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부침개와 나물 등으로 먹는 애호박은 동양계 호박이다.이 호박이 다 익으면 커다란 청둥호박이 된다.
요즘 식당에서 찜으로 흔히 나오는 조그만 호박이 이 청둥호박과 맛이 비슷한데, 그 계통은 다른 것이다.
이는 서양계 호박이다. 단호박이라 하며, 밤호박이라고도 부른다.
최근에 이 단호박 안에 이런저런 재료를 넣고 찌는 음식이 유행이다.
호박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 번지면서 재배 면적이 부쩍 늘고 있는 작물이다.
단호박이 익어가고 있다. 한 포기에 평균 2.5개를 수확한다.
미니 단호박은 좀더 많아 5개 정도 나온다.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 원산의 호박은 유럽인들에 의해 세계에 번졌다.
한반도에는 16세기에 전래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일본도 그 시기에 이 호박이 전래되었을 것이다.
흥미로운 일은, 한반도와 일본이라는 두 인접한 지역에 또 비슷한 시기에 전래된 호박이,
한반도에서는 동양계 호박을 주로 심고 일본에서는 서양계 호박을 주요 작물로 선택하였다는 것이다.
동양계 호박은 어린 호박을 따서 먹을 수 있는 데 비해 서양계 호박은 일정한 숙기에 이르러야 먹을 수 있으니
일본에는 애호박 음식이 없다. 일본에서 호박 음식이라 하면 거의가 서양계의 단호박으로 요리한 음식이다.
한반도에 단호박이 전래된 것은 1920년대이다. 일본인들이 한반도에 이주를 하면서 이 호박을 가지고 왔다.
이 시기부터 최근래까지 한반도 사람들은 이 호박을 왜호박이라 불렀다.
이 ‘왜-’의 접두어는 “작다”는 뜻이 아니라 “왜놈이 먹는”이란 뜻으로 쓰이었으며,
따라서 한반도 사람들은 이 호박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한반도 사람들은 왜호박에 비교하여 이전부터 먹던 동양계 호박을 조선호박이라 하여 특별히 맛난 음식인 듯이 여겼다.
그런데, 서양계 호박 중 붉은색이 도는 것은 약호박이라 하여 별도로 취급하였다.
토종 약호박’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호박의 유래를 알지 못하여 왜호박의 범주에 넣지 않았을 것이다.
한낱 호박일 뿐이거늘 그 유래 지역 또는 식용 민족에 따라 거부와 선택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 퍽 흥미롭다.
단호박이란 이름은 1960년대부터 쓰인 것으로 보이는데, 일반화된 것은 1990년대 들어서이다.
1980년대 중반 들어 단호박이 일본에 수출되면서 재배 면적을 차츰 넓혔고 그 여분의 단호박이
내수용으로 시장에 조금씩 깔리자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왜호박이라는 이름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단호박이라는 이름이 득세를 하였다.
밤 맛이 난다 하여 밤호박이라는 이름도 쓰이고 있지만 단호박이 정식 명칭처럼 쓰이고 있다.
단호박에 민족감정을 붙이는 소비자는 이제 찾기 어렵다. 일상 음식이 되면 그 유래지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은 음식문화에서 흔한 일이다.
단호박이 근래에 급격하게 내수 시장을 넓혔다. ‘비타민의 보고’라는 말이 크게 돌았기 때문이다.
한정식집, 일식집, 서양요릿집 할 것 없이 이 단호박 요리가 상에 오른다.
요리사 입장에서는 단지 영양가만 따져 이를 상에 올리는 것이 아닐 것이다.
손님들이 맛있게 먹으니 올린다고 보는 것이 맞다. 단호박은 달다. 당질이 15~20%를 차지한다.
설탕이나 시럽의 첨가 없이도, 단지 찌기만 하였을 뿐인데 이처럼 부드럽고 달콤한 맛을 내는 음식재료는 드물다.
한국인이 단맛의 음식에 높은 기호도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 단호박의 시장 팽창에 한 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미니 단호박이다. 미니맘이라는 품종이다. 단맛이 좋고 수확량이 많아 최근 재배 면적이 늘고 있는 품종이다.
단호박은 대부분 터널 재배를 한다. 땅에 닿으면 그 자리의 때깔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단호박의 상업적 재배가 일본 수출용으로 시작되었으므로 그 품종도 일본에 거의 기대고 있다.
일본에서 재배되고 있는 주요 품종은 에비스이고, 한국에서도 이 품종이 주요 품종이다.
이 외에 미야코, 구리지망, 구리니스키 등의 품종이 들어와 있다.
최근에는 미니 단호박이 재배 면적을 넓히고 있다. 한손에 탁 잡히는 크기의 단호박이다.
최근까지 보우짱이라는 품종이 미니 단호박 품종으로서는 최강이었는데 2011년부터 미니맘이라는
품종이 재배 면적을 넓히고 있다. 미니맘이 보우짱에 비해 열매를 더 많이 단다고 농민들은 말하고 있다.
강원 홍천의 단호박 재배 역사는, 한반도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길지 않다.
2000년대 중반 들어 부쩍 홍천 단호박이 유명세를 얻고 있다.
홍천에서도 특히 내촌면에서 단호박을 많이 재배하는데,
일교차가 큰 산간 고랭지여서 당질의 함량이 높다는 것이 특징이다.
홍천단호박명품화사업단이 브랜드화를 진행하고 있으며 내촌농협에서
농가와 재배계약을 하여 판로 확보에 나서고 있다.
홍천의 농민들은 단호박 재배가 “돈이 되기보다는 품이 덜 드는 농사”라고 말하였다.
한 포기에 달리는 단호박이 많지 않아 드문드문 따도 되니 일손이 적게 든다는 말인데,
노령화되어가는 농촌 현실에 꼭 맞는 작물일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소비만 충분히 따라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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