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춘장을 야채-고기와 볶아 국수에 비빈 ‘중국식 막국수’
뿌리는 중국이지만 한국식 짜장면은 거의 국민음식으로 여겨지는데 이 기회에 짜장면의 정체를 알아보자.
짜장면은 1883년 지금의 인천인 제물포를 개항하면서 청나라 문물이 조선으로 들어올 때 함께 들어온 것으로 본다.
청 군대가 들어올 때 제물포와 가까운 산둥 성 출신의 중국 노무자들이 하역 일꾼으로 따라 들어와
중국 된장인 춘장을 야채, 고기와 함께 볶아 국수에 비벼 먹었던 음식이 짜장면이다.
항만 노동자들이 먹던 음식이 우리나라 전역에 퍼진 것은 당시에는 고급 음식점이었던
청요릿집에서 짜장면을 한국인의 입맛에 맞도록 변형해 팔았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처음 짜장면을 만들어 판 집은 1905년 제물포에서 문을 연 공화춘으로 기록돼 있다.
지금 짜장면은 가장 서민적인 음식 중 하나가 됐지만
1960년대만 해도 짜장면은 초등학교 졸업식 때 먹는 선망의 음식이었다.
한국 짜장면의 역사는 이렇지만 중국 짜장면의 정체는 모호한 부분이 있다.
우리는 짜장면이 원래 산둥 지방 음식이었는데 한국화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베이징 짜장면이 더 유명하다.
실제 중국에 가면 ‘옛날식 베이징 짜장면(老北京 炸醬麵)’이라는 간판의 분식집을 자주 볼 수 있다.
옛날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소비자를 유혹할 정도로 베이징 사람들이 향수를 느끼는 음식이다.
이처럼 짜장면은 베이징을 포함해 주로 중국 북방에서 먹었던 국수다.
허베이(河北), 산둥(山東), 산시(山西)와 동북 3성 농민들이 많이 먹었다.
이 때문에 북방을 대표하는 국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북방의 대표 국수라고 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즐겨 먹었다면서 문헌에는 짜장면이라는 명칭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이전은 물론이고 명청(明淸) 때의 요리책과 문집에서도 찾기 힘들다.
중국 근대 문학가인 루쉰(魯迅)의 고사신편(故事新編)에 “식탁에 야식을 내왔는데 한편에는
큰 국수(白면) 그릇을 놓고 다른 한편에는 오리고기를 넣고 볶은 된장인
자장(炸醬) 그릇을 놓았다”고 묘사한 장면이 보인다.
자장이라고 하니까 우리나라와 같은 중국식 소스를 연상하겠지만 실제로는 날된장에 가깝다.
지금 중국에서 파는 옛날식 베이징 짜장면이 이렇다. 된장에 채 썬 오이와 거의 익히지 않은 숙주나물 등을 넣고 비벼 먹는다.
삶은 국수에 된장을 넣고 비벼 먹는 것이니 특별한 이름이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 막국수를 연상하면 된다.
조선시대 문헌은 물론이고 근대 우리나라 문헌에도 막국수라는 이름은 보이지 않지만 그 실체는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중국의 짜장면 역시 가난한 농민들이 국수를 된장에 비벼 먹었던 막국수에 지나지 않았다.
이랬던 짜장면이 베이징 중산층에 유행한 것은 1860년 서구열강의 베이징 침입으로 피란길에 나선
서태후가 짜장면을 맛있게 먹은 이후라고 한다.
우리나라에 처음 전해진 짜장면은 중국 북방에서도 산둥 사람들이 먹었던 짜장면이다.
윤덕노의 음식이야기<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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