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무는 ‘여린 무’라는 말에서 나왔다. 잎과 뿌리가 연하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열무가 연한 것은 생육 기간이 짧기 때문이다.
노지에서는 겨울에는 60일, 봄가을에는 40일, 여름에는 25일이면 다 자란다.
겨울이라도 비닐하우스에서는 25일이면 수확을 한다. 열무는 사철 재배된다.
생육 기간이 짧기 때문에 열무 전문 재배 농가에서는 1년에 다섯 차례 정도 씨를 뿌리고 거둔다.
열무를 많이 먹는 계절은 여름이지만 재배 농민들은 봄 열무가 더 맛있다고 한다.
줄기의 아삭한 질감이 더 좋다는 것이다.
1 장항동 논밭에서 본 일산 신도시이다. 이 논밭도 오래 가지 못할 것이다.
2 일산의 한 오리집의 것이다. 일산 열무가 유명해서인지 열무김치를 내는 식당들이 제법 있다.
3 수확작업을 하고 있는 열무밭이다. 열무는 여름에 많이 먹지만 봄의 것이 맛있다.
일산은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와 일산동구의 땅을 말한다.
일산(一山)이란 지명은 1900년대 초 경의선이 부설될 때 일제에 의해 지어진 것이다.
지금의 일산역 자리의 자연 지명이 한메 또는 한뫼였는데, 일제가 이를 ‘하나의 산’으로 해석하고 지은 것이다.
한메 또는 한뫼는 ‘큰 산’이라고 해석하는 것이 맞으며, 그 큰 산은 고봉산이다.
서울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북으로 가다 보면 자유로로 연결되는데, 그 자유로의 초입에서부터
구산동 빠지는 곳까지의 길 오른쪽 전체가 일산이라 보면 된다. 고봉산은 일산 신시가지 너머에 솟아 있다.
일산은 1980년대 신도시로 개발되면서 많은 농지를 아파트와 상가 등에 빼앗겼다.
일산 신도시의 큰 길로만 다니면 이 땅에는 농업이 없는 듯이 보인다. 그러나 도시인의 눈에 안 보이는
많은 땅이 여전히 농지이고 여기에서 다양한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자유로에서 일산 신도시 중간 지역이 농지이다.
한강을 끼고 길게 펼쳐져 있는 충적평야이다. 땅이 걸고 일조량이 많아 한때 ‘일산쌀’이 ‘김포쌀’만큼 유명하였다.
요즘은 시설 채소가 흔하다. 대도시의 ‘텃밭’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일산의 시설 채소 중에 열무가 가장 유명하다. 수도권 시장에서 팔리는 열무의 대부분이 일산 열무이다.
열무를 묶은 검고 빨간 띠에 ‘일산열무’라고 인쇄되어 있다. 일산 농민들은 이 띠를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가락시장에서는 일산 열무가 다른 지역의 열무에 비해 비싸게 거래된다.
다른 지역의 열무에 비해 아삭한 식감과 향이 좋아 가격이 높은 것이다.
1990년대 중반 한 종묘회사에서는 ‘일산열무’라는 이름으로 품종까지 등록하였다. 그
러나 일산에서는 이 종자만으로 열무를 재배하는 것은 아니다.
일산 열무의 유명성에 기대여 종자 장사를 하는 정도의 일로 보인다.
일산 열무가 언제부터 유명하였는지는 기록이 없다.
고양시농업기술센터 등에서도 일산 열무에 대한 자료를 정리해 두고 있지 않다.
지역 농민들은 50여 년 전부터 일산 열무가 서울 서부권 시장에서 석권을 하였다고 증언한다.
일산은 수색을 거쳐 신촌에 이르는 길이 직선의 거리인데 그 길을 따라 일산 열무가 서울 시장에 나가 팔렸을 것으로 보인다.
일산 민속지 등의 자료에 의하면 일산에 시설 채소가 널리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로 기록하고 있다.
서울이 본격적으로 거대 도시로 커져나갈 때의 일이다. 그 즈음부터 일산 열무의 명성이 생기지 않았나 싶다.
일산 열무 집단 재배 지역은 장항동 일대이다. 자유로 장항IC에서부터 킨텍스IC까지에 있는 농지이다.
호수공원을 등지고 한강을 바라보고 있는 땅이다. 비닐하우스가 집단으로 길게 늘어서 있는데,
열무 아니면 얼갈이배추, 시금치, 상추 등이 재배된다. 열무 한 품목만 재배하는 농민은 적다.
시설 채소는 가격 진폭이 심해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것이다. 2010년 올해 봄의 열무는 가격이 상당히 높다.
기온이 낮고 일조량이 적어 배추 등 다른 채소의 작황이 좋지 않자 열무로 수요가 몰린 덕이다.
농민들은 3년에 한 번 꼴로 올해처럼 대박을 치거나 반대로 쪽박 차거나 한다고 말한다.
객토가 되어 옛 땅의 성질이 많이 없어졌다 해도 한강이 범람하면서 만들어놓은 충적지답게 땅이 차지고 걸다.
질참흙이라 물을 뿌리면 진탕이 되고 마르면 단단하다.
이런 땅에서 자라는 채소는 뿌리가 튼실하고, 따라서 잎 등의 조직이 단단하다.
농민들은 일산 열무의 명성은 이 땅 덕분이라고 말한다. 또 하나 눈여겨 보이는 것은, 물이다.
비닐하우스 하단에는 붉은 띠가 형성되어 있는데 지하수를 뿌리면서 그 물 속의 철분이 묻은 것이다.
철분 외 미네랄이 많을 것이다. 이 지역의 비닐하우스는 거개가 이렇게 붉게 물들어 있다.
일산의 열무 재배 농민들은 늘 일손 부족에 시달린다.
여느 농촌이든 일손 문제는 다 같은 실정이지만 일산은 신도시이다 보니 그 사정이 더 심각해 보였다.
외국인 노동자라도 농가에 우선 지원되었으면 하였다.
일산의 논밭에서 만난 일꾼의 절반은 외지에서 온 할머니, 절반은 외국인 노동자였다.
할머니들의 일당은 하루 11시간 정도 일하고 4만 원을 받았다.
열무를 뽑고 묶는 일이 고돼 보이지는 않았으나 지루한 작업인 것은 분명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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