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는 물새이다. 야생에 다양한 오리가 존재하며 이 중에 순치를 하여 사육하는 오리를 특히 집오리라 부르기도 한다.
오리는 닭보다는 적지만 전세계에서 사육을 하고 있다. 키우기 쉽고 짧은 시간에 많은 고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도 먼 선사시대부터 오리를 키우고 먹었는데,
본격적인 오리 사육은 1960년대 전라남도 지역에서 시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때문인지 지금도 전남 지역에서 오리고기를 특히 많이 먹는다.
근래에 오리고기가 건강에 좋다 하여 수도권에 크게 번졌다. 포천도 그 지역 중 하나이다.
전세계에서 사육되는 오리는 인디안 러너, 카키캠벨, 르왕, 에일스버리, 머스코비, 페킨, 오핑톤 등의 품종이 있다.
서양에서 특히 오리를 많이 먹는데, 머스코비와 페킨의 교잡종인 뮬덕을 흔히 쓴다고 한다.
카키캠벨과 머스코비가 페킨에 비해 기름이 적고 맛이 담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자연환경 등
여러 여건상 대부분 페킨을 사육한다. 페킨은 중국이 원산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개량된 품종이다.
털색은 희고 주둥이와 다리가 밝은 오렌지색이다. 페킨을 일부에서는 체리베리라 부르고 있는데,
이는 영국에 있는 오리 육종회사 이름으로 ‘체리베리사의 페킨 오리’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1980년대 국내의 한 오리 업체가 이 품종의 오리를 대거 들여와 키우면서 기존의 국내
오리와 차별화하기 위해 ‘산오리’란 이름을 붙여 팔기도 하였다.
국내에 오리 요리가 크게 번진 것은 1990년대 들어서이다.
식당에서는 오리탕, 한방오리찜, 황토오리구이, 생오리구이, 훈제오리 등의 요리를 해서 판매한다.
최근에는 훈제오리가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훈제오리가 특히 맛있기 때문이라기보다 오리고기가 가지고 있는 맛의 한계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리에는 특유의 비린내가 있는데 생으로 구우면 이 냄새가 역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훈제오리는 훈연의 향을 더하여 이 비린내를 잡으면서 쫄깃한 식감까지 보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오리고기의 본디 맛에서는 벗어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오리고기는 보양식이라는 관념이 있다.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것인데,
특히 인산 김일훈의 ‘발명품’으로 알려진 유황오리가 이 관념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보통의 동물은 유황을 먹으면 죽지만 오리는 웬만큼 버텨, 이를 활용하여 유황 먹인 오리를 보약으로 여기게 한 것이다.
유황오리가 오리 소비를 늘리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기는 하지만 오리고기는 보양식이라는 관념은 오히려
오리고기를 일상음식으로 만드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
소 돼지 닭처럼 오리가 단지 ‘맛있는 고기’여야만 대중의 축산물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오리고기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는 것도(가공 방법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일정한 맛을 보장하고 있는 훈제오리 덕분이라 할 수 있다.
특정한 음식이 몸에 좋다는 ‘영양주의적 시각’은 한국음식문화를 왜곡하고 있다. 버려야 할 나쁜 관념이다.
새끼오리에서 막 벗어나고 있는 오리이다. 보통은 45일 정도 키우면 도축할 수 있는 크기가 된다.
최근 훈제오리를 구워 먹는 방식이 크게 번지고 있다. 훈제로 오리의 비린내를 없애고 굽는 것이다.
오리고기의 가장 큰 단점은 특유의 비린내가 난다는 것이다.
질 낮은 소 돼지 닭의 고기에서 나는 누린내와는 조금 다른 냄새인데,
생으로 구우면 이 냄새가 특히 심하고, 이 때문에 오리고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다.
식당에서는 이 냄새를 잡기 위해 강황, 마늘, 된장, 홍삼 농축액 등 여러 첨가물을 더하기도 한다.
포천의 개울오리농원은 오리의 이 비린내를 사육 단계에서 제거하기 위해 여러 실험을 하였는데,
사료에 따라 오리고기의 냄새가 달라짐을 확인하였다.
고기류를 먹이면 그 냄새가 여전하고 생선을 먹이면 비린내가 더 심해지며
일반의 채소류도 별 효과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건조 양파를 먹이면 단맛이 강해지고 인삼과 쑥, 솔잎 등을 먹였을 때도 육질 개선 효과가 있었다.
그러나 이 재료들은 적정한 가격에 지속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최종 선택된 것은 마늘이었다.
새끼오리에게 마늘즙액을 먹여 입맛을 들이게 한 후 중간에는 으깬 마늘, 다 자란 오리는 통마늘을 먹인다.
마늘을 먹고 자란 오리는 비린내가 없다. 고기의 색깔이 짙고 탄력도도 좋아 보인다.
또 오리의 면역력이 강화되어 항생제를 먹이지 않아도 된다.
마늘오리가 포천의 명물로 자리잡은 지 10여 년이 되었다.
오리고기가 ‘맛있는 고기’임을 마늘오리가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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