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은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재배하였고,
우리 땅에는 조선시대 이전부터 재배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박은 품종을 크게 나누면, 대과종과 소과종이 있다. 그냥 수박이라 하는 것이 대과종이고,
흔히 복수박이라 부르는 것이 소과종이다.(복수박은 소과종의 한 품종명이었는데 이 품종의 수박이 크게 번져
소과종 수박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자료에 의하면 국내 수박 품종은 180여 가지에 이른다.
그러나 소비자들이 기억하는 품종명은 거의 없을 것이다.
1990년대에 ‘달고나’가 큰 인기를 끌어 품종명으로 인지도가 높은 편이다.
2010년 현재 흔히 심는 품종은 ‘스피드꿀수박’과 ‘삼복꿀수박’이다.
어디에서 유래하였는지 알 수 없으나 수박 모양이 약간 타원형을 이루고 있으면 ‘꿀수박’이라는 명칭이 붙는다.
‘스피드꿀수박’은 이름 그대로 다소 일찍 나오는 조생종이며 ‘삼복꿀수박’은 중만생종이다.
청과 상인들의 말로는 수박에도 모양과 맛에 유행이 있는데, 최근에는 ‘삼복꿀수박’이 강세라고 한다.
1 맹동 수박은 하우스 수박이다. 여름수박은 6~7월, 가을수박은 추석 전후에 나온다.
2 농협의 선별장의 수박들. 비파괴 당도 측정기를 거쳐 크기와 당도에 따라 나뉘어 시장에 나온다.
3 수확을 하다가 깨진 수박이다. 하우스 수박은 껍질이 얇고 식감이 부드럽다
충북 음성군 맹동면 마산리 마을 입구에 ‘맹동 수박’의 유래에 관한 팻말이 서 있다.
1990년대 초 음성군농촌지도소(지금의 음성군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에 맞는 소득 작목을 찾다가
지역 농가와 합심하여 하우스 수박 재배를 시작하였다고 적고 있다.
당시 수박은 노지에서 하우스로 그 재배 방법이 바뀌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수박은 노지에서 재배하면 장마에 농사를 망치는 일이 흔하며, 수박 껍질이 두꺼워 상품성이 떨어진다.
하우스 재배는 비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수확 시기를 조절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껍질이 얇고 당도가 충분하다.
맹동의 농민들은 이 하우스 수박으로 승부를 걸어 성공한 것이다.
1987년 개통된 중부고속도로 덕분에 수도권 소비시장과 가까워졌다는 것도 맹동 수박의 성공에 한 몫을 하였다.
맹동 수박의 성공은 음성군 전체로 번져 현재 군내 800여 농가가 수박 농사를 짓고 있다.
음성군 수박 브랜드는 ‘다올찬 수박’이다. 2009년에는 음성군에 수박연구소(충북도농업기술원 산하)가
세워져 10여 명의 연구원이 수박의 상품성을 올리는 연구를 하고 있다.
맹동 수박은 두 차례 수확기가 있다. 4월에 모종을 내어 6월 하순에서 7월 하순까지 여름수박을 내고,
7월에 모종을 하여 추석 전후에 가을수박을 낸다. 맹동 수박이 특별히 맛있는 까닭에 대해 농민들은 차진 땅을 들었다.
그러나 수박연구소의 연구원은 오랜 노하우와 정성이 더해진 덕이라고 말하였다.
땅이야 충북의 이웃 군과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다. 하우스 수박은 벌로 수정을 하는데, 이 수정 타이밍이 중요하다.
오전 11시를 넘기면 수박꽃에 습기가 있어 벌이 수정 작업을 할 수가 없고, 그렇게 하여 벌 수정 시기를 놓치면
사람이 일일이 붓으로 하여야 한다. 이로 인한 품질의 차이가 크다고 한다.
또 줄기에 달린 세 덩이의 어린 수박 중에 하나를 남기고 적과하는 시기,
수박이 다 익을 때까지 초세를 유지하는 방법 등에서도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하다.
재배’되었다기보다 ‘관리’된 수박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수확된 수박은 농협의 선별장에서 비파괴
당도 측정기를 통하여 크기와 당도별로 나뉘게 된다. 이때 불량 수박은 걸러진다.
한여름 비닐 하우스 안은 찜통이어서 수박을 거두는 일이 고되다.
농민들은 수박을 거둘 때 수박이 상하지 않을까 조심하는 것보다 꼭지가 상하지 않을까 더 조심을 한다.
수박에 붙어 있는 꼭지의 줄기를 한 뼘 정도 남겨두고 잘라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이 수박 꼭지를 보고 싱싱한지 판단한다. 그래서 농민들은 “수박이 2만 원이면 꼭지가 1만 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남겨진 수박 꼭지가 수박의 맛을 떨어뜨린다.
수박에 남겨진 꼭지가 말라가면서 수박의 수분과 영양분을 빼앗기 때문이다.
일본에서는 수박을 낼 때 꼭지를 다 자른다.
수박을 맛있게 오래 보관하는 방법이기도 하며 농가의 일손을 줄이는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수박에 꼭지를 남겨두는 것은 비합리적인 일이다. 선별 작업 후 붙이는 스티커에 출하 날짜와
유통 기한만 적어도 해결 가능한 일일 것이다. 꼭지를 남기지 않고 수확을 하면 일손이 크게 준다.
복더위 찜통 하우스 안에서 작업하는 농민들을 위해서라도 꼭 고쳐져야 할 일이다.
글·사진/ 황교익 맛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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