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은 자연에 인력을 더하여 수확물을 거두는 산업이다. 흔히 농업을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일이라 여기지만,
자연이 농사에 이로운 것만 제공하지 않아 자연의 순리대로만 농사를 지을 수 없다.
각종 병해충이 농사를 방해하고 잡초가 농작물의 생장을 막는다. 또 농토는 지속적으로
농작물을 키워내야 하므로 자연의 땅보다 영양 상태가 좋지 않다. 그래서 생겨난 것이 화학적 농약과 비료이다.
화학적 농약과 비료가 발명되기 전에도 자연의 것으로 병충해를 줄이고 땅심을 높이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나 비용과 효과 면에서 화학적 농약과 비료를 따르지 못하였다.
산업혁명 이후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인구를 비교적 적은 수의 농업 인구가 먹여 살리고 있는 것은
이 화학적 농약과 비료의 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화학적 농약과 비료는 비자연적인 일도 한다.
땅의 뭇 생명들을 차별 없이 죽이며 농작물을 지속적으로 재배할 수 없는 땅으로 만든다.
이 화학적 농약과 비료의 폐해를 줄이고자 하는 농업이 친환경농업이다.
친환경농업에 비교하여 화학적 농약과 비료를 이용하는 농업을 관행농업이라 한다.
1 친환경농업은 ‘자연에 가까운 농업’ 같지만 관행농업보다 사람의 손이 더 많이 간다.
2 적쌈추를 포장하고 있다. 적쌈추는 양배추과의 식물이다. 요즘 인기 있는 쌈채소이다.
3 봄 햇살을 받으며 채소를 거두고 있다. 3월이면 겨울 작기가 끝나고 봄-여름 작기가 시작된다.
친환경농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농약의 과다 사용으로 인한 피해가 극심해지면서 유럽 등 선진국의 농민들에 의해 시도되었다.
우리 땅에 친환경농업이란 개념이 이식되고 농업 현장에서 실천된 것은 1970년대 초의 일이다.
우리 땅에서의 친환경농업은 유럽에 비해 매우 더디게 발전하고 있다.
넓지 않은 농경지에서 짓는 집약적 농사의 한계 때문이기도 하며, 친환경농산물은 비쌀 수밖에 없는데
한국 소비자의 경제적 수준이 아직 이를 따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국내 친환경농산물 인증 제도는 1993년 마련되었다.
2011년 현재 친환경농산물은 유기농산물, 무농약농산물, 저농약농산물로 분류되어 있다.
유기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체 사용하지 않아야 하는데, 그 시작 연도부터 다년생 식물은 3년간,
그 외 식물은 2년간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환기간을 거쳐야 한다.
무농약농산물은, 유기합성농약은 일체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3 이내에서 사용하여야 한다.
저농약은, 화학비료는 권장 시비량의 1/2 이내에서 사용하고 농약 살포 횟수는 농약안전사용기준의
1/2 이하여야 하는 등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
경기도 양평군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는 지역에 있다.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를 대는 팔당댐 바로 위가 양평이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양평군은 여러 규제에 묶일 수밖에 없다. 농업도 비슷한 처지에 있다.
농약과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면 상수원을 오염시킬 수가 있는 것이다.
1990년대 들어 양평군 농민들은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상수원 보호를 위해 친환경농업을 실행하게 되면 바로 곁에 있는 수도권의 시장이 열릴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수도권 주민들은 팔당댐의 물을 먹고 있으므로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는
그 지역에서 재배되는 농산물에 대해 쉽게 신뢰감을 보냈고, 양평의 친환경농업은 급격하게 확장되었다.
2005년에는 친환경농업특구로 지정되었다. 2011년 현재 양평군 전체 농가의 40%가 친환경농사를 짓고 있으며
농경지 면적으로는 양평군 농지 중 2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친환경농산물 중 소비자들의 수요가 특히 많은 것은 잎채소류이다.
우리 민족은 싱싱한 잎채소로 무엇이든 싸서 먹기를 즐기며,
조리 없이 이를 먹으니 아무래도 친환경농산물을 많이 찾게 되는 것이다.
양평군에서 잎채소류를 주로 재배하는 지역은 양평읍 원덕리 일대이다.
꽤 넓은 들판인데, 용문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들판을 가로질러 남한강으로 든다. 물이 맑다.
논으로 경지 정리가 되어 있는 땅으로 절반은 비닐하우스, 절반은 아직 논이 차지하고 있다.
용문산을 북으로 등지고 있어 양지 바르며 겨울에 따뜻한 편이다.
잎채소 중에서 쌈으로 흔히 먹는 채소를 쌈채소라 한다. 1990년대에 만들어진 신조어이다.
19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쌈을 싸먹을 수 있는 채소는 상추며 깻잎, 배춧잎 정도였는데 1990년대 들면서 케일,
겨자채, 로메인, 비트 등 서양의 채소류와 곰취, 참나물, 당귀 등 산채류가 이 쌈채소에 유입되었다.
원덕리 일대의 친환경 농산물은 거의가 이 쌈채소류이다. 한 농가에서 내는 채소의 종류가 다양한 편인데,
상추와 쌈추, 쑥갓 등이 눈에 많이 띈다.
잎채소류는 친환경으로 재배하기에 버거운 농사이다. 대체로 부드러운 잎을 지니고 있어
조그마한 병이며 해충에도 쉬 망가지기 때문이다. 특히 벌레들은 친환경제재로 웬만큼 잡을 수 있지만 균은 제거하기 매우 어렵다.
목초액이며 키토산액 등의 친환경제재를 뿌려보지만 균이 붙으면 아예 폐작을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친환경농산물이라 하여도 균이 붙었던 자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소비자들이 외면을 하니 이를 버리게 되는 것이다.
원덕리의 한 농민은 “먹을 수 있는 것인데 자국이 났다 하여 버리는 것이 30%는 된다” 하였다.
친환경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교육이 아직 덜 되어 있는 탓이다.
또, 친환경농산물이 관행농산물에 비해 높은 값을 받고 있는 것도 아니다.
어떨 때에는 관행농산물이 더 비싸게 팔리기도 한다. 친환경농산물 시장이 생활협동조합 등
폐쇄적인 유통망에 기대고 있는 비중이 커 시장가격이 반영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의 매장에서 친환경농산물이 많이 팔려야 고생하는 농민들이 돈을 제대로 벌게 될 것이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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