들이 두루 먹는다.

특히 열대지방에서는 주요 식량 식물이다.

이 지역에서는 여러해살이를 하여 농사가 쉬우며 단위 면적당 생산량도 상당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는 겨울에 지상부가 말라 죽고 덩이줄기로 겨울을 났다가 봄이면 싹을 올린다.




흙에서 나온 알, 토란이다.

아직 덜 여문 것인데, 꼭 알처럼 생겨 이를 메인 사진으로 올렸다.

  



추석에 토란국을 먹는 까닭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에 토란이 전파된 것은 기원전 4,000∼5,000년경으로 추정되며 “고고학적으로는 증명되지 않으나

민속학적으로는 일본에서 토란을 재배한 것은 벼 재배 이전인 것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적고 있다.

토란이 농사가 쉽고 수확량이 많으며 저장성이 좋기 때문일 것이다.

열대식물이니 한반도의 토란 유입은 일본을 통하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 일본에서처럼

벼농사 그 이전부터 토란을 재배하여 먹었을 수도 있다. 토란은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곳에서 자라므로

옛날 한반도 남부지방에서는 이 토란을 식량 작물로 삼았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토란을 먼 옛날에 식량 작물로 귀중하게 여겼을 것으로 짐작하게 해주는 민속 음식이 있다.

추석 제사상에 오르는 토란국이다. 제사 음식은 조상이 먹는 음식이다.

그래서 조상이 즐겨 먹었을 것으로 전하는 음식을 올리게 되는데,

시대와 자연환경의 변화와 관계 없이 그 옛날의 음식을 진설하려는 관습이 있다.

따라서, 제사 음식에는 먼 옛날 음식의 흔적이 남아 있게 마련이며,

특히 평소에는 잘 먹지 않는 음식인데 제사에 쓰이고 있는 것이면 그 흔적이 더욱 짙은 음식이라 추정할 수 있다.

추석 제사상의 토란국은 벼농사가 시작되기도 전의 머나먼 옛날에 한반도의 조상이

가을날 먹었던 끼니가 화석처럼 굳어져 있는 것이라 짐작하여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논에서 재배한다

열대작물이라는 특성으로 인하여 토란은 남부지방에서 주로 재배를 한다.

전남 곡성군의 재배 면적이 넓은 편이며, 그 중에서도 죽곡면에 특히 토란 재배가 흔하다.

죽곡면은 섬진강 상류의 한 지천을 남쪽으로 두고 북쪽을 향해 기다랗게 골을 파고 들어가 있는 지형을 하고 있는데,

산이 막혀 북풍이 내려오지 않고 햇볕을 충분히 받는 땅이다.

또 죽곡면의 골짝에는 섬진강 지천으로 들어가는 개천이 흘러 물이 풍부하다.

토란은 따뜻하고 물 많은 곳에서 잘 자라므로 토란 키우기에 천혜의 조건을 갖춘 땅인 것이다.

죽곡면의 토란 재배지는 주로 논이다.

토란은 물을 충분히 주어야 하는 식물이므로 물을 들이고 빼기 좋은 논을 이용하는 것이다.

토란은 논에다 두둑을 만들고 그 두둑 위에 토란 한 알씩을 일정한 간격으로 줄을 맞추어 심는다.

파종은 2~3월에 하는데, 추석 전에 수확을 하여야 가격을 더 받을 수 있어 여느 노지 재배 토란보다 빨리 심는 편이다.

일찍 심으면 냉해를 받을 수 있어 두둑에 비닐을 덮어 땅 속의 온도를 올린다.

토란 재배가 벼농사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다. 그러니 논마다 벼 대신 토란을 심으면

농가에 큰 소득이 될 수도 있겠다 싶지만, 토란은 연작할 수 없다는 큰 단점이 있다.

토란은 거름기를 많이 필요로 하는 식물이기 때문에 연작을 하면 토란의 크기가 확 준다.

한 논에서 1년 토란 키우고 3~4년 벼농사를 지었다가 다시 토란을 심는 것이 보통이다.





곡성군 죽곡면 하죽마을이다. 토란이 마을의 정원수처럼 서 있다. 아름다운 마을이다.

초가을 햇살 아래에서 토란을 거두고 있다. 벼는 아직 여물지 않았다.




추석 대목 그 이후

토란 수확은 이르면 8월 말부터 한다. 토란의 잎사귀가 시들시들해지기 시작하면 토란의 알이 굵어졌다고 보고 거둔다.

먼저, 잎자루를 자르는데, 이는 나중에 다듬어서 볕에 말려 토란대로 판다. 토란을 파내는 작업은 기계로 한다.

쇠스랑으로도 하지만 땅 속에 박힌 부분이 커 쉽게 뽑히지 않는다. ]

기계로 뒤집어놓은 토란은 일일이 손으로 그 알토란을 떼어낸다. 이 알토란은 작업장으로 옮겨져

실뿌리를 다듬고 크기 별로 정선을 하여 포장하게 된다.

토란은 추석에 맞추어 수확을 하는 것이 관건이다. 추석 전과 후의 가격차가 크기 때문이다.

추석 전의 토란이면 벼농사보다 월등히 많은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날짜를 맞추기는 그리 쉽지 않다.

덜 여문 상태의 토란은 질이 크게 떨어지므로 추석 대목을 보자고 무조건 파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추석 이후에는 토란 가격이 크게 떨어져 농민들이 3~4년을 기다려 벼농사 대신 짓는 토란농사의 의미가 퇴색되기도 한다.

먼 옛날 우리 조상들은 추석에만 맞추어 토란국을 먹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토란은 추석 음식이라는 오랜 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

일상의 음식으로 여겨 평상시에도 자주 먹자는 것이다. 토란은 가을이 깊을수록 맛있다.

글·사진/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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