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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별미를 찾아가는 이야기 진수성찬

맛집스케치

by 그린체 2013. 11. 25. 0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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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떠나라고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펑펑 눈이 쏟아지는 한겨울의 정취를 느끼기엔 아직 이르고,

울긋불긋 단풍으로 화려한 풍광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다.

휑하니 낙엽이 뒹구는 을씨년스러운 풍경들만 넘쳐난다.

낙엽을 하나둘 밟으며 늦가을의 정취를 달래는 여행도 나름 나쁘지는 않다.

하지만 이럴 때 차라리 별미여행을 떠나보는것이 좋다.

후루룩 목넘김이 좋은 국물과 코끝을 자극하는 알싸한 향, 건강을 챙길 수 있는 음식이라면

여행지보다 만족감은 배가 될게 뻔하다.

 

 

 


전라남도 나주. 백두대간이 남으로 줄달음하다

잠깐 서남쪽으로 뻗어 빚어낸 노령산맥. 그 끝자락 금성산 아래 펼쳐진 드넓은 평야와

영산강이 궁합을 이뤄 둥지를 튼 곳. '천년고도 목사골', '작은 한양(小京)'으로 불리는 땅이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고장답게 나주는 음식문화도 발달했다. 나주에서 역사는 곧 음식으로 기록된다.

맑고 개운한 맛의 곰탕은 흥성했던 조선시대와 맞닿았고, 코가 뻥~뚫리는 영산포 홍어,

스태미나 만점인 구진포 장어는 영산강의 전성기를 말한다.

역사를 추억하는 음식의 맛은 깊다.

깊어서 이들 세 음식은 각기 나주 곰탕, 영산포 홍어, 구진포 장어란 이름으로

이제는 그 기원을 잃은 거리에 버젓이 살아 나주의 3대 별미로 불린다.

여기에 맑고 청아한 향으로 여운을 남기는 나주 금성산 야생차 한잔을 곁들인다며

늦가을 여행지로 이보다 더한 곳을 꼽기 힘들겠다.

 

◆가마솥에서 끓인 맑고 개운한 '나주 곰탕'
나주를 대표하는 첫 번째 맛은 곰탕이다. 나주목문화관에서 몇십m 떨어진 곳에

금성관이라는 나주객사가 있고 그 앞에 나주 곰탕집들이 몰려 있다.

먼저 나주 곰탕에 대한 이야기부터 알아보자.

나주읍성 안의 닷새 장을 찾는 장돌뱅이들과 주변 고을에서 장보러 나온 백성들에게

국밥을 팔던 것이 나주 곰탕의 시초다.
흔히 곰탕 국물이 뿌연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주 곰탕은 말갛다.

나주 곰탕의 국물이 다른 지방의 곰탕처럼 뽀얗지 않고 맑은 것은 소의 뼈 대신 양지나 사태 등

고기 위주로 육수를 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물이 맑고, 달고, 시원하다.

쇠뼈는 갑자기 많은 손님이 몰려 육수가 다소 부족할 때 비방으로 사용될 뿐이다.

50년 전통을 자랑하는 '노안집'에 들었다. 커다란 가마솥 두 군데에서 하얀 김이 피어나고,

손님에게 공개된 주방이 눈길을 끈다. 곰탕이 주문되면 주인장은 미리 밥을 담아놓은 뚝배기를 집어든다.

그 다음 설설 끓는 가마솥에서 국물을 떠서 밥이 담긴 뚝배기를 서너 차례 토렴한다.

곰탕의 제맛이 바로 이 토렴 과정에 숨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렴'은 동아새국어사전에는 '건진 국수나 식은 밥 따위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하여

그 국수나 밥을 데우는 일'이라고 풀이돼 있다. 잘 삶아진 고기를 토렴한 뚝배기에 넣고,

노란 계란 지단을 올리고, 대파를 한 국자 더 넣으면 국물이 식을 새라 손님상으로 재빨리 가져간다.

반찬이라고 해야 침이 절로 도는 김치와 깍두기가 전부이지만 진하고 고소한 곰탕에 이보다 더 잘 맞는 궁합은 없다.

뜨끈한 국밥 한 숟가락을 떠서 그 위에 빨간 김치나 깍두기 한 점을 얹어 먹으면 느끼한 맛은 전혀 없고

달콤하면서도 구수한 곰탕의 제맛을 느낄 수 있다.

나주 곰탕 전문 식당에서는 곰탕 외에 고기가 더 많이 들어간 수육곰탕과 수육도 맛볼 수 있다.

나주곰탕거리에 있는 하얀집, 남평할매집 등도 유명하다.

 

 

◆알싸한 첫맛 박하향 도는 끝맛 '영산포 홍어'

 

 

 

나주시가지 남쪽의 영산포로 가면 나주의 두 번째 별미인 홍어를 만날 수 있다.

홍어는 흑산도에서 잡힌 것을 최고로 친다.
영산포가 삭힌 홍어로 유명해진 사연은 이렇다. 조선시대 때 홍어는 임금님께도 진상됐다.

흑산도 홍어는 진상되기 위해 나주 영산포까지 뱃길로 운송됐다.

그런데 날씨가 습하고 더운 여름에는 운반과정에서 홍어가 변질됐다.

영산포 사람들은 변질된 홍어를 버릴까 하다가 깨끗하게 씻어 먹어봤다.

부패가 아니라 발효가 잘된 홍어의 그 맛이 너무나도 묘했다. 이것이 바로 영산포 홍어의 유래가 된 것.

옛 영산포 선창 주변에는 나주만의 독특한 숙성법으로 삭힌 홍어 맛을 보여주는

홍어 거리가 조성되어 코끝을 자극한다. 자연 발효돼 독특하고 절묘한 맛을 내는 웰빙식품인

홍어회는 알칼리성 음식이라 체질 개선, 다이어트, 피부미용에 좋다고 한다.

홍어요리 중 인기메뉴는 단연 홍어회다.

홍어회와 돼지고기, 김치를 함께 먹는 것을 '홍어삼합'이라 한다. 여기에 막걸리가 빠지면 섭섭하다.
홍어회를 제대로 맛보려면 삼합으로 먹는 것보다, 홍어 한 점을 입안에 넣고 천천히 씹어 맛을 음미하는 방법도 권할 만하다.

처음엔 알싸한 맛으로 시작했다가 점차 코가 뻥 뚫리는 톡 쏘는 맛으로 변한다.

계속 씹으면 살짝 박하향까지 퍼지는 독특한 맛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홍어찜은 홍어요리 초보자들이 홍어회에 도전하기 전에 먹기 좋은 요리다.

이 밖에 홍어의 애를 보리싹과 함께 넣고 끓인 홍어애보리탕은 맛이 깊고 시원하다.

 


◆스태미나의 제왕 맛 불끈, 영양 불끈 '구진포 장어'


 


 

영산강의 열두 구비 중 아홉 번째 구비에 해당하는 곳이라는 구진포는 바닷물과 민물이 교차하는 곳으로

옛날에는 민물장어가 많이 잡혔다. 구진포에 장어음식점이 밀집한 것도 그런 사연 때문이다.

그러나 1981년 목포와 영암 사이에 영산강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닷물이 막힌 후로는 구진포의 장어는 매우 보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구진포 특유의 조리법은 여전히 살아 장어 맛의 명성을 오늘도 이어나간다.

구진포 장어거리에 있는 대승장어에서는 장어를 구울 때 직접 만든 양념장을 이용한다.

이 양념장이 독특하다. 마늘, 생강, 매운 고추, 당귀, 감초 등을 고아 장어 머리를 삶은 물과 함께 끓여낸다.

준비된 장어를 반으로 가르고 뼈를 제거한 뒤 석쇠에 올린다.

거의 다 익을 때쯤 장어를 집게로 집어서 양념장에 휙 담갔다가 다시 석쇠에 놓는다.

집게로 뒤집고 붓으로 양념장을 찍어 바르기를 여러 차례 반복한다.

입안에 넣으면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장어의 느끼한 맛은 가볍게 바른 양념장으로 없애 너무 짜지도 달지도 않다.

양념 끝에 내놓는 장어구이는 한약 특유의 냄새를 배경으로 달콤한 향이 솔솔 풍겨 코끝을 자극한다.

여기에 주인장의 친절함이 더해져 장어 한 점에 기운 몇 갑절을 챙겨간다.

 


 

 

 

◆맑고 청아한 향, 깊은 여운 '금성산 야생차'
야생차의 역사는 깊다. 고려시대 임금께 진상(進上)했던 뇌원차가 만들어졌고,

조선 세종실록지리지동국여지승람 등에도 임금에게 올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뿐만 아니다. 나주는 다도의 이론과 실제를 생활화면서 우리 전통차 문화를 꽃피운 초의선사의 출가지이자

다산 정약용이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그만큼 뛰어난 야생차맛을 자랑한다.

야생차는 초의선사가 출가한 운흥사와 금성산 등 나주 곳곳에서 자라고 있다.

이 금성산에는 8ha가 넘는 야생차 군락지가 펼쳐져 있다.
금성산은 나주의 진산으로 해발 451m로 그다지 높지 않지만 계곡마다 야생차밭이 장관을 이룬다.

금성산 차는 그 향과 맛이 뛰어나 일제시대에는 일본인들이 금성산 찻잎을 수매해 갈 정도로 소문이 났다고 한다.

금성산 차를 연구하는 송영건 명다원 대표는 "금성산에서 자생하는 차나무는 반 그늘,

반 양지에서 자라 맛과 향이 뛰어나다" 며 "여러 지역의 찻잎으로 제다를 해봤지만

금성산 야생차의 맛과 향을 따라오는 차를 보지 못했다"며 나주차를 자랑한다.

이맘때 금성산을 찾으면 소담하게 피어난 새하얀 차꽃을 볼 수 있다.

매년 10월부터 눈 내리는 12월까지 차꽃이 피고 진다. 이 차꽃을 따서 자연 그대로 말려 차꽃을 만든다.

꽃차는 입안에 감도는 은은한 맛과 단맛의 뒤끝이 매력적이다.

또 묵은 차에 한 송이 넣으며 잡냄새를 잡아주고 맛을 살려주기도 한다.

고즈넉한 명다원 차실에서 나주 야생차에 차꽃을 띄워 한 잔을 내놓는다. 방안 가득 차향이 가을을 타고 넘는다.


 

 


▲나주 가는길
경부고속도를 타고 가다 천안, 논산고속도로를 이용해 호남고속도로로 종점까지 가서

산월나들목으로 나와 광주 제2순환도로를 탄다.

순환도로 요금소를 빠져나와 13번 국도를 타고 들어가면 나주에 닿는다.

 

 

 

 

 


▲볼거리
호남을 관통하는 젓줄이자 '나주의 강'인 영산강을 빼놓을 수 없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고 영산포구와 등대가 있다. 황포돛배도 운행된다.

나주목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나주목문화관과 금성관, 목사내아 등도 들러볼 만하다.

이 밖에도 나주영상테마파크, 늦가을 숲길이 고즈넉한 불회사와 운흥사 석장승, 천연염색박물관,

산림자원연구소의 메타세콰이아, 도래전통마을, 나주반 등 볼거리가 널려 있다.

 

아시아경제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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