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육룡이 나르샤]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SBS [뿌리 깊은 나무]의 바로 전 세대를 다룬다.
청년 이방원(유아인)이 훗날 카리스마적인 왕이 되는 이야기가 주축을 이루지만,
그 못지 않게 무림의 세계를 중점적으로 다룬다.
훗날 각각 삼한제일검과 조선제일검이 되는 이방지(변요한)와 무휼(윤군상)이
무공을 쌓아가는 과정이 자세히 묘사되는 한편,
고수들이 누구의 편에 서는가만으로도 정세에 영향을 미친다.
중국의 전설적인 존재 장삼봉의 등장은
[육룡이 나르샤]의 무협적 요소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일 것이다.
그리고 이런 작품에는 누가 그들 중 최고의 고수인지 따져보기 마련이다.
[뿌리 깊은 나무]를 포함, 김영현-박상연 작가가 그린 고려말기와
조선 초기의 ‘잔트가르’는 누구일지 짚어 보았다.
장삼봉은 영락제 시절 실존했던 도인으로, 중국에서는 관우와 함께 신선으로 추앙받기도 한다.
김용의 [의천도룡기]에서는 소림과 무림 양대 산맥을 이룬 무당파를 창시한 개파조사로 등장하며,
[육룡이 나르샤]에서도 이 설정을 거의 그대로 따라 중국에서 온 절대고수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막연히 길태미, 길선미 형제보다 강해 보인다는 정도로만 묘사되지만
[의천도룡기]에서의 장삼봉은 명실상부한 대륙 최강의 고수다.
내공에 있어 80년 넘은 순양지기는 이미 인간의 한계에 다다른 것으로 평가받고,
검술에 있어서도 자존심 강한 아미파 문주 멸절사태가 장삼봉에 이은 무림 2인자로
평가받는 것만으로도 실질적 1인자로 평가받았다고 만족해하는 모습이 나온다.
즉 당대 최고수들이 우열을 가리는 중에도 장삼봉은 신계로 따로 분류되는 수준. 작중에서
직접 싸움을 벌인 경우는 거의 없지만 원나라 측 최고의 고수이자 [의천도룡기]의 주인공
장무기조차 애먹었던 현명이로 중 한 명을 한 손으로 쉽게 제압한 장면은 그가 삼한이 아닌
중국 대륙에서도 한 차원 높은 압도적인 1인자였다는 것을 증명한다.
길태미가 장삼봉을 더 화나게 했다면 드라마의 전개가 달라질 뻔했다.
2.인간 중에는 대적할 자가 없는 카르페이 테무칸 (개파이)
[뿌리 깊은 나무]에서 무휼과 이방지의 목숨을 가져간 개파이,
본명 카르페이 테무칸은 원나라 복위세력 휘하 돌궐족 용병부대 출신으로 나온다.
‘테무칸’이 뛰어난 몽고 장수에게 내려지는 호칭이라는 설이 제대로 확인된 바는 없지만,
대초원과 사막으로 이루어진 척박한 자연환경을 이겨내며 단련된 전투력으로 한때
중앙아시아의 패권을 쥘 만큼 막강했던 돌궐족 중에서도 최고를 뜻하는
‘칸’의 이름을 가질 만큼 독보적인 존재임은 분명하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 나이 든 이방지와 일전 끝에 그에게 치명상을 입혔는데,
본인은 큰 부상 하나 없이 보고하는 모습을 보인다.
무휼 역시 그와 몇 합 겨루지 않아 창에 찔리는 치명상을 입고,
그의 필사적인 마지막 공격마저 카르페이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주지 못하는 것을 보면 둘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대륙의 명나라 자객단 단주조차 카르페이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
인간 중에는 그를 대적할 자가 없다’고 두려움에 떨며 바로 후퇴한다.
이방지가 그의 정체를 모를 때 부르던 이름처럼 “맹수” 같은 비주얼까지 갖췄으니,
인간의 힘으로는 이길 수 없을 듯하다.
3.빠른 검 속의 강함, 이방지
장삼봉이라는 신선급 스승에게서 직접 무림의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무당파의 무술을 사사받은 데다가,
연인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가졌으니 수련의 강도 역시 남달랐을 것이다.
한 번의 도약으로 8m를 갈 수 있다는 출상술을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원을 그리며 검술을 펼치는 모습은,
원을 그리는 하나의 초식을 이해하면 무궁무진한 초식을 펼칠 수 있다는 무당파의 태극검을 떠올리게 한다.
6년간 스승 장삼봉에게서 무당파의 상당 부분을 배웠다고 볼 수 있다.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하늘로 솟은 칼이 떨어지기 전에 달려드는 십여 명의 적을 모두 처리하는 속도를 자랑한다.
무휼과는 젊은 시절 대결했는데, 그에게서 “내가 졌다”는 선언을 받아낼 때 무휼은 상처를 입고
제대로 일어서기도 힘들어하는 반면 이방지는 상처 하나 나지 않은 모습을 보여준다.
이후 ‘대륙제일검’ 카르페이와의 일전 끝에 “아쉽다, 아쉬워.
이 나이가 돼서 이제야 만나다니”라 탄식하고 끝내 패배해 목숨을 잃지만,
나이가 들어 근력이나 유연성이 전성기에 비해 떨어져 있을 상태라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만약 이방지의 전성기 시절 둘이 만났다면, 적어도 호각지세는 만들 수 있지 않았을까.
4.능히 100명의 무사를 대적할 조선제일검 무휼
일단 키가 8척(184cm)이고,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시절 바위를 던져 멧돼지를 잡아 올 정도로 힘이 장사인 사람으로 그려진다.
조선시대 남성의 평균 키가 161cm 정도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장대한 기골에서 나오는 힘인 듯하다.
시골의 무술 사범 밑에서 배운 검술만으로도 매화무사를 이기고 칼을 뽑자마자
세 명을 그대로 베어버리는 것을 보면 재능 역시 상당해 보인다.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철없는 소년 무사로 비춰지지만,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내금위장의 자리에까지 올라
혼자서 능히 100명의 무사를 대적하는 조선제일검”으로 소개된다.
그리고 언월도를 휘두르며 혼자서도 수십 명의 적을 어렵잖게 상대하는 모습으로
조선제일검의 위엄을 보인다. 다만 조선 안에서 그를 이긴 유일한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이방지다.
카르페이가 일격을 나눈 후 “그는 정말 강하다”고 인정하긴 해도, 마지막 일전에서 몇 합 나누지 못하고
카르페이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당하는 것을 보면 그의 힘을 넘진 못했음을 알 수 있다.
5.현 삼한제일검 길태미와 유일하게 그를 패배시킨 길선미
현 삼한제일검인 길태미를 이긴 유일한 인물은 ‘생긴 것 말고는 모든 게 다른’
그의 쌍둥이 형 길선미다. 장삼봉은 길태미와 길선미를 두고 난형난제의 검술이라 하지만,
일단은 길선미가 1승을 거둔 상황. 장삼봉이 열 자가 넘는 절벽 아래서도 그 기운을 느낄 수 있는 고수다.
백윤과 호위무사의 죽음을 조사하던 길태미가 칼 소리가 ‘챙챙챙’ 하고 세 번 났다고 하자
길선미라면 두 합 이내에 끝냈을 것이라 말하기도 한다.
동생 길태미도 전 삼한제일검 홍륜을 쉽게 제압하고 삼한제일검의 이름을
빼앗을 정도의 무술 실력을 자랑한다.
그 역시 서북면에서 최고라는 백윤의 호위무사를 세 합 만에 빠르게 제압하고,
장삼봉에게도 명불허전이라 인정받았다. 다만 두 형제 모두가 장삼봉이 대등한 상대로 일검을
겨루었다기보다는 한 수 접어주며 평가를 내리는 입장인 만큼,
장삼봉을 직접 계승한 이방지나 그와 비등한 실력의 무휼,
이들을 모두 이긴 카르페이보다는 한 수 아래로 볼 수 있다.
6.평안한 시대의 삼한제일검, 홍륜
자제위의 수장 홍륜은 길태미에게 패배하기 전까지 삼한제일검의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자제위가 공민왕의 최측근 호위로 그려지며 매화무사라는 당대의 인정받는
무사 집단을 이끄는 위치였으니,
최소한 삼한제일검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무술 실력을 가졌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공민왕을 시해하려 궁궐에 침입한 장면에서도 갑옷을 입은 호위무사
수십 명에게도 밀리지 않고 팽팽하게 대치한다.
그러나 길태미와 일대일 대결에서, 계단 위라는 유리한 위치에서 선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한다.
호위무사들과 싸우느라 지쳤을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해도 홍륜을 죽인 길태미는 상처 하나 없고
호흡도 흐트러지지 않는다. 길태미의 확실한 우위로 볼 수 있다.
시대적으로도 자제위가 만들어진 때가 공민왕 집권 말기로 그가 사치와 향락에 빠져 있을 때이니,
난세를 살아가는 고수들과 검을 맞대기란 그에게 가혹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글. 고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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