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 순무는 겨자과의 한해살이 또는 두해살이 식물이다. 이름은 무이지만 식물학적 계통으로는 배추에 가깝다.
겉모양으로 봐서는 무인지 배추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잎사귀가 무처럼 길쭉한 것도 있고 배추처럼 넓은 것도 있다.
맛도 무 같이 시원하고 달콤한 맛이 나는가 하면 배추 뿌리의 싸아한 향이 나기도 한다.
꽃은, 네 장의 노란 꽃잎을 단 꽃이 줄기 끝에 몰려 피는데, 배추꽃과 구별되지 않는다.
순무의 염색체수는, 무와 다르고 배추와 같다고 한다. 강화순무약쑥시험장 강화정 재배육종팀장은
순무는 배추의 한 종류로 봐야 하며, 순무의 맛이 옛날 조선배추의 뿌리 맛과 비슷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에 육종된 배추(포기배추)의 조상이 순무일 것”이라고 말했다.
1 창후리 돈대에서 본 석양이다. 강화도는 석양이 예쁜 섬이다.
2 강화 순무의 윗부분은 바깥에 노출되어 자란다. 그 노출된 곳의 색깔은 보라색이다.
3 강화의 하우스 재배 순무이다. 겨우내 싱싱한 순무를 낸다.
순무는 전세계에 여러 종류의 것이 재배된다. 모양과 때깔이 실로 다양하다.
조그맣고 빨간색의 레디쉬도 순무 중 하나이다.
강화 순무는 중국에서 전래되어 삼국시대 때부터 재배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화 순무는 한반도의 긴 순무 역사에 흥미로운 사실(史實) 하나를 보탠다.
조선의 국운이 기울어가던 무렵인 1892년 12월 고종은 근대 해군 교육을 실시하기 위해 영국 총영사에게
해군 교관 파견을 요청하고 1893년 3월에는 해군학교 설치령을 반포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의 해군사관학교 격인 통제영학당이 강화읍 갑곶리에 세워진다.
당시 영국정부에서는 군사교관으로 콜웰(W.H. Callwell) 대위와 조교 커티스(J.W. Curtis) 하사를 파견하는데,
이때 콜웰이 영국의 순무 종자를 가져와 강화읍 갑곶리의 사택 주변에 심었다고 말이 전한다.
당시까지의 강화 순무는 뿌리가 흰색이었는데 콜웰의 순무는 보라색을 띄었다. 지금의 강화 순무로 널리 알려진 그 색깔이다.
그러니까 콜웰의 순무가 강화에 크게 번져 지금의 명성이 쌓인 것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강화의 농민들은 콜웰의 순무 그 품종 그대로 대물림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순무는 교잡이 쉽게 이루어지는데,
오래 전부터 내려오던 토종 순무와 영국 콜웰의 순무가 서로 섞이면서 강화만의 독특한 순무가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실제로 강화 순무는 씨앗을 종묘상에게서 사는 것이 아니라 농가에서 자가채종을 하여 재배하고 있다.
그래서 같은 밭에서 나는 순무도 흰색일 때가 있고 보라색일 때도 있다.
최근 강화군농업기술센터에서 강화 순무 종자를 채집하여 그 중 우수한 개체를 선발하는 작업을 했는데,
우선 두 종류의 품종을 안정화하기로 하고 ‘백색마니’와 ‘적색마니’를 국립종자원에 품종등록 출원을 하였다.
강화의 산인 마니산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또, 일부 농민들은 ‘콜웰’ 이전에도
강화에 보라색의 순무가 있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강화 농민들은 대부분 순무 농사를 짓는다. 자가소비용이며 일부는 판매를 한다.
상업적으로 순무를 키우는 농가는 200여 가구쯤 된다. 9월경 파종하여 겨울 초입에 수확을 한다.
순무는 저장성이 뛰어나 냉장만 잘하면 2년간 두어도 된다. 겨울 채소로 인기가 높아 요즘은 하우스 재배도 흔하다.
강화 하면 순무를 떠올릴 만큼 브랜드력도 있다. 그러나 아직 대중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가격 때문이다.
순무의 단위면적당 생산량이 무의 5분의 1 정도이다. 무에 비해 크기가 작아 그런 것이다.
농가 입장에서는 무보다 5배는 비싸게 팔아야 이윤이 남는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순무를 무의 일종으로 보고 있으니
5배의 돈을 주고 순무를 구입한다는 것이 ‘황당’할 수도 있다. 무도 아니면서 무란 이름을 달아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강화 순무의 가치를 식품에만 두지 않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간질환, 당뇨, 고혈압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에 근거한 것이다.
15년 전 강화에 들어와 순무 농사를 짓고 있는 ‘순무골’(soonmoo.co.kr)의 권국원 씨는 최근 순무나
순무김치 판매보다는 기능성 제품으로 더 많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권국원 씨는 직장생활을 하다 간질환을 얻었는데, 강화 순무를 먹고 효과를 봐 순무 농사를 짓겠다고 아예 귀농을 했다.
순무의 부가가치를 올리면 농가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철학으로 순무로 각종 환과 농축액 등을 만들고 있다.
이 같은 노력으로 그는 2005년 신지식농업인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순무는 흔히 김치로 담가 먹는다. 깍두기나 동치미가 일반적이다. 강화풍물시장에는 이 순무김치를 즉석에서 버무려 판다.
대부분 직접 농사를 지어 거둔 순무로 김치를 담근다. 깍두기는 강화의 또 다른 특산물인 밴댕이젓갈을 넣기도 하는데,
순무의 싸아한 겨자 향에 짙은 밴댕이젓갈이 보태어져 독특한 강화만의 맛을 낸다.
순무동치미는 겨자 향이 짙어 일반 무로 한 동치미보다 시원한 느낌이 더 있다. 약간 맵다는 기분도 든다.
순무를 익히면 단맛이 많아지고 감자 비슷한 질감이 나는데, 이렇게 응용하는 요리는 보이지 않는다.
강화 순무를 대중화하자면 서양의 다양한 순무 익힘 요리를 우리화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이다.
강화풍물시장에 제일 많은 채소
대도시 대형 농산물 매장에서도 순무는 없다. 생산량이 많지 않고 소비도 활발하지 않으니 갖다놓기 부담스러운 것이다.
강화풍물시장에서는 사정이 다르다. 채소 가게마다 순무가 쌓였다. 강화풍물시장의 주고객은 강화도 나들이 온
수도권 사람들인데, 그들이 기념으로 사가는 양이 상당하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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