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는 인류가 농경문화를 열면서 재배하기 시작한 작물이다.
야생종 보리를 채집해 먹다가 그 씨앗이 떨어져 싹이 돋고 알곡을 맺는 것을 보고 재배를 시도하였을 것이다.
한반도에서도 먼 선사시대 유적에서 보리의 흔적이 발견된다.
학자들은 보리의 기원지를 중앙아시아 일대로 보고 있으므로 중국 대륙을 거쳐 한반도에 전파되었을 것이다.
보리를 흔히 한자로 맥(麥)이라 이르는데 고려시대부터 보리를 대맥(大麥), 밀을 소맥(小麥)이라 분류하였다.
보리와 밀의 전파 경로, 재배 시기, 모양새 등이 비슷하여 이런 분류가 생겼을 것이다.
찰쌀보리와 찰겉보리가 섞였다.
약간 노란색이 도는 보리쌀이 찰쌀보리이다.
빵보다 밥
보리는 대체로 가을에 벼를 거두고 난 다음 그 땅에 파종을 하여 이듬해 초여름에 수확을 한다.
이 재배 시기는 밀과 같다. 보리 대신 밀을 심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반도의 조상들은 밀보다 보리를 더 많이 심었다.
보리는 기장, 조, 콩, 쌀과 함께 오곡에 들지만 밀은 여기에서 빠진다.
그 까닭은, 한반도 사람들이 밥을 -빵이 아니라- 주식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밥은 알곡 그 자체를 삶거나 쪄서 먹는 음식인데, 그 알곡의 밥을 해먹기에는 밀보다 보리가 여러 모로 편하였던 것이다.
한때 우리 밀 살리기 운동이 크게 일어났었는데 한반도 음식 역사에서 밀과 보리의 중요도를 비교하면
살리기 운동’의 대상은 보리여야 하는 것이 맞았을 것이다.
1970년대 이후 한반도에서 쌀 자급의 역사가 열리자 그 대체 알곡인 보리의 재배 면적이 급격이 줄어들었는데,
한반도의 주식이 밥에서 빵으로 바뀔 것이 아니면 밥맛의 다양화를 위해서라도 보리를 살릴 필요가 있다.
보리는 겨울에 자라므로 병충해가 붙지 않아 농약에 안전하고, 쌀에 부족한 여러 영양성분을 보충해줄 수 있는 건강식품이다.
또 쌀과 함께 밥을 하면 다소 밋밋한 밥맛에 강조점을 둘 수 있다. 더더욱 제분을 하여 빵을 만들 수 있으며,
그 보리빵 맛은 밀빵에 비해 모자람이 없다. 보리국수도 가능하다.
보리는 크게 겉보리와 쌀보리로 나뉜다.
껍질이 종실에 달라붙어 분리되지 않는 것을 겉보리, 껍질이 종실에서 쉽게 분리되는 것을 쌀보리라고 한다.
또, 보리는 아밀로오스 함량에 따라 그 찰기가 달라지는데 찰기가 많은 보리는 찰보리, 찰기가 적은 보리는 메보리라 한다.
그런데, 겉보리에도 찰보리와 메보리가 있으며, 쌀보리에도 찰보리와 메보리가 있다.
보통 쌀에 섞어서 밥을 하는 보리는 찰보리인데 찰겉보리와 찰쌀보리 이 두 종류의 보리라고 보면 된다.
시중에서는 찰겉보리는 그냥 찰보리라 하고 찰쌀보리는 그 이름대로 찰쌀보리라고 부른다.
최근에 흰찰쌀보리라는 품종이 인기이다. 이름에 ‘흰-’이라 붙어 있지만 약간 노란색을 띈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노랑찰보리, 노랑보리라고도 한다.
보리는 찰보리 계통의 것이 재배 면적의 70~80%를 차지한다.
메보리는 보리차 같은 가공용으로 일부 재배되고 맥주 가공용의 맥주보리도 남부 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찰보리는 밥에 섞는 것 외에 최근에는 보리빵 수요가 커지고 있다. 메보리로는 보리부침개, 보리국수 등의 음식이 가능하다.
일본에서는 보리국수가 오래 전부터 지역의 전통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한반도에서도 먼 선사시대 때부터 보리를 먹었으니 보리국수 전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콤바인이 수확을 하고 있는 보리밭이다. 봄에는 아름다운 청보리밭 풍경으로 유명한 그 장소이다.
다 익은 보리이다. 익으면서 수분이 달아나 바람에 목이 꺾인다. 장마 전에 거둔다.
보리는 전남 영광과 해남, 전북 고창, 김제, 군산 등지에서 많이 재배한다.
그 중에 고창 보리가 꽤 높은 소비자 지명도를 얻고 있다. 고창의 보리밭은 구릉 밭이 많은데,
이 구릉의 보리밭이 아름다워 매년 봄 청보리밭 축제를 열고 소비자를 끌어들여 얻어낸 성과이다.
또 고창의 보리는 밭보리여서 여타 지역의 논보리에 비해 알곡이 굵고 맛있다는 평가가 있다.
대부분 찰쌀보리를 심고 있으며 일부 구릉 밭에는 찰겉보리를 심는다.
찰겉보리가 청보리일 때 더 아름답게 보이기 때문이다.
식량만 생산하는 농업을 넘어 소비자에게 아름다운 경관까지 제공하는 농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한 사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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