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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이 키운 과일 풍기 사과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10. 26.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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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기 사과 소백산이 키운 과일 풍기는 소백산을 등지고 남향으로 완만하게 산지가 펼쳐져 있다.<br>가을에 들면 이 남향의 소백산 자락에 사과가 영근다.   


사과는 예부터 우리 땅에서 자랐다. 이를 능금이라고 했다.

원예종 사과의 재배는 1890년대에 미국 선교사들이 미국 개량종을 대구에 심으면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전설이 된 ‘대구 사과’의 효시이다. 일제시대 사과는 대구를 중심으로 경북 전역에 번져나갔다.

1990년대 들면서 사과 산지에 큰 변화가 생겼다. 평지 사과밭이 사라졌다.

지구온난화라는 기후 변화에 평지 사과나무가 적응을 못한 결과도 있지만 소비시장에서 배, 포도, 단감 등

다른 과일에 밀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 와중에 풍기 사과는 꾸준히 명성을 쌓아갔다.

오염 없는 고랭지에서 자라는 ‘소백산 사과’라는 점에 소비자가 주목을 한 것이다




1 소백산 계곡을 따라 조성되어 있는 사과밭이다. 일교차가 심해 사과가 단단하고 당도가 높다.

2 할머니가 사과를 선별하고 있다. 소백산 국립공원 안에 있는 사과밭이다.
3 9~10월이 수확철이다. 바닥에 반짝이는 반사판을 깐 것은 사과의 색택을 올리기 위해서다.




소백산을 등지고 남향을 한 과수원

소백산 1,439미터의 높은 산이다. 북쪽 사면은 충북 단양으로 이어지고 남쪽의 상당 부분은 풍기가 차지하고 있다.

풍기읍내에서 소백산으로 오르는 길, 그러니까 비로봉 쪽으로 가다 보면 온통 사과나무이다.

산으로 오를수록 계곡은 깊어지는데, 소백산 국립공원 매표소 지나 깊은 골짜기에까지 사과나무가 심어져 있다.

산이 높고 계곡은 깊다 보니 밤낮의 기온차가 극심하다. 또 과수원들이 남향을 하고 있으니 골짜기라고 해도 햇볕 받는 시간이 길다.

땅과 태양에서 얻은 영양분을 사과에 단단히 잘 채울 수 있는 지역인 것이다.

전형적인 산골답게 농가는 과수원들 사이에 듬성듬성 있다. 한 농가가 감당하는 과수원 크기는 4,000평에서 8,000평 정도씩 된다.

수확 작업을 위해 외부 인력을 들여오는 일은 드물다.

한 나무에서 사과가 동시에 다 익는 것이 아니므로 일을 나누어 가족 인력만으로 수확을 하고 있다.

이는 작업하기 편하게 사과나무를 왜성화한 덕이기도 하다. 허리 굽은 할머니도 사과를 딸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러나 사과나무가 작다 보니 한 그루당 수확량이 적다는 단점이 있다.



사라져간 품종, 떠오르는 품종

시장에서 사과가 가장 좋은 값에 많이 팔리는 시기는 추석 바로 전 며칠간이다.

사과 농가들은 이 추석 대목에 한몫을 보기 위해 애를 쓴다.

따라서 이 시기에 나오는 사과 품종의 선택은 맛보다는 숙기에 있다.

되도록 빨리 익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다. 또 가격이 좋다 보니 채 여물지 않은 사과를 시장에 내기도 한다.

그래서 현명한 소비자라면 사과 먹기를 추석 이후로 미루는 것이 낫다.

풍기 사과는 10여 년 전에 대대적인 품종 갱신이 있었다.

예전 흔히 먹었던, 1970~80년대에 육종되어 많이 심었던 아오리. 홍로, 홍월, 국광,

골덴, 스타킹, 조나골드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신에 조중생종으로 료까(), 히로사키후지, 시나노스위트, 만생종으로는 미얀마후지

일본에서 근래에 육종한 품종이 재배되고 있다. 그나마 고전적인 품종으로는 양광후지 버티고 있다.

이러한 품종의 변화는 재배의 용이성, 단위면적당 생산성, 기호성 등 여러 요인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신품종의 사과가 옛날 품종에 비해 맛이 좋아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특히 나이 많은 사과 재배 농민들의 말로는 “요즘 사과는 싱겁다”고 말한다.

신맛은 덜하고 단맛이 높으며 조직감이 부드럽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들의 입맛에는 어떤지 알 수 없으나 전부가 일본에서 육종된 품종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입맛의 종속’이 우려되기도 한다.



직거래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이다

풍기 사과는 여러 브랜드로, 여러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된다.

같은 품종인데도 12개 들이 한 박스에 12만원을 호가하는 고급품에서 34개 들이 한 박스에 1만원짜리도 있다.

지자체에서 관리하는 브랜드에서부터 농협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작목반 단위의 브랜드도 있으며 농가 직판 브랜드도 있다.

이 중 어느 브랜드의 풍기 사과가 맛있다고 찍어 말할 수 없는 형편이다.

농협 브랜드 풍기 사과의 경우 까다롭게 선별을 하므로 크기와 색택, 당도에서는 일정한 수준에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사과라는 게 보기 좋다고 맛도 좋은 것은 아니므로 농협 브랜드에서 거부된 사과라고 하더라도 맛에서

반드시 모자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농가에서는 직거래에 큰 매력을 느낀다.

맛은 보장이 되면서 때깔이 약간 모라는 것을 시장가격보다 싸게 팔면 농가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득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풍기 사과는 전반적으로 잘다. 비대기 가물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맛이 덜한 것은 아니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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