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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나물 신안 함초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7. 1. 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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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 함초 바다의 나물 전남 신안군은 무안군과 연결된 지도읍의 조그만 육지 외에는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br>섬 연안은 수심이 낮고 개펄이 잘 발달해 있다. 여기에서 함초가 많이 난다.   


함초 세계 곳곳의 개펄과 내륙 바다호수의 습한 땅에서 자생하는 식물이다.

지구상에 60여 종의 함초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황해와 남해의 개펄에서 자란다.

특히 황해의 염전 주변에 많이 난다. 함초의 우리말은 퉁퉁마디이다. 퉁퉁한 마디가 이어져 있어 이런 이름이 붙었을 것이다.

중국의 옛 의학책인 [신농초본경]에 함초()라고 적혀 있어 근래에 이 이름을 따와 흔히 쓰고 있다.

함초의 학명은 Salicornia herbacea L. 이다. 명아주과의 한해살이풀이다.

봄이면 싹이 돋고 여름과 가을 사이에 조그만 꽃을 피운다.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들고 겨울이 오면 말라 죽는다.



  

아직 어린 함초이다.

함초는 바닷물이 들락거리는 개펄에 자라는데, 다소 딱딱한 개펄에서 더 잘 자라는 것으로 보인다.




세계인이 먹는다

바닷가, 바다호숫가 그리고 암염 지대에서 자라는 식물을 염생식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소금기가 있는 지역에서 자란다고 다 염생식물인 것은 아니다.

식물 세포 안에 많은 소금기를 머금고 있으며 이를 이용한 삼투압 작용으로

개펄의 수분을 빨아들이는 식물이라야 염생식물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염생식물은 줄기와 잎이 다육질인 것이 많다. 줄기 또는 잎이 통통한 것이다.

우리나라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염생식물로는 함초 외 나문재, 칠면초, 해홍나물 등이 있다.

함초는 퉁퉁한 마디가 연결되어 있는 줄기로 판별이 되는데, 나문재와 칠면초, 해홍나물은 그 구별이 쉽지 않다.

나문재와 칠면초, 해홍나물의 어린 것은 예부터 먹었다. 그런데 함초는 예부터 먹었다는 말이 전하지 않는다.

함초를 흔히 접하였을 지역의 주민들도 예전부터 함초는 먹지 않았다고 말한다.

온갖 식물들에 대해 기록해놓은 [동의보감]에도 이 함초는 기록이 없다.

1990년대 중반 한국의 민간의학 연구자들이 이 함초를 약초로 알리면서

한반도에서의 함초 식용이 시작된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함초를 영어로 Glasswort 라고 한다. 함초에는 칼륨이 많은데 16세기 영국에서 이를 채취하여

유리를 제조하는 소다로 사용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Salicornia, Samphire 이라고도 한다.

서양에서는 이 함초를 식용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 샐러드로, 각종 음식의 고명으로 쓴다.

생으로 쓰기도 하지만 피클로 담아 쓰기도 한다. 음식으로서의 함초 이름은 달리 부른다.

Sea Beans, Sea Asparagus 라고 한다. 바다의 콩, 바다의 아스파라거스라고 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퍽 친숙한 ‘채소’로 여긴다. 일본에서도 이 함초를 음식에 다양하게 이용하고 있다.



재배 역사는 아직 짧다

1990년대 함초가 한국 시장에 처음 소개될 때만 하더라도 자연에서 채취하는 것만으로 그 공급이 충분하였다.

2000년대 들어 소비량이 늘자 여러 지역에서 함초 재배가 시도되었다.

자연에서 잘 자라는 것이니 가을에 씨앗을 받아다 그 해 늦가을에 개펄에 뿌리는 일이 전부였다.

최근에는 본격적인 함초 재배에 나서는 곳들이 생겼다. 특히 염전에서 잘 자라 폐염전을 활용한 함초 재배가 늘고 있다.

신안의 함초 재배 면적이 넓은 것도 염전이 많기 때문이다.

염전은 바닷물을 농축하는 증발지와 그 농축 바닷물이 소금으로 엉기는 결정지로 되어 있다.

결정지에는 대부분 비닐이 깔려 있어 함초가 자라지 못하지만 증발지는 바닥이 개흙이라 함초가 잘 자란다.

예전에는 증발지의 함초는 제거 대상 식물이었다. 함초가 바닷물에 햇볕 받는 양을 줄이므로 농약까지 쳐서 없앴다.

이제는 천일염보다 함초를 생산하는 것이 더 큰 이득이 된다며 염전을 함초밭으로 만드는 일이 늘고 있다.

최근 이 함초에 예상치 못한 해충이 생겼다. 퉁퉁마디뿔나방이다.

2006년 경기 지방에서 처음 발생한 이후 2009년 신안에까지 번졌다.

함초의 줄기에 알을 까고 그 애벌레가 함초를 갉아먹는 해충이다.

신안에서 가장 넓은 함초 재배 면적을 가지고 있는 곳은 증도이다.

증도는 슬로시티로 지정되어 있어 이 해충을 잡기 위해 살충제를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2011년 농촌진흥청의 연구에 의해 퉁퉁마디뿔나방 퇴치법을 개발했다는 소식이 있다.

함초 재배가 아직 초기의 일이라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을 것이다.




신안군은 거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다.

증도에서 먼 바다를 보고 찍은 사진이다. 눈에 보이는 육지는 다 신안의 섬이다.

염전의 증발지에 함초가 자라고 있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지난 가을에 씨앗을 뿌린 것이다.




함초가 약초이면 안 된다

한국인들은 함초를 약초로 대한다. 환으로, 가루로 만들어 이를 먹는다. 함초를 함유한 각종 건강식품도 나와 있다.

짠맛의 함초에 또 짠맛의 소금을 더하여 함초소금을 만들기도 한다. 함초 음식을 내면서도 ‘약초음식’이라며 판다.

서양에서는 함초는 채소이다. ‘바다에서 나는 콩이거나 아스파라거스’ 정도의 채소이다.

함초를 이용한 건강 마케팅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가공제품도 피클은 있어도 가루니 환 같은 것은 안 보인다.

한국음식문화 중 특이한 것이 음식을 약으로 생각한다는 점이다. 함초에 미네랄이 많은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몸이 필요로 하는 각종 미네랄을 함초로만 채우겠다고 덤비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여러 음식을 골고루 먹다 보면 건강을 저절로 챙겨지는 것이다.

특정의 농산물을 건강식품으로 인식되게 하는 전략은 단기간에 소비를 급격히 늘릴 수 있지만

그 유행 주기가 짧아 순식간에 시장에서 사라지는 일이 허다하다.

함초를 그냥 맛있는 식물 정도로 여기고 여기에 맞는 음식을 꾸준히 보급하는 것이 함초를 오래오래 살리는 길일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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