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의 원산지는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로 알려져 있다. 유럽인들에 의해 세계에 번졌다.
한반도에는 16세기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호박은 크게 동양계, 서양계, 페포계, 잡종계, 흑종계 다섯 종으로 나눈다.
이 중에 동양계와 서양계, 페포계를 식용으로 재배한다. 한반도에서 오래 전부터 흔히 재배하는 호박은 동양계이다.
애호박도 동양계 호박의 어린 열매를 말한다. 근래 들어 많이 먹고 있는 단호박은 서양계이다.
단호박은 1920년대 일본인들에 의해 한반도에 전래되어 한때 왜호박이라 불리기도 하였다.
볶음 요리 등 애호박과 비슷한 용도로 쓰이는 쥬키니는 페포계이다. 쥬키니는 1950년대에 한반도에 들어왔다.
막 자라는 중인 애호박이다. 끝에 아직 꽃이 달렸다. 이 크기면 앞으로 사흘 후 딴다.
조선시대 한반도에 전래된 호박은 순식간에 번졌을 것이다. 가꿀 것도 없이 워낙 잘 자라기 때문이다.
봄에 담장 밑이나 텃밭에 씨앗 두어 알을 심고 그 옆에 거름 한 뭉텅이만 덮어놓으면 호박은 무성히 자란다.
꽃이 피는가 싶으면 단 며칠 만에 커다란 열매를 단다. 덜 여문 호박을 애호박 또는 풋호박이라 하고,
이를 따다가 국에 넣기도 하고 나물, 부침개를 해먹었다.
가을에 다 익은 호박은 청둥호박 또는 늙은호박이라 하고, 이를 겨우내 보관을 하면서
호박죽, 호박범벅 등을 해서 먹었다. 호박잎도 따다 쪄서 나물과 쌈으로 먹었다.
힘들이지 않고 먹을 것을 얻으니 농가마다 호박을 심어 한반도 사람들에게는 매우 친숙한 식물이 되었다.
호박의 상업적 재배는 일제시대 때부터 있었으며 한반도의 산업화가 진행된 1960년대 이후 농촌에 급격히 번졌다.
호박이 잘 자란다 하지만 노지에 관리하지 않고 두면 한 포기에 대여섯 개의 호박을 얻을 수 있을 뿐이다.
이 무렵 약간 길쭉하여 곤봉처럼 생긴 호박이 애호박 수확용 재배 품종으로 보급되었다.
호박이 마디마디 많이 달린다 하여 마디호박으로 불리었다. 이 역시 동양계의 재래호박이지만
동그란 공 모양의 애호박에 익숙한 소비자에게는 조금 낯선 것이었다.
동그란 공 모양의 애호박은 길쭉한 곤봉 모양의 애호박에 비교하여 한때 조선호박이라고도 불리었지만
최근에는 재배 면적이 줄어 시장에서 잘 볼 수가 없다.
애호박은 한국음식에 널리 쓰인다. 간단한 양념만 하여도 애호박나물은 맛있으며,
한국인의 밥상에 흔히 오르는 된장국에 이 애호박이 감초처럼 들어간다.
해물로 하는 국에도 애호박은 필수의 식재료이다.
그러니 애호박은 사철 재배된다. 대부분 비닐 하우스 애호박이다. 남부 지역에서는 가을부터 이듬해 봄까지,
중부 지역에서는 그 뒤를 이어 봄부터 가을까지 애호박을 수확하는 작형을 유지하고 있다.
기온 등 재배 환경에 따라 출하기를 달리하여 시장을 분점하고 있는 것이다.
출하기를 달리하고 있다 하여도 애호박 수확 시기가 겹치는 일이 흔히 일어나며 그럴 때면
가격은 폭락하고 애호박은 농민의 ‘애를 태우는 호박’이 된다.
충북 청원군은 전국 애호박 생산량의 20% 정도를 낸다.
옥산면과 강외면 등 미호천을 곁에 두고 있는 농지에서 애호박 농사를 짓는다. 예전에 이 땅에는 수박농가가 많았다.
그러나 땅이 차지고 미호천 곁의 땅이라 습기가 많아 수박이 달지 않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1990년대 초부터 수박을 버리고 애호박으로 작물을 서서히 바꾸어 이제는 이 지역의 130여 농가가 애호박 농사를 짓고 있다.
청원에서는 3월에서 7월까지 나오는 봄여름 애호박, 9월에서 12월까지 나오는 가을겨울 애호박 등 두 작기의 애호박을 낸다.
딸 만한 크기의 애호박이다. 여름이면 꽃을 달고 나서 7~10일 사이에 거둔다. 금방 자란다.
호박은 그냥 두면 줄기가 바닥을 기므로 중간에 줄을 쳐서 이 줄에 줄기를 묶어 키운다.
애호박을 재배할 때 텃밭에서는 거름 한 뭉텅이면 된다 하지만 상업적 재배에서 그렇게 하면 망한다.
한 포기에 최대한의 애호박을 달기 위한 노력은 여느 농사에 드는 그것과 같다.
줄기가 오르면 일일이 이를 잡아 줄에 묶어야 하며 덩굴손과 수꽃은 따주어야 한다.
암꽃은 인공수정을 하고 불량과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은 솎아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여 봄여름에 거두는 애호박은 한 포기에 30개, 가을겨울에 거두는 애호박은 한 포기에 15개 정도이다.
호박이 덩굴째 굴러들어온다’는 속담이 있다. 호박은 곧 복을 말하는 것이니 호박을 귀히 여겼다는 뜻이다.
시장에 흔하디흔한 애호박이지만 농민의 재배 공력을 생각하면 참 귀한 것이다.
커다란 호박꽃
호박의 암꽃이다. 꽃 뒤에 아직 자라지 않은 작은 애호박이 붙어 있다.
호박이 자라면서 꽃은 시들어 호박에서 떨어진다. 호박꽃은 상당히 크다.
꽃이 만개하기 전의 것을 따다가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한다. 안에 고기를 채워 찌는 요리가 있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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