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 여러 국가의 공통된 음식이다.
쌀이나 찹쌀을 가루내어 찌거나, 또 쪄서 찰기를 더하기 위해 떡판 등에서 치거나,
번철에 굽거나 하여 만든다. 한국의 떡은 특히 일본의 떡과 유사하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또 일제강점기에 두 나라의 음식문화가 뒤섞이면서 비슷해진 것이다.
경남 의령군에서는 망개떡을 오랜 역사를 지닌 향토음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망개떡과 똑같은 떡이 일본에서 전통음식으로 전해오고 있어
일제강점기에 한반도에 이식된 일본 떡일 가능성이 높다.
망개떡이 일본에서 유입된 떡이라 '고백'하는 일이 곧 의령 망개떡의 전통성과 향토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2012년 현재 광복을 맞은 지 만 67년이 지났다. 문화는 유입된 후 그 자생력에 따라 토착과 퇴출로 가름이 나는데,
보통은 한 세대, 즉 30년의 기간을 두고 그 문화의 토착 여부를 판단한다.
67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망개떡은 의령에서 흔히 먹으며 또 의령 망개떡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니 의령에 토착화했다고 보아야 한다. 의령 망개떡이 향토음식인 것은 맞다.
망개떡은 망개잎으로 싼 떡이다. 떡은 멥쌀로 빚으며 그 안에는 팥소가 들었다.
일본 카시와모찌와 거의 같은 떡이다.
망개떡과 거의 같은 일본의 떡은 카시와모찌[かしわもち·柏餅]이다.
카시와는 떡갈나무이고, 카시와모찌란 떡갈잎으로 싼 떡이라는 뜻이다.
일본은 5월 5일 단오를 양력으로 쇠고 또 이 날이 어린이날과 겹치는데, 이때에 먹는 절기음식이다.
떡갈나무는 가지에 묵은 잎을 달고 있다가 새 잎이 나오면 그때에야 묵은 잎을 떨구어
'핏줄을 잇는 나무'라는 의미가 부여되어 있고, 따라서 이 날에 떡갈잎으로
싼 떡을 먹음으로써 자손이 대를 이어 번창하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일본의 일부 지방에는 떡갈나무가 없어 그 대용품으로 망개잎을 쓴다.
이 망개잎으로 싼 떡도 카시와모찌라 이른다.
쫄깃한 떡에 소로 팥을 넣고 망개잎으로 싸는데, 의령 망개떡과 다르지 않다
.
일본에서의 카시와모찌 수요는 상당하다. 특히 단오 무렵이면 동네 슈퍼에서도 카시와모찌를 판다.
일본 내에서 거둔 떡갈잎과 망개잎으로는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한때 한국에서 이를 대량 수입하였다.
1960년대부터 경남 지역의 떡갈잎과 망개잎이 주로 수출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떡갈잎보다는 망개잎을 더 많이 가져갔다. 망개나무는 낮게 자라 따기 쉬워 그랬을 것이다.
망개잎은 장기 보관을 위해 소금에 절여서 수출을 하였다.
2000년대 중반에 들면서 떡갈잎과 망개잎의 일본 수출은 크게 줄었으며,
주요 수출품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였는지 품목명도 '기타 식물 잎'으로 바뀌어
최근의 수출 여부와 그 양은 정확히 알 수 없다.
광복 이후, 망개떡은 의령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팔리었다.
목도의 양끝에 유리 상자를 달아 짊어지고 다니는 행상이 이를 팔았다.
유리 상자 안에는 망개떡 외에 또 다른 일본 음식인 팥당고가 들어 있었다.
목도를 짊어진 행상은 시장과 유원지, 해수욕장 등에서 "망개~떠억"을 외치며 다녔다.
이 망개떡 목도 행상은 지금도 서울과 부산의 시장에서 볼 수 있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있었던 행상일 것이다.
의령의 망개떡은 시장에서 팔리었고, 지금도 망개떡 가게들은 시장에 몰려 있다.
의령 망개떡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한 가게는 1956년부터 망개떡을 만들어 팔았다고 한다.
처음엔 방앗간이라 할 수 없을 정도의 작은 가게였는데, 맛있다는 소문에 장사가 잘 되어 지금의 규모는 제법 크다.
음식 장사란, 한 집이 잘 되면 그 곁에 똑같은 음식을 내는 집이 생기기 마련이고,
또 그 덕에 그 처음의 집도 더 번창하게 된다. 의령 망개떡은 그 순서를 그대로 밟고 있다.
한국 내 여타 지역의 망개떡은 차츰 사라져간 반면에 의령의 망개떡은 점점 더 유명해지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0곳 남짓한 의령 망개떡 가게 수로도 벌써 공급 과잉의 조짐이 있어 걱정하는 말도 돈다.
망개떡의 떡이다. 망개잎에 싸지 않아도 이만으로 맛있다.
망개잎 안에 하얀 떡이 들었다는 것이 먹는 재미를 준다.
망개나무는 야산에서 흔히 자란다. 줄기가 꾸불꾸불 옆으로 뻗으며 가지에 작은 가시가 돋아 있다.
잎은 맨질맨질하다. 망개잎은 6월 20일 즈음에 따기 시작한다. 이때의 것이라야 떡을 쌀 만큼 넓어지기 때문이다.
8월 초까지 따는데, 그 이후에는 망개잎에 벌레 자국이 많아 쓸 수가 없다.
망개잎은 소금에 절여 냉장보관하여 1년 내내 쓴다. 떡은 멥쌀을 쓴다.
(찹쌀을 쓰는 데도 있을 것인데, 의령 것은 거의가 멥쌀떡이다.)
가래떡으로 뽑았다가 절편을 만들 듯 누른 후 이를 네모나게 잘라 그 안에 팥소를 넣고 네 귀퉁이를 접어 모양을 잡는다.
이 떡을 두 장의 망개잎으로 감싼다. 떡에는 망개잎의 향이 묻는데, 봄의 풀 내음 같다.
떡이 금방 굳어 당일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냉동을 하여도 된다 하나 녹이면 조직감이 크게 떨어진다.
그러니, 의령에 가서 먹는 게 좋다.
손으로 빚는다
의령 망개떡의 '원조'라 할 수 있는 한 방앗간에서 할머니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일일이 손으로 떡 안에 팥소를 넣고 망개잎으로 싼다. 앉아서 하는 일이라 할머니들은 편안해 보였다.
위생에도 꽤 신경을 쓰고 있었다. 이 작업실 곁에 쌀가루를 내고 떡을 찌는 공간이 따로 있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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