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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속에 숨긴 상큼함 칠곡 오이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7. 1. 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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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오이 가시 속에 숨긴 상큼함 경북 지역에서는 가시오이를 주로 먹는다. 주요 산지는 칠곡이다. 가시오이는 물이 많아 상큼하다.<br>더울 때 이만큼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는 과채류는 드물다.

오이의 원산지는 인도 또는 히말라야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에서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재배되었을 것이다. [고려사] 등 옛 문헌에는 황과(), 호과() 등으로 쓰여 있으며 우리말로는 외, 물외라 불리었다. 자연에서는 이른 봄에 싹이 나와 늦은 봄이나 초여름에 들어야 먹을 수 있는 크기가 된다. 장마에 들면 습기에 잘 버티지 못한다. 살아남은 것은 겉이 누렇게 익는데, 이를 늙은오이 또는 노각이라 한다. 예전 황과라 한자로 적은 것은 이 늙은오이를 이르는 말일 것이다. 요즘은 ‘어린 오이’를 주로 먹는다.




1 가시오이이다. 다다기오이에 비해 크고 색이 짙으며 가시가 돋아 있다. 물이 많아 상큼하다.
2 오이의 꽃이다. 수박, 참외, 수세미 등 박과 식물의 꽃은 다 이와 비슷하게 생겼다.
3 오이를 포장하고 있다. 칠곡오이라는 이름보다 금남오이로 더 유명하다.

  



수도권에서는 잘 안 먹는 가시오이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오이 품종은 다양하다. 오랜 기간 한반도에서 자란 식물이므로 조금씩

다른 모양의 지방 고유 품종들이 산재해 있으며 이 품종을 기반으로 종묘회사들이 개량한 것들도 상당하다.

또 일본에서 수입한 품종들도 있다. 피클용으로 흔히 쓰는 유럽종을 일단 제외하면,

오이의 품종은 크게 취청과 다다기로 나뉜다. 취청은 크고 청색이 짙으며, 다다기는 작고 옅은 색이 난다.

취청 중에 가시가 도드라지게 있으면 가시오이, 없으면 청장오이로 흔히 불린다.

다다기 중에서 흰색이 많으면 백다다기라 한다.

다다기라는 이름은 오이가 다닥다닥 많이 열린다 하여 붙었다고 한다.

오이는 지방에 따라 선호하는 품종이 다르다.

한반도 남부지방은 취청 계열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은 다다기를 주로 먹는다.

왜 이런 분화가 일어났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취청 계열은 수분이 많고 생으로 먹으면 시원한 맛이 좋다.

다다기는 단맛이 있고 향이 짙은 편이다. 그 각각의 오이 맛을 즐기는 기호의 차이가 남부지방과

중부지방으로 나뉠 만큼 한반도가 지형적으로 넓은 것은 아니다.

수분이 많은 취청은 금방 시들므로 유통업체들이 선호하지 않았다는 게

최대 소비지인 수도권의 중부지방에서 덜 먹게 된 한 원인일 것이다.

특히 경북 지역에서 크게 선호하는 가시오이가 수도권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데,

다소 ‘세련된’ 수도권의 주부들이 그 가시를 꺼려하기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낙동강변의 오이

경북 칠곡군은 오이 주산지이다.

낙동강을 끼고 있어 사질토의 범람지가 많은데 이 토양이 오이 농사를 짓기에 알맞기 때문이다.

가시오이 주로 심는다. 특히 왜관읍 금남리 일대는 온통 오이밭이다.

경북 지역에서는 칠곡오이보다 금남오이라는 이름이 더 유명하다.

금남리에서는 7~8월 한여름을 빼고 봄과 가을 두 차례 오이를 재배한다.

봄오이는 2월 말부터 6월 말까지, 가을오이는 9월 말에서 겨우내 낸다. 품종은 낙동청장가시오이이다.

이 긴 품종명에는 낙동강 지역에서 유래하였거나 잘 자라는 취정 계열 가시오이라는 뜻이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오이 모종은 오이의 어린 순에 흑종호박의 밑동과 뿌리를 접붙여서 쓴다.

흑종호박의 뿌리와 줄기가 튼튼하여 이를 이용하는 것이다.

모종을 내면 봄여름 날씨면 33~35일, 가을겨울이면 45일 만에 오이를 거둘 수 있다.

오이가 열리기 시작하면 한 포기에서 길게는 4개월간 딴다.

오이 품종마다 조금씩 다른데, 금남리의 가시오이는 한 포기에서 30~40개의 오이를 거둔다.



금남오이꽃동산마을과 농민밥집

금남리는 금남오이꽃동산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행정자치부에서 농어촌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정보화 마을 중의 하나이다.

전국에 산재해 있는 이 정보화 마을들은 대체로 그럴 듯한 마을회관에 컴퓨터실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

그러나 이 회관들은 문이 닫혀 있기 일쑤이고 전화도 되지 않으며 홈페이지는 휴면중인 곳이 상당하다.

금남오이꽃동산마을은 다르다. 찜질방까지 갖추어져 있는 마을회관 건강관리실은 할머니들의

놀이터이고 회의실에는 주민들이 늘 오간다. ‘중앙’의 지원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마을 주민들의 마음이 농어촌 지역 경제 활성화의 기반임을 보여주고 있다.

금남리에는 농민밥집이 있다. 금남리오이작목반 반원들이 100만 원씩을 내어 오이 집하장 건물 한켠에 마련한 공간이다.

토일요일 빼고 매일 이 농민밥집이 문을 연다. 점심만 한다. 농사 지으며 점심 챙겨 먹기 힘드니 이 밥집을 낸 것이다.

하루 이용 농민은 60여 명이다. 마을 주민은 2,500원, 외지인은 3,000원의 밥값을 낸다. 마을 사람들은 식권을 사서 이용한다.

여분의 반찬과 밥은 도시락을 만들어 혼자 살고 있는 노인들에게 드린다.

금남오이꽃동산마을 김성호 운영위원장은 농민밥집 운영비가 빠듯하다 하였다.

오이장아찌를 팔아 그 운영비를 보탤 계획을 세우고 있다. 금남리에는 오이꽃보다 수수만 배 아름다운 농민들이 살고 있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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