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지는 초롱꽃과의 여러해살이풀이다. 우리 땅에서 자생한다.
예전에는 산과 들에 흔하였는데 요즘은 깊은 산에서나 볼 수 있다. 많이 채취한 탓이다.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이 지역에서는 오래 전부터 약용으로 썼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나물로 흔히 먹었다.
1940년대에 한 스님이 도라지를 처음 재배하였다는 말이 전하지만 정설은 아니다.
도라지는 약용과 식용으로 쓰임새가 많은 작물이었다. 도라지는 웬만한 곳에서 잘 자라며
씨앗을 뿌리면 쉽게 군락을 이룬다.
산과 들을 헤집고 다니며 도라지를 캐기보다 민가 가까이에 씨앗을 뿌려 도라지밭을 일구는 것이
유리하다는 것을 우리 조상들은 알았을 것이며, 고랑을 내고 김을 매지는 않았을 수 있으나
도라지 집단 재배지를 조성하였을 것은 쉽게 상상할 수 있다.
뒷동산에서 흔히 보던 도라지 군락 중 많은 부분이 인공의 것이었을 것이다.
1 순창군 팔덕면은 강천산을 서북에 두고 있는 분지이다. 볕이 좋고 흙이 고와 도라지가 잘 자란다.
2 2008년부터 매년 7월장안마을에서 도라지 축제를 연다. 장안마을에 도라지밭이 제일 많다.
3 축제 음식에 쓰이는 도라지꽃을 할머니가 보여주고 있다. 도라지꽃을 따면 뿌리가 굵어진다.
1970~90년대 순창 도라지는 경동시장에서 ‘강자’였다.
순창 것이 올라가지 않으면 도라지 시장이 서지 않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순창 도라지의 주요 재배지는 팔덕면 일대이다.
강천산을 서북쪽으로 두고 있는 분지형 땅이다. 따라서 볕이 많이 든다.
얕은 구릉이 구불구불 연결되어 경사가 진 밭이 많으며 토심은 깊고 자갈은 없다.
굵고 곧게 뻗은 도라지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이다.
1990년대 말부터 중국산 도라지가 시장을 점령하였다. 순창 도라지는 가격에 밀려 사양 작목이 되었다.
그러길 10여 년, 최근에 순창 도라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산 도라지가 위생상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생각이 번지면서
국산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2008년부터는 매년 도라지꽃이 피는 7월에 도라지 축제를 열어
‘도라지 마을’임을 알리고 있다. 2010년 현재 팔덕면 일대 60여 농가가 10만 평의 밭에서 도라지를 키우고 있다.
도라지는 자생종이므로 씨앗을 뿌리기만 하면 스스로 싹을 틔우고 잘 자란다.
그러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잡초를 뽑아주어야 한다. 이 잡초 제거 작업은 일일이 손으로 한다.
제초제를 뿌렸다가는 도라지도 죽기 때문이다. 봄부터 가을까지 이 김매기를 12~15번 한다.
도라지는 2년생 또는 3년생을 수확한다. 3년을 넘기면 속이 노란색 또는 검은색의 심이 박혀 상품성이 떨어진다.
수확 시기는 특별히 정해져 있지 않다. 잎과 줄기가 다 진 가을의 도라지가 향과 쓴맛이 강하기는 하지만
봄과 여름의 것은 겉껍질이 얇고 조직감이 연하여 고운 질감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도라지는 겉껍질을 벗기면 겉이 갈색으로 변한다. 박피 도라지가 유난히 흰 것은 ‘약품 처리’를 한 것일 수가 있다.
팔덕면의 ‘도라지 할머니들’은 흙이 묻은 도라지를 사는 것이 좋으며, 봄과 여름의 것은 겉껍질을 벗길 것 없이
솔로 살살 문질러 흙만 털어내어 쓰라고 하였다. 도라지는 흰꽃 또는 보라꽃이 핀다.
꽃의 색만 다르지 그 뿌리의 맛은 같다.
도라지는 영어로 Balloonflower(풍선꽃)라고 한다. 꽃봉오리가 풍선처럼 생겼기 때문이다.
풍선꽃’은 밤에 활짝 터지는데 그 모양이 밤하늘의 별과 같다. 여름밤 도라지밭은 별밭이기고 한 것이다.
도라지꽃의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다. 상사병에 걸린 처녀가 죽은 자리에서 피어난 꽃이라고 한다.
그 처녀 이름이 도라지였다. 도라지는 꽃이 피면 수술의 꽃가루가 먼저 터져 날아가고 그런 다음에야 암술이 고개를 내민다.
한 꽃 안에서는 수정할 수 없게 ‘유전자 설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도라지 꽃말의 유래는 도라지꽃의 이러한 생리를 관찰하여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
도라지는 꽃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있는 식물이다. 그러나 도라지를 더 굵게 생산하기 위해서는
꽃이 피기 전에 꽃대를 잘라야 한다. 영양분을 꽃으로 허비하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도라지의 쌉쓰레한 맛은 여름 밤하늘의 별 맛일 수도 있을 것이고 도라지 처녀의 이루지 못한 사랑 맛일 수도 있겠다.
향기 혹은 건강의 과일 광양 매실 (0) | 2016.11.27 |
---|---|
쌉싸래한 어린 나뭇잎 김해 참죽 (0) | 2016.11.25 |
서늘한 대숲의 맛 담양 죽순 (0) | 2016.11.23 |
지리산의 기운이 담겼다 하동 녹차 (0) | 2016.11.22 |
한국 음식의 힘 순창 고추장 (0) | 2016.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