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산은 여수의 남쪽에 있는 섬이다. 뭍과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동백꽃이 아름답기로 이름 나 있으며, 섬 동쪽 끝으로는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향일암이 있다.
여수 돌산이라는 이름이 전국에 널리 알려진 것은 동백꽃과 향일암의 일출 덕만이 아니다.
갓김치 덕이 더 컸다. 갓김치 하면 돌산이 연상되고 돌산 하면 갓김치가 떠오른다.
1 갓을 거두고 있다. 바닥에 깔린 것은 웃자라 억셀 수 있으므로 버린 것이다.
2 갓의 꽃이다. 유채꽃과 비슷하다. 꽃대가 위로 올라오면서 한 달 정도 계속 지고 핀다.
3 갓 담은 갓김치이다. 묵히면 갓이 약간 붉은색으로 변한다. 생것과 묵힌 것의 맛 차이가 크다.
갓은 십자화과의 한해살이 풀이다. 특유의 향과 매운맛이 난다. 갓의 씨앗은 겨자이다.
냉면이나 냉채에 넣어 맵고 상큼한 맛을 내는 노란 겨자가 바로 이 갓의 씨앗으로 만들어진다.
서양에서는 머스터드(Mustard)라 불리며 향신료로 쓰인다.
원산지는 중앙아시아나 히말라야 지역이라는 설이 유력할 뿐 정확하지 않다.
갓은 서양은 물론이고 동양 음식에서도 다양하게 이용된다. 티베트와 네팔 등지에서는 햇볕에 말리거나
소금에 절려 저장하였다가 먹기도 하며, 인도 지방에서는 삶아 요리를 하기도 한다.
갓은 색깔로 따지자면, 크게 적색갓과 청색갓, 적색과 청색 중간의 얼청색갓, 줄기 색이 약간 옅은 김치갓 등으로 나뉜다.
우리 땅에 여러 품종의 갓이 자생하였을 것이나 토종 갓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갓은 적색갓이다.
이 갓은 특유의 향과 매운맛이 강하다. 김치를 담그면 한 이레는 삭여야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시장에서 흔히 보는 갓은 김치갓과 청색갓이다. 적색갓보다 향과 매운맛이 적다. 그러나 이 갓들은
김치를 담근 후 곧장 먹을 수 있어 매운맛을 싫어하고 신선한 채소 맛을 즐기는 요즘 세대의 입맛에는 더 맞다.
돌산에 갓이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일제시대부터이다.
돌산에도 그 이전에 야생하는 갓이 있었고 갓김치를 담가 먹기도 하였을 것이나 밭에 본격적으로
재배한 것은 일본인들이 들여온 청색갓 덕이다.
이 청색갓은 여름에 씨앗을 뿌려 가을에 거두거나 월동을 시켜 이듬해 봄에 수확하였다.
원래는 한해살이풀이나 겨울이 따스한 지역에서는 이처럼 월동을 하는데, 이런 특징으로 인해
돌산에서는 봄, 가을 두 번 갓을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갓은 가용 채소일 뿐이었다.
당시 돌산의 주요 작물은 보리와 고구마였다.
특히 고구마는 주정용 절간고구마로 한 해 13만 가마가 수매되었을 정도로 큰 농사였다.
그러나 지금은 보리도, 고구마도 찾기 어렵다. 1980년대 말 향토음식 붐과 함께 돌산의 갓김치가 전국에 알려지면서
갓 재배면적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1980년대 10헥타르 정도였던 갓 재배면적이 1990년대 말에는 100헥타르로 늘었으며
2010년 현재 350헥타르에 이르고 있다. 1990년대 초 여수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갓을 연중 재배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한 후 보통 3기작을 하므로 연면적으로 따지면 1,000헥타르가 넘는 면적에서 갓이 생산되고 있다.
갓은 봄에 파종하면 60일, 여름에는 45~50일 만에 거둔다.
늦가을에 씨앗을 뿌린 것은 월동을 하고 이른 봄에 수확하는데, 90~120일 정도 걸린다.
농민 입장에서 돈이 되는 것은 봄에 거두는 갓이다. 겨우내 자라는 동안 병해충 피해가 거의 없으니
일손과 돈을 덜 들여도 되고, 이른 봄 시장에 신선한 채소가 많지 않을 때에 수확을 하면 가격도 좋기 때문이다.
또 이때의 갓이 매운맛도 강하고 아삭한 조직감이 뛰어나 김치를 담갔을 때 맛있다.
여름 재배는 장마로 인해 잎이 녹아내리는 피해를 볼 수도 있으며 맛도 다소 떨어져 재배를 꺼린다.
그 대체작물로 최근에는 옥수수를 많이 심는다. 여수시농업기술센터에서는 돌산 지역의 자연환경에 맞는
갓 품종을 개발하여 농가에 보급하고 있다. 품종명이 재미있다. 늦동이, 신동이, 순동이, 짱돌이, 쌈돌이,
꽃돌이 등 수확시기, 맛, 용도 등 품종 특징에 맞추어 이름을 지었다. 특히 꽃돌이는 갓의 노란 꽃이
한 달 이상 피어 경관용으로 인기가 있을 듯하다.
갓김치는 영남 해안 지방에서도 예부터 먹던 음식이다.
그러나 돌산 갓김치 덕에 ‘호남 음식’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다.
그래서 서울 등 대도시에서 전라도식으로 음식을 내는 식당에서는 흔히 갓김치를 내놓는다.
뭐든 걸게 하는 호남 음식이라는 특징을 담으려는 듯 갓김치에 너무 많은 양념이 들어가 맛을 버리는 일이 잦다.
20여 년 갓김치를 담아온 (주)전라도백서방김치의 백봉준 사장은 “최소한의 양념이
갓김치의 맛을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조언한다. 맛있으라고 찹쌀풀을 쑤어 넣고 과일, 양파 등등을
갈아 넣는 게 오히려 잡균의 증식을 가져와 맛을 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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