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은 매화나무의 열매이다. 매화나무는 3월에 꽃이 피고 5~6월에 열매를 맺는다.
원산지는 중국이며 우리 땅에도 오래전부터 자생하였다.
매화는 사군자의 하나로 동양화의 소재로 흔히 등장한다. 절개를 상징한다.
이른 봄꽃이 피므로 춘설을 맞은 매화를 간혹 볼 수 있는데, 이 덕에 추위를 이겨내는 꽃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된 까닭이다.
매화를 따 말려서 차로 쓰기도 한다. 또 싱싱한 꽃을 녹차 위에 띄워 올리면 녹차의 고운 향과 절묘하게 어울린다.
매화는 아침에 따야 향이 짙다.
1 아직 덜 익은 매실. 좀더 익으면 하얀 분 같은 솜털이 줄어든다. 다 익으면 노랗게 변한다.
2 매실은 꼭지가 쉬 떨어져 따기 수월하다. 웬만큼 익으면 가지를 살짝 건드려도떨어진다.
3 섬진강변을 따라 매화나무 농원이 조성되어 있다. 겨울에 따스하고 비가 많기 때문이다.
매화나무는 꽃이 지고 3~4개월이면 녹색의 열매를 맺는다. 우리 조상들은 이 열매를 약재로 썼다.
허준의 [동의보감]에는 갈증과 가슴의 열기를 없애는 약재로 소개하고 있다.
또 생으로 먹으면 안 되며 오매나 백매로 만들어 쓰도록 하고 있다.
남방에서 나며 음력 5월에 노랗게 된 열매를 따서 불에 쬐어 말려서 오매(烏梅)를 만든다.
또한 소금에 절여서 백매(白梅)를 만든다. 또는 연기에 그슬려도 오매가 되며
볕에 말려 뚜껑이 잘 맞는 그릇에 담아 두어도 백매가 된다.
이것을 쓸 때에는 반드시 씨를 버리고 약간 볶아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규합총서]에는 매실차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다. “오매육을 가루로 만든다. 꿀을 졸여 매실가루를 섞는다.
그것을 사향에 담갔다가 여름에 물에 타 먹으면 제호탕을 대신하여 갈증을 풀어준다”고 되어 있다.
최근래까지만 하더라도 매실은 그리 흔한 것이 아니었다. 매화나무는 남부지방에서만 자라고 또
토종의 매화나무는 매실을 적게 달아 약재로나 쓸 수 있을 뿐이었다. 남부지방의 사찰 등에서 정과나
장아찌 같은 것을 만들어 먹었다고는 하지만 일상생활에서의 매실 활용은 극히 미미했다.
일본은 매화나무가 잘 자라는 환경인데다 매실이 크고 많이 열리는 품종도 있었다.
따라서 일본인은 매실 음식은 일상식이었다. 특히 일본인에게 우메보시(매실 절임)는
그들의 민족 정서를 상징하는 음식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우메보시는 매실을 소금에 절였다가 붉은색이 나는 차조기(깻잎 비슷하게 생겼다)와 함께 넣고 삭힌 음식이다.
매우 시고 짜서 우메보시 한 알이면 밥 한 공기를 비울 정도이다.
그러나 이 시고 짠 맛 뒤에 숨어 있는 은은한 매실 냄새는 더없이 향기롭다.
요즘 이 우메보시가 우리 땅에도 제법 번졌다.
반일 감정의 시각만 거둔다면 매실의 향을 즐기는 데 이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매실이 우리의 일상생활 깊숙이 들어온 것은 엉뚱하게도 텔레비전 드라마가 결정적 역할을 하였다.
2000년 최고의 시청률을 보인 드라마 [허준]에 이 매실이 등장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드라마에서 허준이 전염병을 앓고 있는 백성들에게 매실을 먹여 치료하는 장면이 나왔는데,
이 드라마 방영 이후 매실은 없어 못 파는 인기 상품이 되었다.
매실 농축액이며 한국식의 매실 절임류 등도 이즈음에 개발되었다.
우리 땅에 매화나무가 본격적으로 심어진 것은 1970년대 이후의 일이다.
정부에서 농촌에 유실수를 심는 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였는데, 그 보급 유실수 안에 매화나무도 있었다.
이때 일본에서 매실이 많이 달리는 품종이 들어와 널리 보급되었으며,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에 집중적으로 심어져 있다.
섬진강 양옆에 있는 지역이다. 이 두 지역은 겨울에 따뜻하고 강수량이 많아 매화나무를 재배하기에 가장 적당한 땅으로 꼽힌다.
1990년대에 매실 농사를 짓는 스타 농민이 등장하였다. 광양 청매실농원의 홍쌍리 씨이다.
홍쌍리 씨는 시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농장에 매화나무를 심어 매실 농사가 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한 농민으로 크게 알려졌다.
이때만 하더라도 섬진강을 사이에 둔 하동과 광양이 매실을 두고 비슷한 지명도를 가지고 있었으나
홍쌍리 씨에 의해 ‘광양 매실’이라는 확실한 이름을 얻었다. 그렇다고 하동 매실이 광양 매실에 비해 질이 모자란 것은 아니다.
크게 보자면, 섬진강변을 따라 매실 농장이 있으므로 ‘섬진강 매실’이라 부르는 것이 더 맞는 일일 수도 있다.
매실은 이르면 5월 말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녹색이 있는 상태 그대로인 청매이다.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거의가 청매로 유통이 된다. 청매가 더 좋다는 말이 번진 것인데,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청매는 과육이 단단하기 때문에 절임 등을 하였을 때 아삭한 식감을 유지할 수 있기는 하다.
6월 중순부터는 매실이 노랗게 익는데, 이를 황매라 한다.
청매의 인기가 워낙 높아 황매는 ‘하품’ 취급당하는 일이 있는데, 황매만의 매력을 알아차리지 못한 탓이다.
황매에는 청매에는 없는 짙은 향이 있다. 매화꽃의 향을 담고 있다.
매실주나 매실 농축액을 만들 때 이 황매를 쓰면 청매의 것보다 향이 훨씬 좋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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