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은 전국 자두 생산량의 27%를 감당한다. 김천은 산골에 든다.
도심의 일부 빼고는 산이 높고 골이 깊다. 골마다 마을이 있다. 마을 옆과 뒤의 산비탈이 자두밭이다.
김천 자두의 유명세는 오래되었다.
유통 환경이 좋지 않았던 옛날에는 호텔과 백화점 구매 담당이 자두밭에 진을 쳤을 정도이다.
김천 자두가 맛있는 이유는 분지 지형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륙분지는 여름 기온이 상당히 높은데 이 더운 날씨가 자두의 맛을 올려준다.
1 해가 뜨거워지기 전에 수확하여 점심 전에 포장작업을 하고 있다.다음날 아침이면 시장에 깔린다.
2 한국인이 가장 맛있어하는 품종 '포모사'이다. 한 개가 150그램은 나가야 상품이 된다.
3 올해 5월에 개관한 자두체험센터이다. 2층은 민박시설이다. 자두따기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자두의 옛말은 오얏이다. 이씨 성의 ‘오얏 리’(李)의 그 오얏이다.
오얏나무의 열매가 대부분 붉은색이고 복숭아와 비슷하게 생겨 ‘붉을 자’(紫)에 ‘복숭아 도’(桃)가 붙어
자도(紫桃)라고 부르다 자두가 된 것이다. 자두는 이 땅에 야생종이 있고 재배 역사도 길다.
<삼국유사> 등 역사서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나 요즘 우리가 먹는 자두는 예전의 그 오얏이 아니다.
1920년대부터 서양과 일본 등지에서 들여온 개량 품종이다. 자두는 30여 품종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자두는 대여섯 종이다.
여름이 왔음을 알리며 시장에 처음으로 깔리는 자두는 ‘대석’이다. 6월말에서 7월초까지 나온다.
짙은 빨간색에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작은 자두이다.
과육이 부드럽고 시큼하며 달다. 이어 나오는 것이 ‘포모사’이다.
흔히 ‘후무사’라고도 불린다. 7월 중순이 제철이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많이 나오고 우리나라 사람들 입맛에 가장 맞다.
손에 꽉 찰 정도로 크다. 노란색 바탕에 빨간색이 수채화 물감처럼 올라 있고 속은 옅은 노란색이다.
과즙이 풍부한데도 씹는 맛이 제법 있다.‘수박자두’는 ‘포모사’와 거의 맞물려 나온다.
겉은 퍼런데 속은 빨간색이라 이런 이름이 붙었다. 향은 그다지 강하지 않지만 당도는 상당하다.
시각적으로도 독특해 최근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8월에 들면 ‘피자두’가 나온다.
겉도 시뻘겋고 속고 시뻘게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과육이 단단하고 새콤한데다 색깔도 강해 과일 샐러드에 흔히 이용된다.
또 ‘피자두’로 자두술을 담그면 고운 붉은색을 얻을 수 있다. 가을에 들면‘추희’가 나온다.
자두 중 제일 크다. 당도도 높다. 과육이 단단해 자두 중에 장기보관이 가능한, 드문 품종이다.
김천 자두 중 40%의 물량을 생산하는 마을이 있다. 구성면 양각마을이다.
김천시내에서 자동차로 10분 정도 걸리는 산골이다. 산비탈에 작은 집들이 바짝 붙어 있고 양 옆으로 온통 과수원이다.
자두밭이 가장 많이 보이고, 포도밭, 사과밭, 복숭아밭도 꽤 된다. 논은 마을 초입에 조금 있는데, 손바닥만하다고 부를 만큼 작다.
여름이면 자두의 달콤한 향이 온 마을에 은은히 흩날린다.
자두밭 곁에 가면 자연 낙과한 자두가 ‘숙성’되면서 내는 향으로 마치 향수를 뿌려놓은 것만 같다.
양각 자두는 일제시대 때부터 유명했다. 굵직한 자두나무 밑동이 오랜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그에 비해 나무의 키는 높지 않다. 머리를 숙이고 자두밭에 들어가야 할 정도이다.
수확하기 좋게 왜성화한 결과일 것이다. 한 나무에서 나오는 자두 양은 상당해 보인다.
가지가 지탱하지 못할 정도로 많은 열매를 매달고 있다.
특이한 것은, 한 자두밭에 여러 품종의 자두가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석’ 옆에 ‘포모사’, 그 옆에 ‘수박자두’ 식으로 심어져 있다. 이는 자두가 익어 수확해야 할 시기가
1주일 정도로 아주 짧아 한 밭에서 여러 품종의 자두를 장기간 생산하기 위한 전략에 따른 것이다.
수확 작업은, 가위 없이 손으로 따 망태기에 담는다. 면장갑을 끼고 아주 살짝 자두를 쥐는데,
자두 겉면에 뽀얗게 올라온 ‘분’이 잘 유지되어야 싱싱한 것으로 취급되므로 손자국을 남기지 않으려고 그러는 것이다.
가을에 나오는 ‘추희’ 외에 대부분의 자두는 과육이 물러 짧은 기간 생과로 유통된다.
전날 수확하여 포장 작업을 하고 한밤중에 소비지로 이동을 하여 새벽 경매를 붙여 그날 아침부터 소매에 들어간다.
수확 후 냉장 보관이 드물어 생과로 단 며칠 동안 유통될 뿐이다. 그래서 농가는 여름이면 바쁘다.
공판장이 쉬는 일요일 전날, 그러니까 토요일 하루 빼고 매일 수확과 선별, 포장 작업을 해야 한다.
그것도 ‘분'이 닦여나갈까 한 알 한 알 조심조심 다루면서 말이다. 김천시가 2006년 ‘자두 특구’로 지정되었다.
2011년까지 자두 가공공장, 예냉 창고 등을 지을 계획이라 한다.
여름 한철 반짝 맛을 보는 과일에서 1년 내내 즐길 수 있는 과일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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