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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복날 줄기차게 찾는 파주 토종닭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10. 1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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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토종닭 더운 복날, 줄기차게 찾는 이유 여름날에, 시원한 계곡에 앉아 닭백숙 먹는 맛만한 것이 어디 있을까.<br>그것도 복날이면 말해 무엇하겠는가. 시원한 숲과 계곡이 있는 파주에서 토종닭을 맛본다.

토종닭 먹자면 장소 가릴 것은 없다. 또 토종닭이 어느 지역의 것이 특히 맛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분위기라는 것이 있다. 생선회는 바다에서, 삼겹살이나 돼지갈비는 도심의 선술집에서,

소갈비는 교외의 ‘가든’에서 먹어야 제 맛이다. 닭은, 단연코 계곡이다.

여름날 시원한 물소리 들리는 계곡에 앉아 닭백숙 먹는 맛을 어디에 비길 것인가.

토종닭에 굳이 파주란 지명을 붙여 취재를 한 이유는, 파주에 조그만 계곡들이 있고

닭을 키우는 축산농가도 제법 있으며 수도권에서 여름 한나절 가볍게 다녀올 만한 곳이기 때문이다.




1 파주 출판단지 근처에 있는 돌곶이 꽃마을 입구이다. 마을이 온통 꽃이고 집도 예쁘다.

2 토종닭은 털이 적갈색 또는 황갈색인 것이 흔하다. 사진의 닭은 암컷으로 벼슬이 약간 짧다.
3 토종닭 사육장 바닥에 왕겨를 깔고 사료에 효소를 섞어 먹여 닭똥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사라져간 토종닭, 사라지지 않는 우리 입맛 

토종닭이란 우리 땅에서 예전부터 길러 오던 고유한 품종의 닭을 말한다.

토종-’이라는 접두어가 붙어 있는 농축산물의 경우 대부분 외래종이 크게 번창하고 있다는

사실을 거꾸로 증명해주고 있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의 식용 닭의 종자 중 90%는 미국과 영국 등에서 수입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먹고 있는 대부분의 닭은 외래종이다.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은 일제강점기 때부터이다.

토종닭은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데 긴 시간이 걸리는데다 달걀도 많이 낳지 못한다고 판단되어

서양종과 일본종으로 품종 개량을 하게 되었다.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토종닭의 ‘퇴출’은 더 심해졌는데

미국이 원조품으로 40만 마리에 달하는 외래종 닭을 들여온 것이다.

그렇다고 외래종 닭이 나쁜 것은 아니다.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는 데 30여 일밖에 걸리지 않으며

달걀도 많이 낳으니 경제적으로 큰 이득이 있다. 그러나 외래종 닭은 이를 육종그들 나라 사람들의 기호에 맞춰

개량되었으므로 우리 입맛에는 맞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외래종 닭이 시장을 석권하고 있음에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줄기차게 토종닭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 맛 때문이다.

외래종 닭은 살이 부드럽고 기름지지만 토종닭은 약간 질기다 싶을 만큼 살이 차지고 감칠맛이 더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특히 ‘고기 씹는 맛’을 중시하는데 외래종 닭은 이 씹는 맛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진짜 토종닭은 없을 수도 있다 

사라져가던 토종닭에 대해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중반 이후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면서 우리 입맛에 맞는 닭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시골 여행 중 마당에서 자라는 닭이면 다 토종닭이라 생각하고 이를 귀히 여기며 잡아먹곤 했다.

그러나 시골집 마당의 닭이라 해도 일제강점기 이후 대량 유입된 외래종에 의해 잡종으로 변했을 수도 있다.

또 우리 땅의 토종닭도 여러 종류가 있어 토종닭이면 무조건 맛있다고 할 수도 없다.

1990년대 들어 ‘맛있고 경제적인’ 토종닭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외래종의 오염이 없었을 것으로 판단되는 오지의 토종닭을 구하기도 하고 중국 연변에 가서 토종닭을 구해오기도 하였다.

이런 종자들을 원종으로 하여 우리 입맛에 맞는 토종닭이 ‘개발’되었는데,

현재 농가에서 키우고 있는 토종닭으로는 ‘청리닭’, ‘고려닭’, ‘한협3호’, ‘우리맛닭등이 있다.

특히 ‘우리맛닭’은 국립종축원에서 15년간 연구하여 품종을 안정화한 토종닭으로 올해부터 농가에 대량 보급되고 있다.

닭은 한 세대가 짧아 잡종이 쉬 일어나는 가축이다.

따라서 조선시대에 있던 토종닭이 현재에도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 조선의 토종닭이 현재 대한민국 국민들의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토종닭의 복원’보다 ‘우리 입맛에 맞는 토종닭의 육성’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맞는 일일 것이다.



우리가 먹는 닭의 종류 

우리가 고기로 먹는 닭을 육계라 한다. 외래종 육계의 경우 32~35일 사육하여 음식점에 나온다.

외래종 산란계 수컷도 고기용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50여 일 키워 ‘웅추’라는 이름으로 팔린다.

웅추는 외래종 육계보다 몸집도 크고 씹는 맛이 있어 이를 삼계탕으로 내는 식당들이 인기를 끌기도 한다.

현재 시중의 토종닭 중 가장 흔한 품종은 ‘한협3호’인데 사육기간은 70~80일 정도이다. ‘사이비 토종닭’도 있다.

농가에서 ‘백세미’라 불리는 닭으로 외래종 산란계 암탉에 육계 종계의 정액을 주입하여 얻는다고 한다.

그러니까 ‘백세미’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품종으로 토종닭 사육 농가들 입장에서는 시장을 흐리는 닭이라 할 수 있다.

이 ‘백세미’의 근절을 위해 내년부터 토종닭 인증제가 실시될 것이라는 소식도 있다.

토종닭은 외래종 닭에 비해 살이 단단하다.

단단한 살을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쫄깃하게 하려면 그냥 솥에 삶아서는 부족함이 있다.

닭백숙 전문점에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주로 압력솥을 쓴다. 토종닭은 외래종에 비해 감칠맛이 깊다.

올레인산 풍부한 까닭이다. 그래서 백숙을 하게 되면 고기보다 국물 맛이 더 있다.

토종닭을 요리할 때 ‘보양’을 위해 너무 많은 한약재를 넣는 것은 좋지 않다. 토종닭 고유의 감칠맛을 죽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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