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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알이 씹힌다 양양 송천떡

요리 이야기/식재료3

by 그린체 2016. 12. 11.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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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양 송천 떡 쌀알이 씹힌다 한계령 바로 아래 조그만 산골이 떡으로 유명하다.<br>마을 아주머니들이 모여 밤을 새우다시피하며 떡을 빚는다. 쌀알이 느껴지는, 참 고운 떡이다.

우리 민족은 긴 세월을 쌀을 포함한 여러 알곡으로 죽 또는 떡을 해서 먹었다.

국립민속박물관가면 삼국시대 유물 중에 유독 많은 것이 시루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곡물을 가루 내거나 그 알곡째 쪄서 먹은 것이 일반적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유물들이다.

[삼국유사]에도 밥보다 떡에 관한 일화가 먼저 나온다.

서기 17년 남해왕이 죽자 노례와 탈해가 서로 왕위를 놓고 양보를 하는데,

탈해가 이르기를 성지인()은 치아가 많다고 하니 떡을 물어 시험하자고 제안을 하고 있다.

우리 조상들이 쌀로 밥을 지어 일상식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시대 즈음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밥보다 떡이 더 오래 우리 민족과 함께해온 음식인 것이다.




1 송편을 빚고 있다. 송천의 송편은 손가락 자국을 내는데, 강원도 송편이 대체로 이 모양이다.
2 불린 쌀을 건져내고 있다. 송천의 떡은 국산 쌀로만 만든다. 공장 쌀가루로 만든 떡과 맛이 다르다.
3 송천 마을 뒤의 다락논이다. 논 면적이 얼마 되지 않아 마을 식량도 나오지 않을 것이다.

  



빵과 떡의 차이

떡은 쌀 또는 찹쌀로 빚는다. 찹쌀에 비교하여, 쌀을 멥쌀이라고도 한다.

찹쌀은 시루에 쪄서 떡판에 올린 후 떡메로 쳐서 떡을 만든다. 쫄깃한 식감이 있어 찰떡이라 한다.

쌀, 즉 멥쌀은 물에 불려서 가루를 낸 후 찌는 것이 일반적이다. 쌀가루에서 쪄낸 상태의 것을 시루떡이라 하고,

이를 다시 치대어 길쭉하게 뽑은 것을 가래떡이라 한다. 송편은 그 빚는 과정이 조금 다른데,

쌀가루를 뜨거운 물에 반죽하여 소를 넣고 모양을 잡은 후 시루에 쪄낸다.

떡은 쌀을 주식으로 하는 아시아권에서는 두루 먹는 음식이다.

떡 빚는 방법은 조금씩 다를 것이지만 쌀을 가루내거나 찌는 과정은 거의 같다고 봐야 한다.

서양의 빵과 비교하자면, 곡물가루의 반죽을 구우면 빵, 이를 찌면 떡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석, 설이면 반드시 방송에 나온다

강원도 양양군 서면 송천리는 한계령 동쪽 아래의 한 계곡에 있는 마을이다. 30여 가구가 살고 있다.

설악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마을을 관통하고 있다. 물 맑고 숲은 우거져 산천이 아름다우나

이 마을 사람들이 기대어 살 수 있는 논밭은 아주 적다. 마을 뒤로 계단식 논이 있으며 밭은 텃밭 수준을 조금 넘고 있다.

이 작은 마을에서 절반 정도의 가구가 떡 빚는 일을 생업으로 하고 있다.

예전에는 14명으로 구성된 부녀회가 공동으로 떡 가공 사업을 하였는데, 근래에 영농조합으로 법인화하였다.

마을 입구에는 떡마을 입석이 서 있고 마을 공동 작업장에 떡 체험 시설까지 갖추고 있다.

추석이나 설이면 방송에 이 마을이 반드시 나온다.



마을과 떡의 인연

지역 유명 음식은 대체로 그 지역에서 많이 나는 농수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일반적인데,

간혹 이와는 정반대의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두부로 유명한 강릉 초당동은 콩 산지가 아니며,

황골엿으로 이름이 난 원주시 소초면 흥양리도 엿을 만들 수 있는 곡물이 많이 나는 지역이 아니다.

송천리, 초당동, 흥양리 이 세 마을의 공통점을 들자면 먹고살 것이 없는 가난한 마을이라는 것이다.

이럴 경우 마을 사람들은 식재료를 외부에서 가져와 가공하는 사업을 하게 되는데,

이 가공품이 차츰 인기를 얻으면서 그 지역의 유명 음식으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이다.

송천리와 떡의 인연은 1971년 한계령에 차가 다닐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맺어졌다.

그 길로 설악산과 동해를 찾는 관광객들이 지나다니게 되었다.

송천리 아주머니들은 관광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 아이템이 떡이었다.

안날 밤에 떡을 빚어 광주리에 이고 오색약수와 낙산사, 하조대해수욕장으로 행상을 하였다.

관광객들의 입을 통해 송천리의 떡이 맛있다 소문이 나면서 '송천 떡마을'이라는 이름이 생겼으며,

이제 송천리 아주머니들은 '앉아서' 장사를 하고 있다.



새벽 2시에 작업을 한다

송천리 떡은 새벽 2시부터 만들어진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4명의 아주머니들이 모두 모인다.

(할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분들이 더 많지만.) 전날 물에 불려놓은 쌀을 찌고 빻고 반죽하는 공간은 방앗간과 비슷하다.

여기서 덩어리 떡이 빚어지면 동네 사랑방 같은 작업장으로 옮겨진다.

떡판을 깔고 떡의 모양을 잡고 고물에 버무려 포장을 한다. 이렇게 해서 아침 6시까지 작업을 완료한다.

이어 택배 차가 오고 전국으로 떡이 배송된다. 당일의 떡을 소비자에서 배달하기 위해 밤을 새우다시피하는 것이다.

낮에는 납품 여유가 있는 작업을 하게 되는데, 14명의 아주머니들은 거의가 계속 작업을 한다.

그렇게 해서 오후 4시 즈음에 집에 갔다가 한숨 자고 다시 작업을 하게 된다.

행상의 고달픔은 없어졌지만 주문량을 대기 위해 강도 높은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 떡이 맛없는 이유

요즘 떡이 맛없다 하는 어른들이 많다. 이유는 공장에서 가공한 쌀가루로 빚은 떡이 많기 때문이다.

공장에서는 쌀의 전분이 변성되지 않게 습식으로 분쇄한다고 하지만 고운 입도의 쌀가루를 짧은 시간에

다량으로 생산하다 보니 온도가 올라가고 따라서 전분에 손상이 오기 마련이다.

또 보관과 이동 중에도 손상이 있다. 이렇게 전분이 변성된 쌀가루로 떡을 하게 되면, 백설기와

시루떡은 퍽퍽하고 가래떡와 절편은 단단하며 찹쌀떡은 뻐득뻐득해진다. 송천리는 쌀로 떡을 빚는다.

찰떡은 입안에서 쌀알이 덜 뭉개진 듯한 느낌을 주며 멥쌀의 떡은 쫀득하면서도 부드럽게 풀린다.

또 전분의 변성이 없어 질긴 느낌이 없다. 가래떡을 예로 들자면, 공장 쌀가루 떡은 '질긴 쫀득함'이고

쌀로 빚은 떡은 '부드럽게 입에서 스스르 녹는 쫄깃함'이다. 송천리 떡은 단지 이 차이 하나만으로도 맛있는 떡이다.

그러나 이 제대로 된 떡도 갓 했을 때 맛있지 운송 과정에서 맛이 많이 변한다.

강원도 여행길에 송천 떡마을을 코스에 넣을 만하다.

[양양]양양 해담마을·송천떡마을 `전국 최우수' | 강원일보 2010-07-05
양양군 해담마을과 송천떡마을이 전자상거래, 전통체험장 전자홍보 등

정보화마을 운영 활성화로 전국 최우수마을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양양 송천 떡마을' | 강원도민일보 2010-07-09
관찰사 송강 정철은 원주에서 춘천으로, 다시 철원 화천을 거쳐 금강산으로 향한다.

내금강 비경을 샅샅이 구경한 다음 정 송강은 ‘관동별곡’에서 외친다.

“내금강 산중의 경치만 매양 보겠는가? 이제는 동해로 가자꾸나

 

글·사진/ 황교익 |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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