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을 ‘미꾸라지’가 아니고 ‘미꾸리’라 한 이유부터 설명해야겠다.
미꾸라지와 미꾸리는 둘 다 잉어목 기름종개과의 민물고기이다.
일반인들이 이 둘을 육안으로 구별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엄연히 다른 종이다.
원래 남원에서 흔히 잡히던 것이 미꾸리여서 ‘남원 미꾸리’라고 한 것이다.
1 남원에 40여 곳의 추어탕 전문점이 있으며, 대다수가 광한루 옆에 몰려있다.
2 남원은 지리산과 섬진강의 지류가 엉켜있어 추어탕 재료들을 쉽게 구할 수 있다.
3 미꾸리 치어들에게 새우 사료를 주고 있다. 남원시는 미꾸리 양식기술을 완벽히 갖추고 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둘 다 생태적으로 비슷하다.
입가에 조그만 수염이 달려 있고 비늘 없이 미끌미끌하며 수면 위로 입을 내밀어
내장호흡을 하고 가물거나 겨울이면 흙 속으로 파고들어간다. 모양새에서 약간 다른데,
몸통이 약간 둥그스럼한 것이 미꾸리이고 세로로 납작한 것이 미꾸라지이다.
그래서 미꾸리는 별칭으로 둥글이, 미꾸라지는 납작이 또는 넙죽이라 불린다.
우리 땅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 미꾸리와 미꾸라지가 함께 살았는데,
미꾸리가 미꾸라지보다 더 강한 종이어서 야생 상태에서 포획을 하면 미꾸리가 더 많이 잡혔다.
그리고 미꾸리가 미꾸라지에 비해 구수한 맛이 더 있어 토종 대접을 받았다.
그런데 요즘 추어탕집에서 쓰는 물고기는 미꾸라지가 대부분이다.
이유는 미꾸라지가 미꾸리에 비해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미꾸리든 미꾸라지든 추어탕감으로 쓰려면 15센티미터 정도에 이르러야 하는데,
치어를 받아와 이 크기에 이르기까지 기르려면 미꾸라지는 1년 내외면 되지만 미꾸리는 2년은 넘겨야 한다.
그러니 양식업체에서는 미꾸라지를 선호하게 되고 추어탕집에서는 이 미꾸라지로 탕을 끓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나이 드신 분들이 추어탕 맛이 예전과 다르다고 불평하는 까닭은 바로 이 재료의 변화에 있다고 보면 된다.
전국 추어탕집 간판 중에 가장 많은 것이 ‘남원 추어탕’이다. 실제 남원에도 추어탕집이 유독 많다.
인구 8만 내외의 중소도시에 추어탕 전문점만 40여 곳이다. 겸업으로 추어탕을 내는 식당까지 합하면 더 많을 것이다.
남원의 지도를 보면 섬진강의 지류들이 핏줄처럼 엉켜 있어 미꾸리나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는 곳이 꽤 된다.
또 인월과 운봉 등 지리산권 지역에서 추어탕에 넣을 수 있는 토란대며 무시래기, 고사리 등을 쉽게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추어탕 해먹을 수 있는 기회가 다른 지역에 비해 잦다 보니 유명 추어탕 전문점이 자연스럽게 생겨나고
너도나도 이를 쫓아서 추어탕집을 낸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남원시에서는 ‘남원 추어탕’을 지역의 산업으로 연결하기 위해 여러 노력들을 하고 있다.
그 중에 미꾸리의 양식과 브랜드 사업이 눈길을 끈다.
현재 중국에서 들여오는 치어들의 대부분은 미꾸라지이므로 이를 국산 미꾸리로 대체하여
남원 미꾸리’를 브랜드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 미꾸리 양식 기술이 확보되어 있으며
남원시 추어 브랜드 육성사업단에서 미꾸리 치어를 분양하고 있다. 다 자란 미꾸리는 다시 수매하여
남원 추어탕 브랜드를 사용하는 음식점에 공급한다. 또 남원에서 생산하는 시래기도 공급할 예정이다.
궁극적으로는 남원이라는 지역명을 사용하는 전국의 추어탕 음식점과 지역의 산업이 연결되게 하겠다는 것이며,
한편으로는 남원 추어탕의 명성을 지키겠다는 뜻도 있다.
남원에서 볼 수 있는 미꾸리의 양식은 크게 논생태식과 지수식, 시설식이 있다.
논생태식은 벼를 심어놓은 논에 미꾸리가 살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키우는 것이고,
지수식은 논에 물만 가두어 양식하는 것이며, 시설식은 인공 구조물을 만들어 기르는 것이다.
논생태식은 미꾸리가 자연 상태에서와 거의 같은 환경에서 자라므로
더디게 크기는 하지만 맛은 확실히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남원시 추어 브랜드 육성사업단에서 육성한 미꾸리를 사용하는 남원시내 음식점은
아직 ‘새집 추어탕’과 ‘현식당’ 등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곧 전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담당자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 확신의 근거로 미꾸리가 미꾸라지에 비해 맛있다는 점을 들었고,
소비자는 맛과 브랜드를 신뢰할 수 있는 ‘남원 추어탕’을 더 찾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아쉽게도 다른 지역에서는 이 남원 미꾸리를 맛볼 수 있는 음식점이 아직 없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품격있는 고소함 천안 호두 (0) | 2016.10.27 |
---|---|
소백산이 키운 과일 풍기 사과 (0) | 2016.10.26 |
바닷내음과 단맛의 조화로움 남당리 대하 (0) | 2016.10.23 |
떡보다 나뭇잎 의령 망개떡 (0) | 2016.10.21 |
삶은밤 맛이난다 여주 밤고구마 (0) | 2016.10.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