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나무는 한반도가 원산지이다. 그래서 영어로 Korean Pine(한국 소나무)이라 하며,
학명도 Pinus koraiensis라 하여 한국 원산을 적시하고 있다.(아쉽게도, 소나무의 영어명은 Japanese Red Pine이다.)
중국과 시베리아, 일본에서도 자란다. 잣나무는 소나무과에 속하는 늘푸른나무이다.
보통의 소나무는 솔잎이 두 잎 또는 세 잎 붙어 있지만 잣나무는 다섯 잎이 한 묶음으로 붙어 있다.
그래서 오엽송(五葉松)이라 부르기도 한다. 잣나무는 지름이 1~1.5미터, 높이 30~40미터에 이를 만큼 크게 자란다.
잣나무는 아주 곧게 자라는데, 숲을 이루면 그 잎 색으로 인하여 검푸르게 보인다.
잣나무 숲은 서늘하고 피톤치드가 많아 삼림욕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
1 잣송이이다. 이 잣송이 하나에 100~120개의 잣이 들어 있다.
2 오른쪽은 '황잣', 왼쪽은 '백잣'. 황잣은 껍데기만 벗긴 것이고 백잣은 이를 다시 가공한 것이다.
3 잣나무는 보통 20미터가 넘는다. 잣송이는 가지 끝에 달리는데, 나무 아래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잣나무는 5~6월에 꽃을 피우며 8월 즈음에 수정된 꽃이삭이 제법 통통해지면서 어린 잣송이 모양을 갖춘다.
이 어린 잣송이는 해를 넘겨 이듬해 9월 즈음에 이르러서야 익는다. 꽃이 피고 열매가 익기까지 1년 반 정도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잣나무는 자연스럽게 해거리를 하게 되는데, 한 잣나무에서 3년에 한 번 수확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잣송이는 하나에 100~120개의 씨앗을 품으며, 이 씨앗 상태의 것을 피잣[껍데기가 있는 잣]이라 한다.
이 씨앗의 껍데기 안에 있는 배젖이 곧 잣이다. 지방이 74% 정도에 이르러 매우 고소하여 예부터 음식에 귀하게 쓰였다.
한방에서는 해송자(海松子), 백자(柏子), 실백(實柏)이라 한다.
잣나무는 전국에 산재하지만 경기 북부와 강원 및 경북 산간 지방에 군락이 형성되어 있어 예부터
이들 지역에서 흔히 잣을 생산하였다. 잣 또는 잣나무를 신라송(新羅松)이라고도 하는데,
삼국시대 때 이미 잣이 중국으로 수출되어 이같은 이름이 붙었다는 말이 전한다.
경기도 가평군은 전체 산림 면적 중 잣나무가 차지하는 면적이 30% 정도에 이르며,
국내 잣 생산량의 60%를 감당하고 있다.
가평은 전체가 명지산, 연인산, 대금산, 호명산, 축령산 등 제법 높은 산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산들의 남동쪽에는 북한강이 흐르고 있다. 강에서 발생한 안개는 자연스럽게 산으로 들게 되고,
습한 기후에서 잘 자라는 잣나무에는 더없이 좋은 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는 것이다.
특히 가평군 상면의 축령산 기슭은 잣나무 숲이 장관이다.
1930년대 일제가 심어놓은 잣나무 5만여 그루가 큰 군락을 형성하고 있다.
그래서 축령산으로 오르는 길에 있는 마을인 상면 행현리에 잣 가공 공장이 밀집해 있다.
이 길로 오르면 잣나무 숲의 짙은 향기를 사철 맡을 수 있다.
잣송이는 잣나무의 가지 끝에 달린다. 최소 20미터가 넘는 잣나무 아래에서는 잣송이가 까마득히 보인다.
다 익은 잣송이는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면 떨어진다. 그러나 이렇게 떨어지는 잣송이만 거두어서는 생산성을 확보할 수 없다.
사가리'라고 부르는 빙벽 등반용 비슷한 송곳 달린 기구를 발에 차고 잣나무를 타고 올라가 잣송이를 떨어뜨린다.
워낙 위험하고 힘든 일이라 원숭이를 훈련시켜보기도 하고 소방용 헬기로 잣나무 위에서 바람을 일으켜보기도 하였으나 허사였다.
잣 생산에서 이 일이 가장 고되다. 수확한 잣송이는 며칠간 햇별에 송진을 말려 '탈잣기'라고 하는 기계를 통해 피잣을 얻는다.
이 피잣은 다시 '탈각기'에 들어가 껍데기가 분리된다. 탈각기를 통과해서도 잣의 속껍질은 군데군데 남게 되는데
이 상태의 것을 '황잣'이라 한다. 황잣은 그대로 포장되어 판매되기도 하지만 다시 뜨거운 물에 담가
마지막 탈피를 하여 '백잣'으로 가공되기도 한다. 2007년 잣이 대풍이었다.
해거리에 따라 2010년 올해는 자연스럽게 잣이 대풍이다. 올해 기후가 요상하여 대부분의 농작물이 크게 피해를 입었는데,
잣은 그 피해에도 불구하고 풍년이다. 잣은 9월부터 시작하여 11월까지 수확한다. 가평의 가을이 햇잣으로 고소함이 넘친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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