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나무는 아열대 식물이다. 우리 땅에 들어온 것은 20세기 들어서의 일로 알려져 있다.
무화과나무는 17세기 유럽에서 일본으로 전래되었는데, 우리 땅에 오래 전부터 남녘 농가 뒷마당 등에서
자라는 품종이 일본 유래종인 '봉래시'인 것으로 보아 일제강점기에 우리 땅 남녘에 넓게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무화과나무는 전세계에 800여 품종이 있으며 국내에 재배되고 있는 것은 봉래시,
마스이도후인, 바나네 세 품종이 대부분이다.
이 중에서도 '마스이도후인'이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흔히 '도후인'이라 부른다. '
도후인'은 1970년 일본이 미국에서 도입하여 육성한 품종이다.
1 8월 말부터 수확되는 '도후인'이다. 국내 재배 무화과 중에 이 품종이 제일 많다.
2 무화과는 꽃이삭이다. 저 둥근 꽃이삭 안에 꽃이 있다. 즉, 과일이 아니다.
3 읍내에 있는 영암군 상징물이다. 풍요로운 농촌을 표현하였다. 뒤로 보이는 산이 월출산 천황봉이다.
무화과(無花果)를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꽃이 없는 과일"이다. 생물학적으로는 잘못 붙은 이름이다.
우리가 먹는 무화과는 과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그란 무화과 안에 총총히 박혀 있는 가느다란 실 같은 줄기가 꽃이다.
그러니까 이 꽃을 두툼한 꽃이삭이 싸고 있는 것인데, 우리는 이 꽃이삭과 꽃을 과일이라 생각하고 먹는다.
무화과를 먹을 때 잘게 씹히는 알갱이가 씨앗이다.
영암무화과클러스터사업단의 공동 브랜드가 "꽃을 품은 무화과"인 것은 그 생물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한 것이다.
무화과는 나뭇가지와 잎사귀 사이마다 하나씩 달린다. 봄이면 아래에서부터 무화과가 달리기 시작하여
여름이 되면 먼저 열린 것이 익는데, 여름에도 계속 나뭇가지 끝으로 새 잎이 나오면서
무화과가 맺혀 늦게는 11월까지 무화과를 거둘 수 있다.
도후인'은 8월 말부터 나와 11월 중순까지 딸 수 있으며, '바나네'도 비슷하다.
봉래시'는 10월 들어서야 거둘 수 있으며 11월 상순까지 딴다.
늦은 가을에 새로 나온 무화과는 겨울을 넘기고 봄에 익기도 하는데, 우리 땅에서는 이런 무화과를 보기 어렵다.
전남 영암군은 남녘의 땅이다. 서쪽으로 목포, 남쪽으로 해남, 강진과 맞닿아 있다.
영암에서도 무화과나무가 주로 재배되는 지역은 삼호면이다.
삼호면은 위로는 영산강이 흐르고 아래로는 영암호가 있어 흡사 서쪽으로 뻗은 반도 모양을 하고 있다.
낮은 구릉이 흩어져 있고 그 구릉 사이사이에 좁은 평야가 있다.
여름엔 덥고 습하며 겨울에도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드물다.
아열대 식물인 무화과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영암에 무화과나무를 본격적으로 재배하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76년 동아일보 기사에 의하면 1970년 삼호농협 조합장인 박부길 씨와 그의 부인인
최수자 씨가 외국에서 무화과나무를 가져와 경제 작목으로 퍼뜨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때 지금의 주력 품종인 '도후인'이 도입되었다.
영암군은 2010년 현재 600여 농가가 300헥타르의 면적에서
무화과나무를 재배하고 있으며 연간 4,000여 톤의 무화과를 생산하고 있다.
무화과는 수확 작업이 특히 고되다. 새벽 4시쯤에 어둠 속에서 따기 시작하여 해가 뜨면 작업을 끝낸다.
무화과나무 잎사귀에 긁히면 가렵고 시간이 지나면 빨갛게 발진이 일어 쓰리다.
이를 피하기 위해 긴 바지와 긴 소매의 윗옷을 입거나 토시를 한다.
또 무화과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 목장갑을 끼고 그 위에 위생장갑을 또 낀다.
여름 뙤약볕에 이런 중무장을 하고서는 버티지 못하니 새벽 일을 하는 것이다.
무화과나무는 남녘에서만 자라고 재배 면적도 많지 않아 무화과는 그리 친숙한 과일이 아니다.
또 무화과는 쉬 물러져 냉장유통을 하여도 매장에 하루 이상 둘 수가 없어
유통업체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려 들지도 않는다.
그래서 생산 현지에 가지 않으면 쉬 맛볼 수 없었다. 최근 들어 냉장유통 시스템이 발달하면서
수도권에서도 가끔 볼 수 있지만 "웬 열대 과일?" 하며 신기하게만 바라보는 소비자들이 다수이다.
무화과의 매력은 달고 부드럽다는 것이다.
향은 그리 진한 것은 아니지만 약간의 아릿함이 혀끝을 자극하여 묘한 쾌감을 준다.
햇볕이 더 강렬해질수록 무화과의 당도는 높아지고 향은 짙어진다. 남도 여름 맛에 이만한 진객은 또 없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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