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는 대체로 한반도 어느 지역에서나 잘 자란다. 토질도 가리지 않고 병충해도 적다.
재배기술이 까다로운 것도 아니다. 단위면적당 수확량도 많다.
이러한 고구마의 ‘미덕’으로 한반도 주민들은 이 땅에 들어온 지 200여 년밖에 안 되는 고구마를
수천 년의 역사를 지닌 오곡만큼 친숙한 작물로 여긴다.
1763년 조엄이 대마도에서 고구마를 가져와 이 땅에 심은 이후 1960년대까지
구황작물로 귀한 존재였으며, 현재는 간식과 별식으로 여전히 인기가 있다.
1 이포대교에서 양평쪽을 보고 찍은 사진이다. 대신면에는 남한강이 만들어놓은 강변 밭이 많다.
2 8월 중순부터 고구마가 영글기 시작한다. 한 포기에 댓 개의 고구마가 달린다.
3 직거래하거나 상회에 내는 조그만 밭의 고구마는 밭에서 손질을 한다. 잔뿌리를 떼고 흙을 턴다.
고구마는 더운 지방에서 더 잘 자란다. 그래서 우리 땅에서는 전남과 경남 지방에서 주로 재배되었던 작물이다.
충청도 지역 위, 즉 추운 지방에서는 고구마 대신 감자를 주로 심었다.
여주에 고구마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것이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말이다.
현재 여주에서 고구마 재배 면적이 제일 넓은 곳은 대신면 일대이다. 이 지역은 예부터 땅콩 주산지로 이름이 높았다.
강변의 모래질 땅에 안성맞춤인 작물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1970년대 말 물가 조절용으로 조금씩 수입되던
땅콩이 1980년대 이후 대량으로 들어오면서 대체작물을 찾게 되었고, 그게 고구마로 ‘낙점’된 것.
여주군 읍내에서 37번 도로를 타고 양평 쪽으로 가는 길에 대신면이 있다. 왼쪽으로 남한강을 두고 나 있는 길이다.
대신면 소재지를 지나 양평에 거의 다다르면 이포대교가 있다.
여주읍내에서 이포대교 사이에 걸쳐 있는 이 지역에 고구마밭이 많다.
이포대교 건너 금사면 지역은 산골 풍경이 펼쳐지는데 여기에도 고구마밭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또 땅콩도 재배 면적은 줄었지만 여전히 옛 명성을 유지하고 있어 군데군데 땅콩 파는 가게들도 보인다.
물기가 적고 퍽퍽한 느낌의 고구마를 밤고구마라 하고, 물이 많고 물컹한 고구마를 물고구마라 부른다.
최근에 속이 노란 호박고구마, 보라색의 자색 고구마 등이 인기인데, 이 또한 물고구마에 들며,
이같은 물고구마를 따로 유색 고구마로 분류하기도 한다.
‘밤’과 ‘물’의 분류는 고구마에 함유되어 있는 전분의 양에 따라 결정된다.
보통, 전분 함유량이 23~25%이면 밤고구마이고, 18~19%이면 물고구마이다.
전문 용어로 밤고구마 계열을 ‘분질’ 고구마라 하고 물고구마 계열을 ‘점질’ 고구마라 한다.
전분 함유량이 그 중간인 20% 정도이면 ‘중간질’이라 부르기도 한다.
고구마의 품질은 의외로 다양하다. 국내에 심는 것만 100여 종에 이른다.
올해 여주군농업기술센터에서 여주 지역에 보급한 고구마 품종이 46개 품종이다.
주력 품종은 ‘신건미’라는 밤고구마이며 ‘생미’, ‘신황미’, ‘연미’, ‘해피미’ 같은 유색 고구마도 보급되었다.
품종이 다양하여 농가도 자신이 재배하고 있는 고구마의 품종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이 허다한 실정이니,
소비자가 품종 별로 고구마를 구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고구마의 품종이
고구마 맛에 결정적으로 관여하지도 않으므로 별로 신경 쓸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같은 품종의 고구마라고 하더라도 재배지 환경에 따라 맛이 크게 달라진다는 말이다.
특히 땅이 중요한데, 밤고구마의 품종을 심었다고 해도 물빠짐이 좋지 않은 점질토이면
수분 함량이 올라가고 대신에 전분 함량이 떨어져 물고구마처럼 된다.
또 그 반대로 물고구마를 심었는데 물빠짐이 좋은 사질토이면 밤고구마처럼 될 수도 있다.
원래 농산물이란 제 품종의 특징이 그대로 발현되어야 맛있다.
밤고구마는 밤고구마 맛이 나야 하고 물고구마는 물고구마 맛이 나야 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여주는 밤고구마 재배의 적지라고 할 수 있다. 땅이 모래질이라 장마철에도 침수가 되지 않는다.
또 고구마 비대기(8~9월)에 일교차가 크게 나므로 낮에 잎에서 광합성으로 만든 영양분이
밤에 뿌리로 잘 전달되어 달고 큰 고구마를 달게 된다. 이와 같은 여주의 땅과 기후로 인해
여주 고구마는 껍질의 색이 선명하고 전분 함량이 높아 삶은 밤 같은 질감이 있으며 당도도 높다.
특히 고구마의 모양이 둥글고 골이 깊지 않아 먹기 편하다는 장점이 있다.
여주 고구마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지만, 소비자들의 예측된 소비 활동을 위해 고구마 생산과
유통 관련 종사자에게 꼭 부탁할 것이 있다. 고구마의 전분 함유량 표기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밤고구마인지 물고구마인지 정도의 표기는 꼭 해주었으면 한다. 눈으로 봐서는 구별할 수가 없다.
밤고구마 사서 군고구마 해먹고, 물고구마 사서 고구마밥 하는 실수를 누구든 할 수 있으며,
이런 실수가 잦으면 고구마 맛없다 할 것이고, 그러면 결국 고구마 생산 농가와 상인의 손해로 돌아갈 것이다.
감자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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