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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시장 건어물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7. 1. 25.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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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부시장 건어물 도심 한복판의 한반도 바다 중부시장은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다. 바다와는 먼 거리이다.<br>새벽에 그 먼 바다의 건어물이 이 시장으로 모인다. 대형 마트로 인해 쇠락해가지만, 질 좋고 싼 것은 여전하다.

해산물은 쉬 상한다. 냉장과 냉동 설비가 없던 옛날에는, 이 해산물을 말리거나 소금에 절여 보관하고 운송하여 먹었다.

명태, 조기, 고등어, 갈치, 가자미, 새우, 멸치, 전복, 오징어, 문어 등등 거의 모든 해산물을 이렇게 건어물로 만들었다.

싱싱한 해산물을 보관할 수 있는 냉장과 냉동 설비가 충분한 지금에도 이 건어물은 여전히 생산된다.

해산물이 말려지고 절여지면서 맛에 변화가 생기는데, 이를 즐기는 일이 굳어진 것이다.

한반도 삼면의 바다에서 해산물은 말려지고 절여지지만, 이 건어물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은

서울 중구 오장동에 있는 중부시장이다. 시장 안의 1,000여 건어물 가게가 한반도 전역의 건어물을 팔고 있다.




중부시장의 주요 품목 중 가장 많은 것이 멸치이다.

국물용과 반찬용으로 그 수요가 많은 건어물이다.

  



강압에도 버틴 건어물 전문 시장

조선이 한양에 도읍을 정하고 성을 쌓은 후 사대문 안에 시장을 열었다.

지금의 종로와 남대문로에 행랑을 세우고 칸을 지어 상인에게 임대를 하였다. 이를 시전이라 한다.

상인들이 판매하는 품목을 정해주었는데, 어물전도 있었다. 당시의 교통 사정으로 보아 건어물이 주종을 이루었을 것이다.

수산물 전문 시장의 효시는 1905년 경성역 앞에 선 경성수산시장이다. 1912년에는 명동에 경성어시장에 섰다.

대체로 일본인이 소비하는 생선이 팔렸다. 1927년 경성 내 수산물 시장들은 의주로2가의 경성부수산시장으로 통합되었다.

의주로2가의 수산시장은 해방 이후에도 이어지다가 1975년 노량진으로 이전하여 지금의 노량진수산시장으로 발전하였다.

1985년에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이 개설되면서 여기에도 수산물 시장이 섰다.

건어물은 노량진시장, 가락동시장, 또 경동시장에도 제법 큰 상권을 가지고 있는데,

중부시장이 이들 시장과 다른 점은 건어물 전문 시장이라는 것이다. 건어물 거래 물량으로는 가락동이 가장 많을 것이나,

건어물 전문 시장으로는 중부시장이 국내에서 가장 크다.

중부시장은 1957년에 개설하였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의 중간에 있다.

애초 중부시장은 건어물 전문 시장으로 세워진 것은 아니었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의 포화한 상권을 나누기 위한 시장이었다. 1980년 중부시장 일제 정비를 하면서

봉제공장 225개소를 폐쇄했다는 기록을 보면 개장 초기에는 다소 복잡한 형태의 시장이었을 것이다.

남대문시장과 동대문시장의 건어물 상인들이 집중적으로 중부시장으로 옮겨온 것은 1960년대 중반으로 알려져 있다.

두 시장에서 기반을 닦은 건어물 거상들의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시장이란 물건보다는 그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 할 수 있는데,

서울 건어물 상인들끼리의 어떤 연대감이 중부시장의 집결을 도왔을 것이다.

1977년 종암동 건어물 시장, 1985년 가락동시장이 서면서 중부시장의 상인을 강압으로 옮기려 하였으나

실패한 것을 보면 중부시장 건어물 상인들끼리의 연대 의식은 매우 강렬할 것이다.



한때 굴비로 번성하였다

중부시장은 1980년대에 크게 번성하였다. 굴비 덕이 컸다. 활황 경제로 서울시민의 주머니 사정이 좋았는데,

마침 향토음식 바람이 불었고, 그 향토음식 중 특히 영광굴비가 부각되었다.

백화점에서 향토물산전을 열면 으레 굴비가 ‘메인’으로 내걸렸으며, 없어 못 팔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당시 전남 영광에는 굴비 공장이 몇 곳밖에 없었다.

영광 법성포와 목포 등지의 조기는 냉장 또는 염장되어 중부시장으로 보내어졌고,

여기서 이를 엮어서 서울의 소매시장에 내놓았다.

중부시장은 불 꺼지는 시간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0년대에 들면서 영광 등 지방에서 굴비를 본격적으로

엮기 시작하였고 소매 상권도 대형 마트로 넘어가면서 중부시장은 침체기에 들어섰다.

현재도 굴비 전문 가게들이 굴비 엮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예전에 비하면 극히 적은 양만 유지할 뿐이다.

2011년 현재 중부시장에는 굴비보다 멸치가 더 많다.

그 외 새우, 북어, 황태, 노가리, 쥐치포, 오징어, 문어, 김, 다시마 등이 주로 팔린다.




중부시장의 건어물 진열에는 재래시장의 불규칙함과 풍성함에 더하여 절제의 미가 있다. 편안한 시장이다.

북어, 황태 전문점의 주인이 손님이 원하는 물건을 고르고 있다. 중부시장에서 40년 넘게 이 장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도매는 새벽에 장이 선다

중부시장 개장 시간은 밤 10시 즈음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는 건어물이 도착하는 시간이다.

이 건어물을 받는 이들은 위탁상인이다. 새벽 1시에서 3시 사이에 위탁상은 도매상을 상대로 경매를 한다.

도매상으로 넘어온 건어물은 가게에 진열되어 소매상을 맞게 되는데, 경매 이후 새벽 6시 정도까지 이 도매시장이 선다.

소매상 외에 식당 주인 등이 많이 찾는다. 날이 밝아오면서 중부시장은 소매시장으로 바뀐다.

손님이 일반 소비자라 소매라고 하지만 도매의 가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번에 파는 양이

상자나 묶음 단위인 것이 일반 소매 점포와 다르다. 오후 3~4시면 철시를 하고, 밤 10시에 다시 문을 연다.

아침과 낮 시간에는 일본 관광객의 발길이 잦다. 건어물의 질은 다양하고, 가격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질이 아주 떨어지는 물건은 보이지 않는다. 국산만 있는 것은 아니나, 국산이 대체로 많다.

상인들은 가격과 질에 대해 솔직하고, 대형 마트 때문에 손님이 줄었다면서도 여유로워 보인다.

각박한 서울’과는 다른, 중부시장만의 분위기가 있다.

지역 생산자의 물건을 직접 위탁받아 팔아온 오랜 경험에서 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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