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에, 페이스북에 널리고 널린 게 맛집 소개다. 그래서 고민이다.
과연 맛집 소개 과잉 시대에 다른 맛집을 소개한다는 것이 공해를 더하는 일이 아닐까.
하지만 이 5군데만은 안내하고 싶었다. 이른바 '핫'한 맛집은 아니다.
뭉근하게 오랫동안 인기를 이어오는 곳들이다.
'육지 것'들은 잘 모르는 숨겨진 제주 거주민들의 맛집을 찾아나섰다.
단, 이들 맛집 역시 추천인들의 주관적인 평가에 바탕하고 있다는 점을 밝혀둔다
거기에 '수다뜰'이라는 이름을 들으니 마을 사랑방스럽다.
하지만 이곳에 들어서서 한 상 차림을 맛본다면 오래 기억될 것이다.
특별한 메뉴는 눈에 띄지 않는다. '콩국 정식'을 골랐다. 시원한 '콩국물'이 있는 차림인가 했더니,
아니다. '콩국'은 제주의 전통 국요리다. 콩가루를 갈아 뜨거운 물에 풀어 만든 음식이 '콩국'이다.
모양새는 '순두부'를 닮았는데, 만드는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수다뜰은 제주의 대표적인 '농가 식당'이다.
산지에서 나는 식재료를 최대한 이용해 음식을 만들어 파는 식당이다.
수다뜰을 운영하는 정문경씨는 "근처 명도암에서 나는 콩을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고 말했다.
쌀과 해산물을 제외한 식재료 중 거의 100%를 식당 인근 산지에서 마련한다고 덧붙였다.
이곳을 소개한 윤순희 대표는 "식재료가 신선한데다 조미료를 넣지 않아서 맛이 깔끔하다"며 추천했다.
실제로 정씨는 본인이 조미료를 써서 만든 요리를 먹으면 몸이 아픈 탓에 3년 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 정도를 써서 콩국의 간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비빔국수도 인기 있는 메뉴다.
제주시 봉개동 명도암 389번지, 064-723-2722
정성듬뿍 제주국 -김경주 제주도민 추천
각재기국, 장대국…. 생소한 국요리가 메뉴에 즐비하다.
알아볼 수 있는 음식 이름은 '된장뚝배기' '멜(멸치)튀김' 정도다.
제주시 북초등학교 근처에 있는 이 작은 식당에는 홀로 식사를 해결하는 사람이 많다.
대체로 제주 현지인임이 분명해 보이는 사람들이다.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주인장과의 대화를 엿들으면 금세 파악할 수 있다. 잘 알아들을 수 없는 제주 방언이 오간다.
아침이나 점심 때는 장대국이나 각재기국을 찾는 이가 많고,
저녁에는 술안주로 제격인 멜튀김이나 멜무침을 주문하는 사람이 는다.
장대국에는 겉은 분홍빛이 돌고 속살은 하얀 흰살 생선 장대가 한 마리 통째로 들어간다.
채 썬 무가 듬뿍 들어 있고, 대파 정도가 더해져 있다. 국물을 한번 들이켜면 "시~원하다"는 말을 연발하게 된다.
'정성듬뿍 제주국'을 소개한 김경주씨는 각재기국을 좋아한다. 각재기는 전갱이의 제주 방언이다.
왠지 기름질 것 같지만, 딱 적당한 기름기에 배춧잎 등이 어우러져 뜨끈한 국물이 속풀이에 제격이다.
큼지막한 멜튀김은 장에 찍어 함께 나오는 배춧잎에 싸서 먹으면 아삭한 식감이 그만이다.
멜무침을 어느 정도 먹고 나면 따뜻한 밥을 비벼 먹기에 좋다.
제주시 무근성7길 16, 064-755-9388
돔베고기는 도마 위에 삶은 돼지고기를 얹어 썰어 먹는 제주 전통음식을 일컫는 말이다.
이 식당에서는 실제로 큼지막한 삶은 돼지고기 덩어리를 솥에서 꺼낸 뒤 바로 도마에 올려 식탁에 내놓는다.
고기는 식탁에 올린 뒤에야 썬다.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고기를 나무도마 위에서 두툼하게 썰어낸다.
지방 부위는 입에 들어가면 순식간에 녹고, 살코기 부위는 힘들이지 않고 몇 번 씹으면 목구멍을 넘어간다.
어떤 비법을 썼는지 모르지만, 돼지고기 잡내가 잘 잡히고
느끼함이 덜해 평소보다 많은 양을 먹게 될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고기만 먹어도 감칠맛이 돌지만 함께 나오는 굵은 소금을 조금 올리거나,
푹 익힌 전라도식 김치를 얹어 먹으면 풍미는 배가된다.
천짓골식당을 추천한 이민정씨는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도 좋아해 자주 찾게 된다.
요즘은 관광객이 너무 많아져 아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현지인과 여행자들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만큼 예약은 필수.
서귀포시 천지동 294-10, 064-763-0399
성미가든 -박준석 제주도민 추천
닭요리 전문점이다. 이색적인 닭요리 코스가 나온다.
바로 '닭 샤부샤부'로 시작해 삶은 닭, 녹두죽으로 이어지는 코스가 성미가든의 대표 메뉴다.
닭 샤부샤부는 닭가슴살 등 얇게 바른 살코기를 배추 등을 넣은 닭육수에 살짝 담가 익혀 먹는 요리다.
육고기 샤부샤부와 달리 기름기가 거의 없고 뒷맛도 개운하다.
닭가슴살 등 샤부샤부로 먹는 부위를 제외하고 푹 삶는다. 닭다리는 삶은 닭요리에 함께 나온다.
많이 익혔지만 질기지 않다. 성미가든을 추천한 박준석씨는 성미가든 코스 요리의
하이라이트는 '녹두죽'이라고 추어올린다.
"녹두가 듬뿍 들어가 고소한 향과 맛이 끝내준다"고 박씨는 소개했다.
샤부샤부와 삶은 닭으로도 배가 차지만, 녹두가 알맞게 퍼진 죽이 나오면 다시 숟가락을 들 수밖에 없다.
성미가든이 있는 조천읍 교래리 주변에는 성미가든과 비슷한 콘셉트의 식당이 많지만,
제주도민에게 녹두죽으로 정평이 난 성미가든 입구에 선 줄이 가장 길다.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 532, 064-783-7092
남양수산 -정승 '보엠' 대표 추천
정승 대표는 '육지 것'이다. 서울에서 제주로 입도한 지 겨우 5개월 남짓이다.
빵집 '보엠'을 차리려 내려왔다. "혹시, 정말 추천할 만한 맛집 아세요?"
제주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그에게 시원한 답변이 나올 거라 기대하지 않았다.
예상은 틀렸다. 정 대표는 귀신같이 현지인들이 찾는 제대로 된 횟집을 찾아냈다.
바로 성산면에 있는 '남양수산'이다.
정 대표는 "원칙이 있죠. 깔끔한 데는 가지 않아요. 관광객이 많이 찾는다는 뜻이거든요"라고 말한다.
겉모습만 보고 맛집으로 판명한 것은 아니다. "주인장과 이야기를 나눠봤어요.
옛날 이 근처 바닷가에서는 돔이 바위 사이에 끼어 있어서, 그것을 거둬 가져다가 회로 팔았다고 하더라고요.
옛날 이야기를 아시는 분이잖아요. 알고 보니 40년 넘게 한자리에서 횟집을 하고 계시더라고요."
정 대표는 그렇게 남양수산의 팬이 됐다. 육지에서 지인들이 제주를 찾으면 꼭 이곳에 데려간다.
제주시내에서 성산면까지는 그렇게 가까운 거리가 아니지만, 수고를 무릅쓰고 찾는다.
"원래는 식당은 없었고, 포장만 해서 팔았다고 해요. 그런데 인기가 많아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고 하더라고요.
" 제철 생선을 위주로 판다. 고등어회와 곰장어전골 등이 별미로 알려져 있다.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1191-1, 064-782-6618
한겨레신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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