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는 빈대풀이라고도 한다. 우리 땅에서 오래 전부터 키우던 식물이다.
씨앗은 한약재로 쓰는데 호유실 또는 호유자라고 한다. 사찰에서 흔히 심었다고 하는데,
고수를 먹을 줄 알아야 스님 노릇 할 수 있다”는 말이 전하고 있다. 그러나 민가에서 고수를 먹는 일은 흔하지 않다.
전라도와 경상도 일부 지역에서 극히 일부의 사람들이 먹는다. 상업적 재배는 거의 없고 텃밭에 조금 심어 먹을 뿐이다.
최근 이 고수 재배가 경기 지방을 중심으로 서서히 번지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이주한 외국인들이 이를 찾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안산시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고, 그래서 고수 재배도 제법 번졌다.
1 고수이다. 많은 한국인에게 낯선 푸성귀이지만 오래 전부터 우리 땅에 심어졌던 것이다.
2 고수를 올린 쌀국수이다. 한국의 식당에서 고수를 흔히 접할 수 있게 한 음식이다.
3 안산의 고수밭이다. 씨앗을 뿌리고 30~40일이면 거둘 수 있다.
고수는 세계의 거의 모든 민족이 먹는다. 지중해 지역이 원산지인데, 유럽, 아시아, 중동, 미대륙 따질 것 없이 이 고수를 즐긴다.
특히 날씨가 더운 지방에서는 거의 모든 음식에 이 고수가 들어간다. 고수는 세균 번식을 막는 성분이 있는데
음식을 쉬 상하지 않게 하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특히 흔히 먹는다는 말이 있다.
그러나 ‘특이하게’ 한국인들은 이 고수를 즐기지 않는다. 그 냄새를 역겹다고 여긴다.
빈대 냄새가 난다고도 한다. 빈대풀이라는 이름도 그래서 붙었을 것이다.
고수의 영어 이름은 Coriander(코리안더)이다.
빈대를 뜻하는 그리스어의 코리스(Koris)와 좋은 향기가 나는 식물 이름인 아니스(anise)를 합친 것이다.
서양인들도 이 풀에서 빈대 냄새를 맡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 냄새를 알고 있음에도
그들은 고수를 즐겨 먹는 것으로 보아 한국인의 고수 거부 원인이 그 냄새에만 있는 것이 아닐 것으로 보인다.
추측해볼 수 있는 것은, 고수가 반찬으로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 한 원인일 수 있다.
한국인의 밥상은 밥과, 그 밥을 잘 먹기 위한 반찬으로 구성된다. 세계 여러 음식들을 보면
고수는 그 특이한 향 때문에 대체로 일품요리에 고명처럼 곁들여진다.
한국인의 고수에 대한 거부감은 한국인의 밥상에 일품요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생긴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1990년대 이후 한국은 후기고도자본주의 사회가 되었다. 거친 노동력을 요구하는 산업은 저개발국가로 넘겨졌다.
그래도 노동 집중의 산업이 일부 남아 있게 마련인데, 그 노동력은 저개발국가에서 온 노동자가 맡게 되었다.
중국, 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베트남,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몽골, 네팔, 방글라데시,
탄자니아 등등 온갖 국가의 노동자들이 한국으로 이주하였다.
한국인 배필을 만나지 못한 한국 농민들은 이들 저개발국가의 여자들을 아내로 맞았다.
5,000년 동안 반도에서 순수 혈통을 유지하며 살아왔다는 ‘단일 민족 신화’는 수정을 해야 할 시점에 이른 것이다.
한국은 이제 ‘다문화 사회’임을 국가에서 나서 알리고 있는데, 좀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은
‘다민족 국가’가 되어가고 있다 할 수 있는 것이다. 안산은 다민족 국가 한국의 한 상징 도시처럼 여겨질 수 있다.
안산에 이주 노동자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든 것은 2000년대 들어서이다.
단원구 원곡동에 특히 많이 모여 사는데, 이 동네 주민의 80%는 이주 노동자이다.
이들은 자신의 고향에서 먹던 음식을 그대로 먹고 싶어하였다. 그래서 원곡동 주변에는 그들 나라에서
흔히 먹었던 음식의 재료를 수입하여 파는 가게들이 많다. 처음에는 푸성귀도 수입하여 먹었다가
최근에는 그 씨앗을 가져와 재배를 하고 있다. 그들이 직접 재배하는 밭도 있고 ‘시장’이 있으니
한국 농민들도 이 작물의 재배에 뛰어들었다. 상록구에 이런 농가들이 있다.
재배 작물은 고수를 비롯하여 라우랑, 박실나우, 깡뚝, 가나, 훌라파, 가파오, 박봉 등등이다.(태국어를 기본으로 하였다.
고수의 태국어는 팍치이다.) 이 푸성귀를 찾는 한국인 소비자는 아직 많지 않지만 다민족 국가로 변해가는
속도에 맞추어 서서히 이 외래의 푸성귀들이 한국음식문화에 편입될 것은 분명하다.
원곡동은 이주 노동자들에 의해 자연스럽게 조성된 다민족 음식문화 타운이다.
중국 한족과 조선족의 진출이 많아 중국 음식점이 가장 흔하긴 하지만, 아시아의 거의 모든 음식이 모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길거리 음식에서부터 본격 요리까지 다 있다. 슈퍼에는 아시아 각 민족이 즐기는 온갖 식재료가 쌓여 있다.
소득 수준이 낮으니 음식 가격이 비싸지 않다. 식재료의 질이 다소 떨어질 수는 있겠지만
그 맛은 ‘본토’의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음식을 내는 사람이나 이를 먹는 사람들 모두 아직 한국화하지 않은 입맛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손님들이 그리 많지 않다 하는데, 비빔을 좋아하는 민족이니 사람이며 음식이며 곧 뒤섞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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