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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담에 숨은 생선의 의미

요리 이야기/식재료1

by 그린체 2010. 2. 4.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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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속담에 숨은 생선의 의미

 
 
 ‘썩어도 준치’와 같은 생선의 맛에 관련된 속담과 ‘말짱 도로묵’ 등 생선의 유래에 관한
옛말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또 “꼬시래기 제살뜯기” “노가리 푼다” “밴댕이 소갈머리
풍자적 의미의 속담과 함께 생선의 생태를 묘사한 “고래등 같다” “복어 이갈 듯 하다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등의 속담도 있다.
이처럼 요즘에도 흔하게 쓰이는 생선관련 속담 사례들을 통해 숨은 의미를 찾아보자.
 
썩어도 준치’라는 속담은 원래 본 바탕이 좋은 것은 시간이 지나 낡고 헐어도

 그 본 품을 잃지 않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또 성품이 올곧은 사람은 곤경에 빠지더라도 본질이나 생각이 변치 않는다는 말을 이르기도 한다.

그래서 준치는 예로부터 상징적인 의미를 담은 선물로 자주 씌였다.

권력이나 명예, 재물에 너무 치우치면 반드시 그에 따른 불행이 닥칠 수 있다는 훈계를 해줄 때

준치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해 낸 것이다.

이는 준치가 매우 맛있는 생선이지만 잔가시가 많아 맛있다고 마구 먹어대다가는

목에 가시가 걸리기 십상이므로 지나친 음식욕심을 부릴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좋은 일에는 방해하는 사건이나 귀찮은 일거리도 많아 무슨 일이나 다 좋을 수 없다는 뜻으로
맛 좋은 준치가 가시도 많다.’는 말도 있다.
 
애쓰던 일이 수포로 돌아가 헛고생을 했을 때 ‘말짱 도루 묵’이란 말을 흔하게 사용한다.
열심히 했지만 결국에 모두 헛일이 됐다는 의미다.

도루묵이라는 생선은 그 이름에 담긴 유래도 재미나다.
도루묵은 원래 ‘묵’ 또는 ‘목어’라고 불리는 동해에 사는 생선이었는데
조선시대 선조가 함경도로 피난 갔을 때 한 어부가 ‘묵’이라는 물고기를 임금에게 바쳤다.
임금이 먹어보니 이 물고기가 너무 맛이 좋아 은어(銀魚)라는 이름을 하사했다.
전쟁이 끝난 뒤 다시 서울로 돌아온 임금은 피난 때 먹은 은어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청했으나 그
 맛이 예전과 달라 도로 ‘묵’이라 부르도록 했고 그래서 ‘도로묵’ 이 됐다는 얘기가 있다.
 
명태는 예로부터 우리 민족에게 아주 친밀한 생선이다.
그러다 보니 명태와 얽힌 이야기와 속담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노가리’. 말이 많거나 거짓말을 늘어놓은 것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흔히 ‘노가리를 푼다’ ‘노가리를 깐다’는 식으로 사용되는데
원래 명태의 새끼를 일컫는 ‘노가리’는 한꺼번에 수많은 알을 낳는 명태처럼 말이 많다는
의미로 풍자적인 표현이다.

또 몹시 인색한 사람의 행동을 조롱할 때 ‘명태 만진 손 씻은 물로는 사흘 동안 국을 끓인다’는
말을 쓰고, 변변치 못한 것을 주면서 큰 손해를 입힌다는 의미로 ‘북어 한 마리 주고
제사상 엎는다’고 했다.

눈 앞의 이익에만 집착하다 더 큰 손실을 자초하는 한심한 행동을 할 때 ‘
꼬시래기 제살 뜯기’란 말을 한다.
꼬시래기는 문절망둑을 일컫는 경상도 사투리로 지방에 따라서

 

망둥이, 망둥어, 문절이, 운저리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또 같은 종족도 서슴없이 먹잇감을 삼는 망둥이의 습성에 빗대 친 한 사람끼리
서로 헐뜯고 해치는 경우에 ‘망둥이 제 동무 잡아먹는다’고 말하기도 한다.

망둥이는 너무 흔하다 보니 무시와 푸대접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던 모양이다. ‘
망둥이가 뛰니까 전라도 빗자루도 뛴다’는 속담이 이를 대변한다.
아무 관련도 없고 그럴 처지도 못 되는 사람이 덩달아 날뛴다는 말로 어중이떠중이
모두 나설 때 쓰는 표현이다.

좋은 기회란 원한다고 해서 매번 오지도 않고 언제나 자기 마음에 드는 일만 생기는 것도
아니라는 의미로 ‘장마다 망둥이 날까’라는 속담도 있다.
 
우리는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을 두고 ‘저 밴댕이 소갈머리(소갈딱지)’라며 혀를 찬다.
속이 좁다는 것은 마음이 좁다는 말로 성질 급하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생선이
바로 망둥이 이기 때문. 그물이나 낚시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비틀다가
다 잡혀 올라와선 파르르 떨면서 죽어버리니 오죽하면 ‘성질 급한 밴댕이는 화가 나면 속이 녹아 죽는다’는 말이 있을까. 비슷한 뜻으로 밴댕이 콧구멍 마냥 몹시 소견이 좁고 용렬한 사람을 두고 하는 ‘
속이 밴댕이 콧구멍 같다’는 말도 있다.
 
우리 속담 가운데 원통한 일을 당하거나 원한을 가지고 이빨을 빠득빠득 갈 때 ‘복어 이 갈 듯 한다.’
는 말이 있다. 복어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면 이빨을 빠득빠득 갈며 성을 내고 배를 잔뜩 부풀리기 때문에 진어(嗔魚) 또는 기포어(氣泡魚)로도 불리는 것에서 유래된 속담이다.
또 ‘복어 한 마리에 물 서 말’ 이라는 속담은 복어가 가지고 있는 사람을 죽게 할 수도 있는
맹독을 없애기 위해 복어요리를 할 때는 많은 양의 물로 피를 충분히 씻어 버리라는 의미다. ‘
복어 알 먹고 놀라더니 청어 알도 마다한다’는 속담도 마찬가지다.
복어 알을 먹고 얼마나 혼쭐이 났으면 맛있는 청어알도 거절하겠느냐는 의미가 담겨있다.
 
우리말에 ‘메기잔등에 뱀장어 넘어가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뱀장어가 미끄럽지만 메기도 미끄럽기는 매한가지. 그러니 미끄러운 메기 잔등을 미끄러운
뱀장어가 넘어가니 오죽 잘 넘어 가겠는가. 이는 슬그머니 얼버무려 넘어가는 것을 빗댄 표현이다.
서양에도 ‘뱀장어 꼬리를 붙잡다’는 말이 있다. 미끄러운 뱀장어 꼬리가 잡힐 리 없다.
이 말은 ‘무슨 일을 잘못 된 방법으로 시작하다’라는 의미로 쓰인다.

생선 - 매달 제철 별미와 속담 또 ‘뱀장어 눈은 작아도 저 먹을 것은 다 본다’는 속담도 있다.
이는 아무리 식견이 좁은 자라도 저 살 길은 다 마련하고 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이처럼 생활 속에서 흔하게 사용하는 속담 속에 숨은 풍자적 의미와 생선의 유래 등에
관한 이야기를 알고 나면 밥상에 오른 생선음식 맛이 더 각별할 듯 싶다.
속담에 나타난 생선이야기를 통해 생선의 의미와 조상들의 지혜를 엿보고
생활의 지침을 삼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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