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까스 이야기
일본인 입맛에 맞게 개량한 서양의 고기요리
돈가스는 일본에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서양의 커틀릿을 일본인의 입맛에 맞도록 개량한 것이다.
이름부터 돼지를 의미하는 한자인 돈(豚)과 커틀릿을 일본식으로 줄인 가쓰(かつ)를 합성해 만든 조어다.
필요는 발명의 어머니라고 했는데 돈가스가 만들어진 계기도 그렇다.
일본인에게 낯선 서양음식을 개량하고 고기를 먹지 않았던 일본인의 입맛에 맞도록
서양의 고기요리를 일본식으로 바꾼 것이 돈가스다.
일본인들은 7세기 무렵 덴무(天武) 일왕이 고기를 먹지 말라며
도축금지령을 내린 이래 약 1200년 동안 공개적으로 고기를 먹지 못했다.
그러다 유신을 단행한 메이지(明治) 일왕이 키가 작은 일본인의 체격을 개선하겠다는 목적으로 육식금지령을 해제한다.
그리고 국민에게 육식을 장려하면서 스스로도 솔선수범해 고기를 먹었다.
하지만 1000년이 넘도록 고기를 먹지 않았던 일본인들은 일왕의 육식 해금에 반발했다.
1872년 10명의 자객이 궁중에 침입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4명은 현장에서 사살되고 1명은 중상을 입었으며 5명은 체포됐다.
조사 결과 육식금지 해제 조치에 반발해 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의 주장인즉 서양 오랑캐의 영향으로 일본인이 고기를 먹게 되면서 신성한 땅이 더러워졌으니
신이 머물 곳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방인을 몰아내어 신과 영토를 지키려고 궁중에 침입을 했다는 것이니
일본인의 육식 기피 전통이 얼마나 뿌리 깊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처럼 메이지 유신으로 육식금지 조치가 해제되면서 일본에는 많은 서양요리가 소개됐다.
그러나 오랜 세월 고기를 맛보지 못했던 일본인의 입맛에는 고
기 요리가 맞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개량하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이뤄진다.
돈가스 역시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시마다 신지로라는 요리사가 궁내청을 그만두고
서양 레스토랑으로 자리를 옮겼다가 자신이 직접 음식점을 열면서
선보인 돼지고기 요리가 돈가스의 기원이라고 나온다.
서양의 돼지고기 요리인 포크커틀릿(pork cutlet)에서 뼈를 빼서 고기를 먹기 좋게 만들었고
덩어리 형태의 고기를 균일하게 썰어 납작하고 평평하게 만들어 기름에 튀겨 놓은 것이다.
포크커틀릿을 이렇게 일본식으로 개량한 것이 오늘날의 돈가스로 발전했다.
그리고 이 돈가스가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전해지면서
우리나라 사람들도 좋아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예전 경양식집을 기억하는 세대는 알겠지만 돈가스를 주문하면 밥이나 빵 중 하나를 선택하고
또 반찬으로는 소스를 얹은 양배추와 단무지가 따라 나왔다.
지금도 단무지는 빠졌어도 대부분 양배추 샐러드는 함께 나온다.
경양식도 양식인데 왜 정식 서양요리에서는 볼 수 없는 단무지와 양배추를 줄까
궁금해하는 사람도 있겠는데 여기도 이유가 있다.
예전 경양식은 무늬만 양식일 뿐 돈가스를 비롯해 ‘비프가스’(비프커틀릿),
‘함박스테이크’(햄버그스테이크) 등이
모두 서양요리를 변형해 일본에서 만들어진 음식이었기 때문이다.
경양식 집도 사실 예전 일본에서 유행했던 음식점이었다.
일본풍 레스토랑이었으니 당연히 일본식 반찬이 나왔던 것이다.
윤덕노의 음식이야기 <음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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