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숭아는 복사나무의 열매이다. 꽃은 복사꽃이라 한다. 복숭아를 ‘여름 과일의 여왕’이라 한다.
고운 색깔과 부드러운 질감, 풍부한 과즙과 달콤한 향 덕분이다.
복사나무는 예부터 우리 땅에서 자생하였으나 과수원을 조성하여 재배한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의 일이며
지금처럼 대중적인 과일이 된 것은 1970년대 들어서이다. 경북과 충북 지방에도 복숭아를 흔히 재배하나
경기 이천시 장호원읍을 취재지로 삼은 것은 한국 복숭아 재배 역사에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1 장호원읍내 교차로에 있는 복숭아 조형물. '장호원황도'를 내세우고 있다.
2 38번 국도변에 있는 복숭아 판매대.품평회에서 금상을 두번이나 받은 판매대여서 인기가 높았다.
3 뽀얀 '미백도'. 과즙이 풍부하여 나이 드신 분들이 좋아하는 품종.장기보관이 안되는 단점이 있다.
대형 마트나 과일가게에서 가장 흔히 보는 복숭아 브랜드는 ‘햇사레’이다. 2003년에 개발된 브랜드이다.
박스에 보면 이 브랜드 복숭아의 생산 지역이 좀 특이하다. 경기 이천 지역을 관할로 하는
동부과수농협과 장호원농협, 충북 음성의 감곡농협과 음성농협이 이 브랜드 복숭아 생산에 참여하고 있다.
보통 시나 군 단위로 엮는 것이 농산물 브랜드인데 이 ‘햇사레’는 도 단위를 넘나들고 있다.
지도를 펼쳐놓고 보면 이 브랜드의 탄생 ‘비밀’을 대충 짐작할 수 있다.
이천 장호원과 음성 감곡이 복숭아의 주산지이다. 이 둘을 가르는 것은 청미천이라는 조그만 강이다.
이 강만 지도에서 들어 내면 두 지역의 산세는 비슷하다.
행정구역과는 관련 없이 이 두 지역의 농업 환경은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복숭아 맛도 비슷할 것이며,
그래서 하나의 브랜드로 묶을 수 있는 것이다. 복숭아 재배 면적으로 봐서는 감곡이 더 넓다.
복숭아 취재지를 감곡으로 할까 장호원으로 할까 고민하였다.
네이버캐스트에 브랜드일 뿐인 ‘햇사레 복숭아’를 제목으로 걸 수는 없기 때문이다.
장호원으로 최종 결정을 한 것은 이 지역에서 나오는 복숭아가 유명해진 것은
장호원에서 유래한 품종 덕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장호원이 감곡보다 ‘특히 맛있다’가 아니라 ‘원조이니까’ 장호원으로 간 것이다.
복숭아의 품종은 다양하다.
장호원 지역에서만 보면, 7월 중순에 붉은색이 고운 ‘창방조생’이 나오고, 이어서 ‘미백조생’이 나온다.
7월 하순부터는 고운 미색의 ‘미백도’, 8월 중순부터는 약간 붉은 ‘천중도’,
9월 초중순부터는 ‘장호원황도’가 수확된다.
한 품종이 나오고 들어가는 기간은 보름 정도이다.
이들 복숭아 중에 이 지역의 복숭아 명성을 가져온 것은 ‘미백도’와 ‘장호원황도’이다.
미백도’는 1950년대 초 장호원에 사는 이차천씨가 미국인 선교사 소유의
과수원에서 가져온 복사나무를 접붙여 얻어낸 품종이다.
부드럽고 과즙이 풍부한데다 당도도 높아 백도 중 최고로 친다.
‘장호원황도’는 장호원의 최상용씨가 일본 품종의 복사나무에서 접목변이한 것으로 1990년대에 보급된 복숭아이다.
백도보다 단단하며 달고 향이 짙다. 일본으로 수출될 만큼 그 맛은 ‘세계적’이다.
장호원 유래의 이 품종 외 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여러 품종의 복숭아가 재배되고 있으나
현재도 주력 재배종은 ‘미백도’와 ‘장호원황도’이다. 재미있는 것은, 장호원 농민들은 ‘장호원황도’라고
품종명을 정확하게 부르려고 하고 감곡 농민들은 그냥 ‘황도’라고 말한다는 것이다.
자동차로 장호원에 가려면 중부내륙고속도로의 감곡IC로 나오는 것이 빠르다.
감곡IC 주변에는 ‘감곡 복숭아’ 판매장이 크게 형성되어 있다. 공원도 꾸며져 있고 복숭아 조형물도 보인다.
감곡을 지나 청미천을 건너면 장호원이다. 읍내 교차로 한복판에는 커다란 ‘장호원황도’ 조형물이 서 있다.
이를 지나 안성 쪽으로 가는 38번 국도에는 ‘장호원 복숭아’ 판매장이 줄지어 있다.
복숭아 과수원은 이 길 양 옆의 아트막한 산지이다. 복숭아 과수원에서는 달콤한 복숭아 향이 가득했다.
그러나 예쁜 복숭아는 종이 봉지에 싸여 그 자태를 숨기고 있었다.
‘미백도’는 끝물에 들어갔고 ‘천중도’가 빨간색을 돋우고 있었다. 취재가 일러 ‘장호원황도’를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웠다.
복숭아 농사는 손이 많이 간다. 꽃이 필 때는 꽃을 적당히 솎아주어야 하며 열매가 맺힐 때도 이를 솎아야 한다.
다음에는 복숭아를 종이 봉지에 하나씩 싸야 한다. 가지를 높게 하면 수확하는 일이 힘들므로
가지 치는 일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 때깔과 맛으로만 ‘여름 과일의 여왕’ 대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도 농민들은 ‘여왕’ 대하듯 온 정성을 들여야 하는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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