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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랑땡 업그레이드

요리 이야기/음식이야기2

by 그린체 2016. 12. 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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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

사실 ‘동그랑땡’은 어찌 보면 별명이다.

전’ 또는 ‘저냐’의 일종이고 돼지고기로 만드니 ‘돈저냐’가 정식 명칭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물론 정식명칭도 나름대로 의미며 멋이 있지만, 어째 동그랑땡은 반드시 동그랑땡이라고 불러줘야만 할 것 같다.

그렇지 않으면 어째 너무 진지해서 평소라면 한 열 개쯤 거뜬히 먹을 것을 다섯 개 밖에 못 먹을 것만 같다.

게다가 동그랑땡 또한 표준어 규정 2장 4절 17항에 의거, 어엿한 표준어이기도 하다.




동그랑땡은 그냥 ‘전’이라고 부르기 보다 ‘동그랑땡’이라 불러야 맛있는 느낌이 든다.

지금까지 살면서 적어도 수천 개의 동그랑땡을 먹었겠지만 그 가운데 가장 맛있게

먹었던 걸 꼽자면 아마 ‘제대 동그랑땡’이 될 것이다.

육군 복무기간이 26개월이던 시절, 나는 경기도 어딘가의 부대에서 부식담당이었다.

취사병에게 그날그날 세 끼를 위한 신선식품을 받아다가 취사병에게 전달하는 한편 쌀이나 보리,

고추장 같이 저장 가능한 식품의 재고도 관리하는 역할이었다. 취사병은 아니었지만 그

들이 솜씨를 발휘할 재료를 책임졌던 덕분에 제대를 코앞에 두고 그들로부터 작은 선물을 받을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제대 동그랑땡’이었다. 간 고기가 없어 모든 재료를 잘게 썰어야만 했고 따라서

재료가 뭉치지 않으니 계란으로만 부치는 등 명절에 먹는 동그랑땡과는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주재료였던 군용 소시지의 훈제 향만큼은 민방위마저 거의 끝나가는 오늘날까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실 직접 부쳐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동그랑땡을 비롯한 전은 악몽으로만 기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부분의 차례음식이 그러하지만, 사실 전만큼 노동집약적인 즉 손이 많이 가는 음식도 없다.

많은 재료를 각각 준비해서 한데 버무린 다음, 반죽을 빚어 밀가루와 계란을 입힌 뒤 하나하나

뒤집어 가며 부치는 과정은 정말 보통의 노력이 아니다. 게다가 잘못 만든다면 단단하거나 뻣뻣하고

그렇지 않다면 기름에 절어, 공을 들인 만큼의 맛이 나지 않아 보람을 거두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면, 맛있는 동그랑땡의 조건은 무엇이며, 그러한 조건은 어떻게 만족시킬 수 있을까?

비단 동그랑땡뿐만 아니라, 햄버거 등 간 고기를 뭉쳐 만드는 음식들을 함께 참고해서

한가위 차례상의 붙박이인 동그랑땡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알아보자.





과연 동그랑땡의 식감은 어때야 하는 걸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일단 재료의 성질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부위의 차이는 있지만 동그랑땡의 중심재료는 간 (돼지)고기다.

삼겹살이나 목살처럼 그대로 불에 구워 먹는 부위를 바탕으로 생각해본다면,

그대로 먹기에는 편하지 않은 부위가 결국 갈아먹는 대상이 된다.

갈거나 다지면 덩어리나 조각일 때보다 훨씬 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서양 음식에서는 햄버거가 그렇고 타타르족말안장에 깔고 달린 덕분에 부드러워진 고기에서

유래했다는 스테이크 타르타르(Steak Tartare)가 그렇다.

우리 음식 가운데도 임금님이 편하게 드시라고 칼로 곱게 다졌다는 떡갈비가 좋은 예다.

잘 만든 난자완스 또한 고기를 곱게 갈아 만든 반죽을 주먹을 가볍게 쥔 엄지와 검지 사이로 뽑아내서

순간 튀기거나 구워 그 촉촉함과 부드러움을 유지하며 조리한다. 소시지는 어떠한가?

동물의 내장에 갈거나 다지는 고기 또한 그대로는 먹기 어렵거나 손질을 하고 남은 자투리를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갈거나 다져 한데 뭉친 것이다. 거의 비슷한 재료로 만드는 만두도 있다.

한 입 베어 물면 만두 속과 피가 분리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이 또한 만두 속이 너무 뭉쳐 생기는 부작용이다.

이러한 예로 따져 보았을 때, 간 고기로 만든 음식은 무엇보다 부드럽고 폭신해야만 한다.

하지만 우리가 만들어 먹는 동그랑땡은 대부분 그렇지 않다.

대대로 ‘끈기가 생길 때까지 오래 치대라’는 조리 방법을 이어받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렇게 오래 치대면 반죽이 다시 딱딱해져 고기를 갈아 부드럽게 만드는 의미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렇다면 굳이 반죽을 치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터넷을 찾아보면 동그랑땡과 관련, 가장 큰 고민은 역시 ‘형태가 잡히지 않는다’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반죽을 치대는데, 이 과정을 통해 고기 속의 단백질인 ‘미오신(myosin)’이 활성화되어

끈기가 생기는 한편 재료 사이의 공기를 전부 빼버리기 때문에 딱딱한 동그랑땡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오래 치대지 않아 부드러움과 폭신함을 유지하면서도

모양을 유지하는 동그랑땡을 만드는 방법이 있을까?


두부나 지방을 잘 섞는다


고기를 직접 갈아 쓰면 원하는 부위를 골라 쓸 수 있고 지방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

두부는 지방만큼은 못하지만 물기 조절을 잘 하면 재료가 잘 뭉치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두부 또는 지방을 잘 섞는 것만으로 치대지 않고도 재료가 잘 뭉치도록 만들 수 있다.

먼저 지방, 즉 비계에 대해 생각해보자.

지방은 그 특유의 점성 때문에 재료의 결착성을 높이는 한편 맛의 매개체 역할도 한다.

그래서 소시지를 만들 때도 반드시 일정량의 지방을 갈아 넣으며 햄버거 또한 정육과

지방의 비율이 최소한 80:20은 되어야 익혔을 때 부스러지지 않으며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따라서 선택이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는 지방이 섞인 부위인 다릿살 등을 권한다.

한편 여건이 허락한다면 직접 고기를 갈아 쓰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여러 가지 자투리 고기가 섞일 확률도 있는 미리 간 고기와 달리, 직접 갈아서 쓴다면 원하는

부위를 골라 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지방의 양 또한 조절할 수 있다.

거기에 갈았을 때 활성화되는 미오신과 지방 덕분에 오래 치대지 않고도 형태를 유지할 만큼의 끈기를 얻을 수 있다.

사진은 스탠딩 믹서에 연결하는 고기갈이다. 고기를 직접 갈 때는 약 가로, 세로, 높이 약 2.5cm

깍둑썰기한 뒤 냉동실에서 30분 정도 얼려 살짝 단단하게 만들어 고기갈이에 걸리는 걸 막아준다.

한편 지방만큼은 못하지만 두부 또한 비슷한 역할을 한다.

물기조절이 관건인데, 너무 많으면 반죽이 너무 질고, 면포 등으로 물기를 완전히 짜버리면 그 반대로 퍽퍽해진다.

나는 보통 입자가 더 굵은 찌개용 두부를 사서는, 전날 밤 포장을 뜯어 사진처럼 포장용기에

비스듬히 기대서는 1/2작은술 정도의 소금을 솔솔 뿌려 물기를 뺀다.


채소의 맛을 돋워주는 방법


가정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채소를 반죽에 채소를 섞을 때는

센 불로 달군 프라이팬에 기름을 적당히 두르고 한 번 볶아준다.

물기를 제거해주는 것은 물론 열을 통해 채소의 맛을 한결 더 돋워준다.

푸드프로세서가 있다면 채소를 한 번에 돌려 다지는 것보다 훨씬 더 쉽고 빠르게 손질할 수 있다.

적당히 썬 채소를 한데 넣고 상태를 보아가며, 동부콩 1/2~1/4쪽 크기가 될 때까지 푸드프로세서를 돌려주면 된다.

지름 25~30cm짜리 프라이팬이라면 기름 1작은술 정도를 두르고, 중불에서 기름이 흐르는 것처럼 보이고

연기를 내기 직전에 채소를 더해 당근이나 양파가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재료 섞기와 분배하기 및 모양 잡기

손에 힘을 주지 않고 가볍게, 치대기보다 골고루 섞어준다.

생고기가 섞였으므로 그대로는 간을 볼 수가 없으니, 접시에 10원짜리 동전 크기, 또는 1/2작은술 정도를 올려

전자렌지에 30초~1분 가량 돌려 익힌다. 맛을 보고 간을 더하는데, 계란에 간할 것 또한 감안한다.




한편 반죽을 분배할 때는 제과 등에서 쿠키 반죽을 나눌 때 쓰는 아이스크림 스쿱을 쓰면 편하다.

무엇보다 반죽을 등분할 수 있어 균일하게 익힐 수 있는 한편, 손을 최대한 적게 써 체온에 의해

고기의 지방이 녹는 것 또한 막을 수 있다.

방산시장 등에서 만 원 이하에 살 수 있으니 필요한 용량의 제품을 고르면 된다.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분배를 한 뒤, 양손으로 가볍게 쥐어가면서 형태를 잡아준다.




일단 형태를 잡으면 유산지 등을 깐 접시나 베이킹팬에 담아 냉동실에서 30분 정도 둔다.

잡아놓은 형태가 흐트러지지 않는데 도움을 준다.

미리 만들어서 이대로 얼린 뒤, 완전히 얼면 냉동실용 비닐에 넣어 보관하면 된다.


계란 흰자와 노른자의 역할


일단 밀가루와 계란옷 입힐 준비를 한다.

넓고 바닥이 평평한 접시나 베이킹 팬 등이 제격이다. 준비하는 동안 프라이팬을 달구고 넓은 접시에 주방용 종이행주를 깐다.

계란의 단백질은 센 불에 익히면 질겨지므로 아주 약한 불(가스레인지의 노브가 11시를 가리킬 정도)에서

기름 두른 팬을 약 10분 정도 달군다. 기름이 반짝이며 물결치는 듯이 보이면 준비가 다 된 것이다.

한편 흰자는 계란옷의 맛에 큰 역할을 미치지 못하므로,

흰자와 노른자를 모두 포함한 계란 2~3개당 흰자를 뺀 노른자 1개를 더하면 맛이 훨씬 더 풍부해진다.

참고로 이미 30년도 더 전에 계란과 콜레스테롤의 무관함이 밝혀졌으니 노른자만 섞는 걸 걱정할 필요는 없다.

소금간을 한다.밀가루와 계란을 모두 만지면 손에도 부치고도 남을 정도의 반죽이 떡지므로,

계란물을 입힐 때에는 쓰는 손과 안 쓰는 손을 철저하게 구분하는 편이 일하기에 좋다.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차려 놓았다면 왼손은 밀가루 입히고 털어내는 단계까지만 쓰고 나머지는 오른손을 쓴다.




재료를 올렸을 때 낮아지는 온도가 회복되는 속도에 따라 기름의 점성이 달라지는데,

온도가 낮아 점성이 증가하면 그만큼 전에 기름이 남아 느끼해지므로 주의한다.

팬을 가득 채우지 않으며, 또한 반죽을 올리자마자 가스레인지의 노브를 9시 방향으로 올려

떨어진 온도를 가급적 빨리 회복시켜준다.

약 2분 뒤 다시 10시 방향으로 온도를 낮춰 3분 정도 더 속까지 완전히 익힌다.

다 익은 전은 종이행주를 깐 접시로 옮긴다.

다시 데울 경우, 기름에 다시 부치는 것보다는 전자레인지를 권한다.

집에 오븐이 있다면 섭씨 90도로 예열해 먼저 부친 전에 종이 행주를 씌워 보관한다.

금방 먹는 경우라면 전을 마저 부치는 동안 보온해줄 것이다.

글 / 이용재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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